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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도박에 빠져 15억 원 날린 직장인

일확천금에 눈멀어 가정 잃고 돈 잃고…1000만원 이상 잃은 사람도 무려 80명

'바다이야기'를 비롯한 게임장과 경마, 경륜, 카지노 등 각종 사행산업이 사회에 만연하면서 이번에 경남경찰에 적발된 국내 최대규모의 경주사이트 4대 조직과 회원들은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과 이들을 이용해 손쉽게 돈을 벌려는 사행산업의 폐해를 바로 보여준 예다.

이번에 적발된 사람은 사이트 운영자 42명과 사이트 이용자 81명 등 123명. 그러나 경찰이 밝힌 158개 사이트의 회원 수가 무려 40만 명에 달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1명이 15억 원을 날리기도 = 서울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하던 ㄱ씨는 우연히 불법 경주사이트에 들렀다가 중독되면서 아버지의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고, 여자친구의 돈을 빌려 도박에 빠졌다가 결국 헤어졌다. 이렇게 ㄱ씨가 경주사이트에서 날린 돈이 무려 15억 원. 현재 ㄱ씨는 남의 가게 점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이처럼 ㄱ씨와 같이 불법 경주사이트에 빠져 1000만 원 이상을 날린 고객만도 80명. 그나마 전직 사이클 선수 1명만 약간의 돈을 딴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일부 운영자들은 승률이 좋은 이용자에게는 탈퇴를 종용하거나 고액 베팅이 터지면 돈을 돌려주지 않고 사이트를 폐쇄하는 때도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이들 81명의 고액 베팅자들을 연령별로 보면 대부분이 남성으로 20대가 16명, 30대 48명, 40대 13명, 50대 이상이 4명이었으며, 직업별로는 회사원이 23명, 무직 12명, 자영업 9명, 기타 37명으로 나타나는 등 연령과 직업이 다양했다.

문제는 이들이 접속한 인터넷 경주사이트 이용이 불법이라는 사실조차 모른 채 중독되고 있었으며, 대부분이 재산탕진과 실직, 이혼 등으로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꾸려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해서 이들이 날린 돈은 모두 1500억 원으로 운영자들은 220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경주사이트 운영은 = 이들 운영자는 경상·전라·충청·경기지역 계열로 나눠 불법 경마·경륜·경정사이트를 운영해 왔다. 이들은 사이트에 경주대금을 입금받을 은행계좌, 상담용 전화번호를 올려놓고서 광고 대행업체를 통해 포털사이트에 광고해 이를 보고 접속하는 누리꾼을 상대로 실명인증 없이 무작위로 회원가입을 받았다. 이렇게 해서 사이트당 수천 명의 회원을 확보한 이들은 경주가 있는 날이면 휴대전화 문자 등으로 사전에 알려 경주 참여를 독촉하기도 했다.

△어떻게 검거했나 = 경찰은 국내서 운영 중인 경주사이트 전체를 검색해 200여 개에 대해 일괄 내사에 들어갔다. 수개월 동안 계속된 조사에서 통장 거래 명세 수십만 건의 자금흐름과 도메인 등록정보, 입출국 기록 등을 분석해 용의자를 골라냈다.

또 사이트별로 운영패턴, 서버위치, 시간대별 출금장소 흐름 분석 등을 통해 조직규모와 실체를 파악해 용의자들이 국내로 입국하는 시점에 맞춰 서울과 청주, 광주 등을 돌며 검거하게 됐다.

경남경찰, 불법 경주사이트 4대 조직 '일망타진'

국외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불법 경마·경륜·경정 사이트를 개설, 1500억 원 상당의 매출을 올려 220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8일 중국 심양과 청도 등에 사무실을 임대해 사이트를 운영한 ㄱ(40)씨 등 12명을 한국마사회법과 경륜경정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사이트 이용자 ㄴ(39)씨 등 104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등 불법 경주사이트 4대 조직 123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친·인척 또는 사회 선·후배로 이뤄진 ㄱ씨 등이 지난 2005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중국 현지에 서버와 5개 사무실을 임대, 믿을 수 있는 사람을 현지에 파견해 대포폰과 대포통장, 스팸 문자 발송용 전화번호 수집과 발송, 사이트 광고업무 등 사이트 운영에 필요한 불법행위를 자체 해결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역할분담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같은 역할분담으로 현재 국내서 운영 중인 경주사이트 약 200여 개 중 80%인 158개를 개설, 모두 1500억 원 상당의 매출을 올려 220억 원의 부당 이득을 취했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특히 이들은 일반회원은 사이트에 게시돼 있는 계좌로, 고액 입금자는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 특별계좌로 입금토록 했으며, 수익금은 미리 준비한 수백 개의 대포통장으로 4∼5회에 걸쳐 금액을 쪼개 중국에서 분산이체, 세탁하는 방법을 써 오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또 한국마사회 등에서 실제 운영 중인 경마·경륜·경정 경기 등을 이용하면서 경주당 한도(실제 경주에서는 경주당 최고한도 10만 원)없이 배팅케 하고, 적중하면 한국마사회 등에서 배당하는 금액과 같이 환급금을 다시 회원들에게 입금하는 방법을 써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적발된 1000만 원 이상 고액 입금자 80여 명은 대부분 남성으로 회사원과 자영업자, 공무원 등 직업과 연령대가 다양했으며 한 사람이 15억 원까지 탕진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운영본부 관계자는 "온·오프라인을 통한 불법 경마·경륜·경정 사이트를 통한 자금규모가 무려 7조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같은 액수는 정상적인 경륜 등을 통한 자금규모와 맞먹는 것으로, 수천억 원대의 세금이 운영자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간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도 "사이트를 통한 불법 경륜 등은 경기장에 가지 않고도 쉽게 무한대로 배팅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직장인이나 주부까지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 같은 경주사이트가 불법이며, 중벌에 처한다는 사실을 모른 채 유혹에 빠져들고 있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단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남도민일보 하청일 기자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