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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석유 원자재업체 도산위기

고유가, 제품생산 적자 중소기업 생존위협

하루 자고 나면 또 오르는 기름 값 때문에 석유를 원자재로 해 제품을 생산하는 관련 중소업체들이 '개점휴업' 상태로까지 내몰리고 있다. "(제품을) 만들어 봐야 적자"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기반이 탄탄한 중대형 기업이라 해서 여유로울 수만은 없다. 납품하는 소형 협력업체들의 "원가 인상분 반영" 목소리가 점점 증폭되고 있는 점은 둘째 치더라도, 디젤 기관 등을 돌리는 데 사용되는 벙커C유의 가격 인상 역시 지속적이기 때문이다.

28일 한 아스콘 업계 관계자는 "공장을 열어놓고 있으니까 도산하기 전까지는 제품 납품이 이루어지겠지만 이렇게 가다간 업종 자체가 사장되고 말 것"이라며 안타까운 목소리를 높였다.

아스콘 업계에 따르면, 아스콘을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벙커C유(현재 t당 가격은 591달러, 전년 동기는 370달러) 등을 포함한 여러 원자재 가격은 지난해보다 30∼50%씩 올랐다. 생산 물량 90% 이상을 관급 공사에 납품하는 아스콘 업계 특성상 정부의 '원가 인상분 반영'을 기대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원가연동제'를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다. 국가계약법 상의 물가변동 조사로는 지금처럼 치솟는 기름 값을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은 영세한 업종이나 업체로 갈수록 더욱 심각해진다. 창원에 있는 플라스틱 제조업체의 관계자는 "달마다 가격을 인상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한번 책정된 가격이 분기나 6개월 단위로 지속되는 것이 관례인데 석유 관련 원재료는 하루가 다르게 인상돼 그 인상분이 전년 대비 40∼50%에 이른다"고 토로했다. 가격이 안 맞으면 '개점휴업'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거래처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적자를 보면서 공장을 가동하는 곳도 있지만 언제까지 버텨낼지 모를 일"이라고 덧붙였다.

원재료 가격은 높고, 그래서 가격을 높이면 거래는 끊기고, 거래가 끊기는 게 두려워 가동을 계속하면 적자는 눈덩이처럼 커지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모습이다. "비전이 없는 상황"이라는 자가 진단이 들릴 정도다.

도내 중소형 조선소들도 힘겹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소형 조선소들은 후판 조달이 어려워 고충을 겪어 왔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름 값까지 치솟아 아슬아슬한 위기를 넘기는 곳이 몇 군데 감지된다"고 전했다.

창원 공단 내 규모가 큰 기업들은 위기관리 차원에서 에너지 절감 노력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S&T 중공업은 5월부터 창원 지역 출퇴근 버스를 그룹 차원으로 통합해 운행하고 있다. 사업장별로 따로따로 운행되던 버스를 통합하고 S&T중공업과 S&T모터스 등 창원 지역 7개 계열사를 순환하는 노선을 만들어 놓고 보니 통근 버스를 이용하는 이들 또한 부쩍 늘었다고 한다. 자가용 운행 대신 통근 버스를 이용하려는 이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고, S&T 중공업은 버스를 1∼2대 더 늘릴 계획이다. 이외에도 점심때 사무실 조명을 끈다든지 컬러 복사를 자제하는 등의 원가절감 노력 또한 지속적으로 뒤따르고 있다.

한편, LG 전자 창원 공장은 화물운송을 대행하는 하이로지스틱스 소속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파업이 장기화되면 제품 운송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도 하다.

/경남도민일보 임채민 기자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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