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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행정

'왜군, 한 놈도 남기지 말고 섬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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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열린 한산대첩축제 때 통영 망일봉공원에서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현자, 지자, 천자총통 발포가 재현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진북의 큰 북을 울려라. 왜군을 무찔러라.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섬멸하라.'

경남도가 거북선 탐사대 출항식에서 발표할 '거북선 탐사 성공기원 축시'를 두고 작은 해프닝을 빚었다.

도는 시인이자 경남문학관 관장인 이광수 씨에게 축시를 의뢰했는데, 이 관장이 '왜군을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섬멸하라'는 이순신 장군의 진두지휘 '멘트'로 첫 문장을 시작한 것이다.

싸움을 시작할 때 지휘자가 상투적으로 쓰는 이 문장이 문제가 된 것은 이날 출항식에 내빈으로 일본국총영사관 측이 참석하기 때문.

출항식에서 선언적인 의미로 울려 퍼질 축시 머리에 '왜군', '한 놈', '무찔러라'는 문구가 나오면 내빈석에 앉아 있을 일본인들이 불편하거나 무안해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를 두고 담당부서인 관광진흥과는 시인에게 이 부분을 바꿔 달라고 요구할 것이냐, 그대로 갈 것이냐를 두고 살짝 고민을 했다. 그러나 결국 축시는 손을 대지 않기로 했다. 대신 정무부지사가 총영사에게 양해를 구하는 방안을 택했다.

박갑도 문화체육국장은 "시인의 작품에 함부로 손을 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여겼다"며 "일본이 도의 이순신프로젝트에 호감을 느끼고 있고 평화공원 조성 사업 등을 함께 진행할 것이기 때문에 맥락은 이해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다행인지, 일본 총영사는 이번 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일정과 겹쳐 불가피하게 불참을 통보해 왔다. 일본 측에서는 축시 내용은 전혀 모르고 있다.

이광수 시인은 "처음에는 '왜선을 한 척도 남기지 마라'고 썼다가 의미가 약해지는 것 같아 '왜군을 한 놈도 남기지 마라'로 바꿨다. '한 사람도'로 바꿀 수는 없지 않나 나름으로 고심을 했다"며 "도에서 문장을 고쳐달라고 했으면 고려했을 텐데 말이 없어서 그대로 뒀다"고 말했다.

또 "이 문장은 적군을 앞에 두고 수장이 일반적으로 하는 대사라서 그 자체로 큰 뜻이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최근 독도 문제도 불거졌고 거북선 탐사에 힘과 긍지를 불어 넣고자 강조하는 의미로 인용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총영사의 초청은 부산 일본국총영사관이 도의 '이순신 프로젝트'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프로젝트 하나인 동북아평화제와 노량평화공원 조성사업을 지원하겠다고 나서면서 프로젝트 동반자로서 여겨졌고, 이번 행사에 즈음해 정무부지사가 총영사에게 초청장을 보낼 것을 지시하면서 이뤄졌다.

/경남도민일보 진영원 기자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