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소상공인, 카드 소액 결제 거부…소비자 '황당'

삼진아웃 당한 가맹점 전무…영세업 "수수료 떼면 손해"

여신금융협회는 지난달 신용카드 사용액이 모두 25조 8170억 원이라고 밝혔다. 협회가 월별 사용액을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003년 1월 이후 가장 많은 액수다. 이는 신용카드를 쓰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증거다. 사실 소득이 뻔한 직장인에게 신용카드는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다. 할인혜택이나 포인트적립은 물론 연말정산을 위해서도 신용카드를 쓰는 게 낫다.

이런 분위기에서 신용카드 가맹점도 늘었지만 카드 사용자는 자주 불편한 일을 겪는다.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이달 초 마산의 한 대형마트 약국에서 카드 결제를 거부당했다. 이미 다른 곳보다 싸게 파는데 카드 결제 수수료를 물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게 이유다. 취재진이 확인하니 이 약국 주인은 당장 사람이 아프고 현금이 없는 손님에게는 카드 결제를 거부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소비자를 모으려면 싸게 팔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다 카드 결제를 하면 정말 손해를 본다며 이해를 부탁했다.

◇유명무실한 '삼진아웃제' = 카드 결제 거부는 명백한 불법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 19조 1항은 "신용카드 가맹점은 신용카드에 의한 거래를 이유로 물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거절하거나 신용카드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또 이 법 70조는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고 했다.

이를 토대로 금융감독원은 지난 2005년 12월 '삼진아웃제'를 도입했다. 이는 신용카드가맹점이 카드 거래를 3번 이상 거절하거나 카드 수수료를 가격에 포함해 현금거래를 유도하는 등의 행위를 4번 이상 하면 모든 카드사가 계약을 해지하는 제도다.

여신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 2006년에는 부당거래 230곳·결제거부 225곳 등 모두 455곳의 가맹점이 등재됐다. 지난해에는 부당대우 193곳·결제거부 178곳 등 모두 371곳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들 중에 '삼진아웃'을 당한 가맹점은 단 한 곳도 없다.

우선 신고자 편에서 보면 절차가 귀찮다. 카드 가맹점명·가맹점 번호·사업자번호·대표자 등을 알아야 한다. 여기에다 카드회사에서 사실 확인을 하는 과정도 있다. 몇천 원 결제를 거부당했다고 이런 복잡한 일을 할 카드 사용자는 잘 없다. 카드사로서도 가맹점이 줄어들면 좋을 게 없다.

◇"구멍가게만 죽을 맛" = 지난 9일 총선이 끝난 후 중소기업중앙회가 새 국회에 주문한 내용 중에 '소상공인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가 들어 있다. 실제 규모가 작은 업체일수록 카드 수수료율이 높다. 같은 카드 수수료라도 물건 하나를 팔아 10만 원을 남긴 사업자와 2만 원을 남긴 사업자는 엄연히 다르다.

결국, 소비자와 카드사 사이에서 소상공인만 곤욕을 치른다.

마산의료원 근처에 있는 편의점 주인은 "담배는 10%가 남는데 이 중에는 부가세와 카드수수료가 모두 포함돼 있어 카드 결제를 하면 이윤이 거의 남지 않는다"며 "최소 결제 금액이 5000원 이상 될 때 카드결제를 허용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현재 편의점 최소 결제 금액은 1000원이다. 그나마 편의점은 나은 편이다. 가격 경쟁이 심한 컴퓨터 부속가게나 약국은 더욱 어렵다.

마산시 오동동의 약국 주인은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원가로 약을 팔기도 한다"며 "카드 결제로 하면 수수료 2.7%를 감당하지 못하는 때가 잦아 카드 사용자들이 이해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남도민일보 이균석 기자(원문 보기)

Powered by Zoundry Raven

Technorati : , , , ,
Del.icio.us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