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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합천 목곡마을에서 만난 서정홍 시인. 서 씨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생태와 농업의 소중함을 전해주고자 강연을 하고 동시집도 낸다.



지난 10년간 생명공동체 운동을 해온 서정홍(50) 씨가 <내가 가장 착해질 때>(나라말)라는 시집을 펴냈다.

이미 출판된 <58년 개띠>(보리)와 <아내에게 미안하다>(실천문학사)에 그의 20대와 30대가 고스란히 담겼다면, <내가 가장 착해질 때>에는 40대가 숨 쉬고 있다.

생명공동체 운동가 서정홍 씨, 세 번째 시집 <내가 가장 착해질 때> 펴내

서정홍 시인은 "몇 해 전부터 산골 마을에 들어와 남의 논밭 빌려 농사지으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엮은 일을 솔직하게, 말하듯이 쓴 시들을 모았다"고 한다.

단순한 농촌 체험담? 아니다! 생명공동체 운동에 대한 조건 없는 찬양? 역시 아니었다!

"이랑을 만들고//흙을 만지며//씨를 뿌릴 때//나는 저절로 착해진다('내가 가장 착해질 때' 중)"는, 시인이 풀어내는 산골 시골마을의 풍경은 처참하고 슬프다. 하지만, 웃음을 머금게 하는 해학과 넉넉함이 빠지지는 않는다. 농촌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직시와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희망이 만들어낸 풍경, 그리고 술술 쉽게 읽히게 쓰인 시편들의 행렬은 흡사 한 편의 기록영화를 보듯 생생하기 그지없다.

   
 
 
서 씨가 사는 "산골 마을"은 합천군 가회면 목곡마을. 황매산 자락이다. 시인을 만나기로 약속한 지난 15일 아침 신문사 편집국으로 서 씨의 전화가 걸려 왔다. '목곡마을로 오지 말고, 거기 조금 못 미쳐 인근 어디어디로 오라'는 내용이었는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산길로 접어들었다. 임도로 접어드는가 싶었는데, 산은 점점 깊어졌다. 길을 잘못 들어선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정적 또한 깊어지는 산 속, 그런데 순간 널찍한 평지가 드러났다. 서 씨를 포함한 몇몇 젊은 농사꾼들이 일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불현듯 드는 생각, '해방구 같다.'

볍씨 소독을 하는 날이었다. 1년 농사의 시작인 셈이다. 보통 볍씨 소독은 농약으로 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들은 유기농을 위해 60℃ 물에 볍씨를 10분간 담가놓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뜨끈한 물에 담긴 볍씨는 소금물로 옮겨졌고, 다시 깨끗한 물로 헹구는 작업이 반복되었다.

그곳엔 7살 아들을 둔 젊은 부부, 젊은 여성 3명 등이 함께 있었고, 그 한편에선 조금 있으면 이곳에 둥지를 틀 30대 부부 농사꾼을 위한 집을 짓는 일이 한창이었다. 외딴 산 속, '동대 마을'이라 불리는 이곳은 평화로우면서도 분주했다. 그리고 진지했다. 이곳은 다름 아닌 서 씨가 진행하는 '생태 숲 속 체험'이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했다.

서 씨는 "농사를 지을 때만이 주체적이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현실 또한 잘 알고 있다.

"8월부터 12월까지/애써 가꾼 배추 1500포기…1000포기 짐차에 싣고 공판장에 갔다//배추 한 포기 200원이라 20만 원 받았다./배추 뽑아서 싣는 인건비 8만 원/짐차 운송비 10만 원 수수료 1만 원/밥값 5000원 막걸리 5000원/경비 계산해 보니 딱 20만 원이다…오는 길에 젊은 이장한테 돈 빌려서/막걸리 한잔 더 마시고 왔다.('순만이 형' 중)"

하지만, 서 씨는 농촌으로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의 고향은 마산이지만 그는 "농촌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인간 본연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의 고향은 농촌'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는 그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생태 농업 강연회를 마다치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린이들에게 생태와 농업의 소중함을 접하게 해주기 위해서다. 이제 곧 <윗몸 일으키기>(현암사)·<우리 집 밥상>(창비)에 이은 새 동시집도 출판된다고 한다.

서 씨는 '농촌으로 돌아온 일'에 대해 "특별한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당연한 일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농촌은 예나 지금이나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시인은 농촌에서 일하며 기다린다.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정자나무 아래 어느 시골 할머니들의 마음처럼.

"눈치도 없이 비는 자꾸 내려/야윈 할머니 어깨 위에 뚝뚝 떨어지고/멀리 개 짖는 소리만 아득한데/하매나 올랑가(이제나저제나 오려나) 하매나 올랑가/기다리는 임은 오지 않고……."('기다리는 임은 오지 않고' 중)

시집 <내가 가장 착해질 때>를 통해 시인은 "하매나 '좋은 세상' 올랑가"라고 자문함과 동시에, 농촌으로 돌아올 이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팍팍해질 대로 팍팍해진 농촌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 주기에 그 기다림엔 더욱 신뢰가 간다.

서정홍 시인은 1958년 마산 출생이며, 1990년 제1회 마창노련 문학상과 1992년 제4회 전태일 문학상을 받았다.

/경남도민일보 임채민 기자(기사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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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쪽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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