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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AI 닭 살처분 동원 공무원, 애절한 시조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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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 양계장 닭 살처분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최근 공직사회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 닭 살처분 작업에 참가했던 공무원이 죽임을 당하는 닭과 농가에 대한 미안함, 연민의 정, 살처분을 해야 하는 자신의 탄식을 담은 시조 '살처분가(殺處分歌)'를 공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양산시 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는 지난 19일 한 조합원으로 추정되는 '살처분가'이라는 아이디와 같은 제목의 시조가 올랐다.

양산에서는 지난 14일 상북면 한 양계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면서 이 일대 49 농가의 닭과 메추리 등 139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지난 22일까지 9일간 진행된 살처분 작업에는 공무원 1257명, 민간인 1593명, 군병력 1025명 등 모두 3878명 등이 참가했다.

살처분가는 '겨우 넘긴 타미플루 매스껍고 어질한데 /청정란 생산장소 석회가루 휘날리네 /아는가 알파벳 AI 이곳이 살처분장'이라는 첫 연으로 시작된다.

3행으로 된 이 시조는 모두 10연으로 구성돼 있으며 시조에는 묻히려고 포대에 담기는 죄 없는 닭의 심경과 또 자식 같은 닭을 구덩이 속에 묻는 현장을 지켜만 봐야 하는 농민들의 모습 등이 진솔하게 서술돼 있다.

또 '내민 수(손) 차갑지만 잡힌 족(足) 따뜻하네'로 표현해 좁은 양계장 안에서 포대에 담고자 닭의 다리를 잡은 살처분 작업자의 심경도 솔직히 표현해 작업에 참가했던 동료 공무원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다.

살처분 작업 초기 양산시가 무차별적으로 공무원 동원에 나서자 공무원 노조에서 전염과 조합원의 건강을 우려해 전문가 투입과 조합원 투입을 자제를 요구하는 등 진통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시는 공무원의 적극적인 참여와 발 빠른 매몰작업으로 4년 전 AI 발생 때 한 달 이상 걸렸던 매몰작업과는 달리 9일 만에 완료했다.

살처분에 대한 감상과 애환을 담은 시조가 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 올려지자 한 블로그가 자신의 블로그에 시조와 함께 생생한 현장사진을 곁들여 올리자 조회 수가 2만 회 이상 급증하는 등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자신의 블로그에 '살처분가'를 다시 올린 블로거는 "표현이 기가 찰 정도로 멋지고 그냥 지나치기가 아까워 각색해 올렸다"며 "최근 진행되고 있는 공무원 정원 조정에 무조건 찬성했으나 살처분 작업에 대한 애환 등을 담은 이 시조를 읽고 나서는 공무원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으로 달라졌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살처분 작업은 모두 끝났으나 농가 등 진입로 11개소에 방역초소를 운영하면서 99명의 공무원과 경찰관을 배치, 앞으로 한 달여 동안 방역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다.

/경남도민일보 김중걸 기자

'살처분가(殺處分歌)' 전문
 
 겨우넘긴 타미플루 매스껍고 어질한데
 청정란 생산장소 석회가루 휘날리네
 아는가 알파벳AI  이곳이 살처분장
 
 입었네 방제백의 안전할까 바이러스
 마스크는 답답하고 뿔 안경 희미하니
 차라리 벗어뿌리자 새보다 약할소냐
 
 끝없는 양계막사 들어서니 요란하네
 알기는 하는지 오늘이 그 날인걸
 무심한 꼬꼬댁 소리 무정란은 유심할까
 
 슬며시 집어넣네 코팅장갑 위장殺手
 내민 手 차갑지만 잡힌 足 따뜻하네
 눈뜨고 차마못할 일 하다보니 진땀나
 
 벌렸네 마대자루  날개짓 버둥되네
 거꾸로 쳐박으니 꿈틀한뒤 시들하네
 행여나 눈 마주칠까 꿈에볼사 두렵네
 
 아는가 산란계야 저승사자 행차를
 잡는나도 죽는니도 기구한 운명인걸
 모쪼록 환생 하려면 불사조 꿈꾸시게
 
 수매부대 돌아보니 죽은 듯 가만있네
 질질끌고 던지고 쌓아놓고 밀어넣고
 꽥소리 가끔 훼치고 발버둥도 하련만
 
 능숙한 손놀림이 한꺼번에 두세마리
 못할짓 이런짓도 자꾸하니 느는구나
 그립고나 닭장 밖세상 오분후 기다리네
 
 없던병 생긴연유 따져보니 사람 탓
 공연한 가금탓도 말못하니 죽을밖에
 저눔 닭 억울한 것은 하늘님이 알런가
 
 망상에 젖었구나 들려오네 휴식끝~
 들어서니 닭대가리 줄지 않고 그대로네
 저치도 많은 닭들을 언제나 처리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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