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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휴대전화 '의무 약정제' 시행 열흘

신규가입자 절반 '뚝' 소비자·대리점 '부담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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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날이지만 휴대전화 시장은 찬 바람이 불고 있다. 이달 1일부터 시행된 의무약정제 이후 이동 통신사 대리점마다 손님이 줄었다며 걱정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실제 이통사마다 이달 들어 신규 가입자 수가 지난달보다 절반 정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무약정 공짜폰'같이 약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광고를 하는 대리점도 있다. 의무약정제가 시행된 지 10일이 지났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헛갈리는 대리점 주인도 많다.

하지만, 가장 망설이는 사람은 소비자다. 지금 휴대전화를 사는 것이 좋을지, 조금 기다리는 게 좋을지 저울질하고 있다. 이전에는 '번호 이동', '신규 가입', '기기 변경' 등 각 상황에 맞춰 휴대전화를 싸게 구입했지만 이달 들어서는 어떤 방식으로 사는 것이 조금이라도 싸게 사는 것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

◇의무약정제 왜 도입했나?

의무약정제는 가입자가 일정 기간 해당 이통사에 가입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휴대전화를 싸게 주는 제도를 말한다. 지금까지 '번호 이동' 때문에 가입자가 들쭉날쭉하고 이때 지급하는 각종 보조금과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자 시행하는 제도다.

마산 창동에 있는 한 이통사대리점 관계자는 "보조금을 줘가며 40만~50만 원짜리 휴대전화를 가입자에게 공짜로 줬는데 몇 달 안 돼 다른 통신사로 가버리면 난감하다"라고 말했다.

이통사 대리점은 가입자 휴대전화 요금의 일정부분을 대리점 이익으로 받는다. 따라서 가입자 수가 많을수록 대리점 이윤이 커지는데 가입자가 번호 이동 등으로 이통사를 옮기면 그 이익이 사라지는 것이다. 물론, 비싼 휴대전화가 잦은 번호 이동 등으로 버려지거나 '중고폰'이 되는 문제도 있었다.

이통사는 이런 문제를 막고자 의무약정제를 시행했다.

◇어떤 상품 내놓았나?

SK텔레콤은 'T 기본약정제'와 'T 할부지원' 프로그램을 내놨다. 'T 기본약정제'는 신규 가입자(번호이동 포함)가 12개월 동안 사용한다는 조건으로 사용 기종에 따라 8만~12만 원까지, 기기 변경은 소비자 등급(일반, 골드, VIP)에 따라 7만~13만 원까지 보조금을 지급한다. 'T 할부지원'은 신규 가입이나 기기 변경을 하려는 소비자가 단말기를 할부로 구입할 때 할부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18개월과 24월 할부 두 가지가 있는데 18개월은 18만 원, 24개월은 24만 원이 할인된다.

KTF는 12개월, 18개월, 24개월 의무약정제를 도입했다. 12개월은 12만 원, 18개월은 15만 원, 24개월은 18만 원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지급한다. 이통사 보조금 규모만 놓고 보면 3세대 단말기 신규 가입은 12만 원에서 18만 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2세대 단말기 신규 가입이나 기기 변경, 3세대 단말기 기기 변경 가입자는 8만 원에서 14만 원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받는다.

LG텔레콤은 의무약정제를 도입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달 안에 3세대 데이터 서비스인 '오즈' 휴대전화를 할부로 사는 가입자에게 31만~61만 원까지 보조금을 매월 나눠주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보조금을 지원받으려면 단말기를 24개월 할부로 구매해야 하고 무료 300(기본료 3만 8500원, 무료통화 300분), 무료 460(기본료 4만 8500원, 무료통화 460분), 무료 1500(기본료 8만 4000원, 무료통화 1500분) 등 3종의 요금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달 1일부터 의무약정제가 시행되자 신규가입가가 전달 비해 절반으로 뚝 떨어져 대리점의 고민이 시작됐다.

◇소비자에게 이익은?

이통사 정책을 살펴보면 일단 소비자가 번호 이동, 신규 가입, 기기 변경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듯하다. 의무약정제라는 큰 틀에 묶이기 때문에 가입 형태마다 보조금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잦은 이통사 이동으로 보조금을 다 써버린 가입자에게는 의무약정제가 오히려 반가울 수 있다.

보조금 자체는 줄었다는 것이 대리점 주인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마산 합성동에 있는 한 이통사 대리점 주인은 "의무약정제 전보다 후가 7만~10만 원정도 보조금이 줄어든 셈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KTF는 사실상 3세대 휴대전화에 '올인'하고 있어 3세대(SHOW) 단말기 신규 가입이나 2세대 단말기에서 3세대 단말기로 기기 변경 하는 가입자는 혜택이 조금 더 늘었다고 할 수 있다.

의무약정제 아래서도 여전히 휴대전화 제조사가 주는 보조금, 이통사가 주는 보조금, 대리점이 주는 보조금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공짜폰'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가입 기간이 '의무'라는 점이다. 가입자가 약정 기간 안에 해지를 하면 위약금을 내야 한다.

산출방식은 보통 '위약금=약정금액×(약정 잔여기간÷약정기간)'이 된다. 예를 들어, 마산 합성동의 한 KTF 대리점은 'SPH-3300'이라는 모델을 12개월 약정 시 공짜로 지급하는데 소비자가 이것을 산 후 3개월 만에 해지를 한다면 위약금은 12만 원×(270일÷365일)으로 약 9만 원을 돌려줘야 한다. 약정 잔여기간 계산은 하루 단위로 한다.

◇대리점, "최소 2~3개월은 지나야…"

소비자가 의무약정제에 부담을 느끼면서 대리점 주인은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특히, 휴대전화를 자주 바꾸는 젊은 층이 요즘 잘 찾아오지 않는다. 한 대리점 주인은 "이전에는 대리점 정책에 따라 가입자가 3~6개월 정도만 지나도 새 휴대전화를 살 수 있었는데 의무약정은 최소 12개월 동안 무조건 같은 휴대전화를 써야 한다"라며 "유행에 민감한 젊은 층이 확 줄었다"라고 전했다. 또, "정책이 완전히 자리 잡기까지 최소 2~3개월 정도는 비수기가 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경남도민일보 김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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