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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유사 휘발유 판매 '갈수록 교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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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경찰과 한국석유품질관리원의 유사휘발유 합동단속에서 적발된 마산시 월남동의 한 판매점 창고에 페인트 희석제가 층층이 쌓여 있다. /유은상 기자 yes@  
 
최근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기름 값 탓에 유사 휘발유 판매 방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27일 마산시내 일원에서 이뤄진 한국석유품질관리원과 경찰의 유사 휘발유 합동단속 현장을 찾았다.

마산시 월남동의 한 세탁소 간판이 붙어 있는 판매점은 희석제를 판매한다는 안내판조차 없었다. 다만, 가게 안에 준비되어 있는 몇 개의 페인트 희석제통과 펌프에 연결된 호스가 가게 한쪽에 비치돼 있었다. 한국석유품질 관리원 직원이 표본을 채취하는 동안 벽에 있는 서랍장을 이상하게 여긴 경찰이 서랍장을 치우자 또 다른 문이 나온다. 문으로 연결되는 창고 속에는 120여 통의 톨루엔과 솔벤트가 층층이 쌓여 있었다.

이날 단속에서 적발된 판매업자 ㄱ(43)씨는 "지난 1월부터 영업을 해오고 있지만 최근 단속이 심해 영업이 잘 안 된다"며 "창고 속의 톨루엔과 솔벤트는 값이 오른다는 소문이 있어 미리 사뒀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판매현장인 교방동의 한 주택가 골목 안에 있는 임시 건물 입구에는 러브호텔에서나 볼 수 있는 차량출입 가림막이 설치돼 있었다. 주유를 위해 승용차가 들어가는 것을 보고 단속반이 따라 들어갔지만 주유 현장을 적발하지는 못했다.

주인 ㄴ씨는 "예전에는 영업을 했지만 최근에는 영업하지 않는다"며 "금방도 주유하려고 온 손님을 돌려보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단속반은 제보와 신고를 받은 마산시내 또 다른 판매점으로 예상되는 곳을 찾았지만 이미 문을 닫은 채 모두 흔적을 감춘 상태였다.

이에 앞선 오전 단속에서 내서 중리공단 내에 있는 판매점 한 곳에서 희석제 36통을 압수했다. 이것을 비롯해 이날 합동단속에서 판매점 두 곳이 적발됐고 총 162통의 희석제가 증거물로 압수됐다.

한국석유품질관리원 영남지사 관계자는 "기름 값이 계속 올라가고 있어서 단속을 더 강화해도 유사 휘발유 판매점이 줄지 않고 있다"며 "단속이 강화됨에 따라 판매점의 판매 방법도 교묘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판매점들은 오토바이나 소형트럭으로 전화연락을 받고 주유를 해주는 퀵서비스 방법과 판매점 주변에 탑차를 비치해 두었다가 손님이 오면 유사 휘발유를 가져와 판매하는 방법 등을 사용하고 있다. 또 러브호텔 주차장에 설치되는 가림막을 설치해 사진촬영을 막는 방법, 주유 호스를 에어컨 호스로 위장해 주변에서 기름을 끌어와 주유하는 방법 등 그 방법도 단속의 강도에 따라 진화하고 있다.

함께 단속을 나갔던 마산 중부경찰서 한 경찰관은 "오늘 한 곳을 적발하고 나서 다른 곳을 둘러보았지만 서로 연락을 취해 단속을 피하려고 철수한 상황이다"며 "단속이 어렵고 또 기름 값 부담에 유사 휘발유를 사용하는 것을 알고 있어 안타깝지만 앞으로도 계속 단속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유사 휘발유를 판매·보관한 사람은 '석유 및 석유 대체연료 사업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이 과해지며, 유사휘발유를 사용하는 사람은 같은 법에 따라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 수 있다.

/경남도민일보 유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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