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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은 대상에 대한 이미지를 좌우한다. 초입에서 호객꾼의 장난질(?)에 된통 당한 터라, 인도 여정의 첫 목적지인 바라나시가 달가울 리 없다.

2008/06/03 - [윤유빈의 내 맘대로 세계여행] - 그렇게 조심했건만, 인도서 사기당하다

더구나 '죽음'을 터부시하는 우리네 정서상, 도시 한복판에서 공개적으로 화장하는 힌두교의 전통 장례식은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방인의 눈에 비친 모습일 뿐, 인도인에게 바라나시는 성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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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바라나시를 가로지르는 '강가'(갠지스강)에는 죄업을 씻기 위해 목욕을 하려는 순례자가 넘쳐난다. 이들은 타다만 시신을 비롯해 온갖 부유물이 떠다니는 강물에서 경건히 목욕의식을 행한다.  
 

이 도시를 관통하는 '강가'(갠지스 강)는 4억여 종류의 힌두 신 중 으뜸으로 꼽힌다.

특히 인도인은 힌두 신앙에 따라 '강가'의 성스러운 물에 목욕을 하면 모든 죄업이 소멸하고, 이곳에서 죽어 화장한 재를 강물에 뿌리면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난다고 믿고 있다. (윤회사상을 근본으로 하는 힌두교는 삶 자체를 고통이라고 가르친다. 따라서 윤회의 고리를 끊는 것, 즉 다시 태어나지 않는 상태를 최고의 경지로 여긴다.) 연간 100만 명에 달하는 순례자와 임종을 앞둔 이들이 바라나시를 찾는 이유다.

인도 전역에서 몰려드는 힌두인으로 '강가'와 연결된 가트('강가'와 육지를 이어주는 계단)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이들의 행동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낯설다.

가트 한쪽에서 젊은 장정들이 화장터로 시신을 나른다. 겹겹이 쌓인 향나무 위에 시신을 올린 후 가족들이 차례로 염을 하고, 이내 불을 붙인다. 상주로 보이는 남자가 장대로 향나무와 시신을 연방 뒤척인다. 옆에선 앞서 화장한 시신이 반쯤 타들어가고 있다.

수십 구의 시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가 바라나시를 삼킬 듯 번져 오른다. 죽음을 기다리는 늙고 병든 사람들이 이를 빤히 쳐다본다. 비현실적인 모습 앞에 현기증이 일고, 시체 타는 역한 냄새에 헛구역질이 나온다.

주변의 모습은 더 경악스럽다. 맨발의 아이들이 타들어가는 시신 사이를 아무렇지 않게 뛰어다닌다. 그 사이로 행상을 하는 장사치가 눈에 들어온다.

화장터 앞 가트는 죄를 씻기 위해 목욕을 하는 순례자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이들이 몸을 담그고 때론 마시기도 하는 '강가'에는 화장 후 흩뿌려진 재와 타다만 인골, 가축의 대소변과 온갖 쓰레기가 떠다니지만, 아무도 개의치 않는다. 의식을 치르듯 그저 경건히 목욕에만 열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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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변에 접한 가트에서 시신을 화장하고 있다. 수십 구의 시신이 한꺼번에 타기 때문에 메케한 연기와 냄새가 도시 전체를 휘감는다. 사진 역시 네팔의 가트만두에서 이뤄진 힌두의 전통 화장 모습.  
 

문화적 충격이었다. 엽기적인 광경에 진저리를 친 나는 애초 사흘이던 바라나시 일정을 줄이리라 마음먹었다. 솔직히 단 하루도 머물고 싶지 않을 만큼 끔찍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열흘이 지난 지금까지 나는 바라나시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자발적인 선택이었다.

바라나시에 도착한 다음 날, 행여나 물이라도 튈까 가트 먼발치에서 서성이던 중 '강가'에서 목욕을 하던 한 남자가 보였다. 현지인과 다른 피부색과 생김새 때문인지 멀리서도 그 모습이 도드라졌다. 그의 이름은 안도(27), 내 또래의 일본인이었다. 나는 '강가'에 떠다니는 부유물을 가리키며, 안도에게 '괜찮으냐'고 물었다. 단번에 질문의 의도를 파악한 그가 웃으며 말했다.

거리 한복판에서의 화장, 그 죽음의 의식 곁으로 무심한 듯 흐르는 일상

"이 사람들 수 천 년 동안 여기서 화장하고, 빨래하고 목욕하고 살았어. 다들 멀쩡하잖아. 마음먹기 나름이지 뭐. 나 원래 바라나시에 나흘 정도만 머물 생각이었는데 너무 좋아서 몇 주 더 있으려고. 인도 이곳저곳 다녀봤지만 여기만큼 인도다운 곳은 없더라."

얼마나 머물 거냐는 그의 물음에 차마 오자마자 떠난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왠지 자존심이 상했다. 오기가 치밀어 오른 나는 바라나시에 좀 더 머물러 보리라 결심했다. 지난 열흘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가트를 거닐며, 삶과 죽음이 함께하는 바라나시를 느꼈다. 해 질 녘, 작은 나룻배를 빌려 '강가'를 둘러보는 호사도 누렸다.

안도처럼 '강가'에 뛰어들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나에게도 조금씩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온갖 부유물이 떠다니는 '강가'에서 자맥질을 하는 이들을 보며, 더는 인상을 찌푸리지 않는다. 종교에 대한 그들의 깊은 신앙에 감탄사가 나올 뿐이다. 을씨년스럽기만 하던 화장터의 풍경 앞에선 죽음에 초연한 그들에게 경외감마저 든다.

다른 문화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선 철옹성처럼 견고한 편견을 깨야 한다. 그러지 않고선, 좁은 시야에 갇혀 '내 것' 외에는 모두 미개하고 불결한 것으로 치부해 버리기 십상이다. 수 천 년 동안 이어진 인도인의 신성한 의식을 한낱 여행자가 하루 만에 제멋대로 재단했던 것처럼.

[지구별단상]바라나시'답다'
쓰촨성 지진-자이푸르 폭탄테러, 그 경계에 서서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일러두었기에, 한동안 가족에게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바라나시에서 오랜만에 집에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수화기 너머로 '이제야 연락하느냐'는 부모님의 질책이 쏟아졌다. 무사해서 다행이란 안도의 한숨과 함께.

자초지종을 듣고 보니 집안이 발칵 뒤집힐 법도 했다. 네팔과 인도로 넘어오기 직전에 머물렀던 중국의 쓰촨성. 이곳이 지진으로 무너져 몇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다. 또 비슷한 시기에 인도의 자이푸르에서 폭탄테러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단다.

곧장 PC방으로 달려가 자판에 '지진'과 '폭탄테러'를 두들겼다. 대략 시기를 따져보니 내가 쓰촨성을 떠난 지 사흘 후 천지가 무너져 내렸다. 또한, 여행 일정이 조금 빨랐더라면 자이푸르 폭탄테러 현장에 당도할 뻔했다. 심장이 요동치고, 등골이 오싹했다.

그날 저녁,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강가'에 나룻배를 띄운 후 해거름을 보며 생각했다. '내가 머무르고 있는 바라나시는 중국 쓰촨성과 인도 자이푸르의 중간 지점이다. 공교롭게도 이곳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도시다.'

/경남도민일보 윤유빈 객원기자 (원문 보기)

Posted by 돼지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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