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민/사회

[여성인권대회] 성폭력 범죄, 소급 처벌 필요

 
 
  2008 경남 세계여성인권대회 개막식이 25틸 창원 컨벤션센터 컨벤션홀에서 열렸다. /김구연 기자 sajin@  
 
성폭력을 당한 여성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상처를 꺼내 보이며, 사회적 예방책을 만들 것을 촉구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창원컨벤션센터 컨벤션홀에서 25일 오후 2시부터 5시 30분까지 2008 경남세계여성인권대회 '폭력과 성 착취 근절' 워크숍이 열렸다.

지난 1998년 강간을 당했던 캐나다 제인 도우(Jane Doe) 씨는 12년간 경찰을 상대로 한 법정 공방 끝에 승소를 했다며 자신의 사례를 참석자들에게 알렸다. '제인 도우'는 사건으로 피해를 본 여성을 특정하지 않기 위해 부를 때 사용하는 명칭이다. 제인 도우 씨는 자신의 실제 이름과 사진 촬영을 거부했다.

그는 "이웃에 강간범이 살고 있는데도 경찰이 이를 알려주지 않았고, 오히려 다른 강간범을 잡는데 자신을 이용하는 등 경찰은 기만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렇지만, 법정에서 경찰을 대상으로 승소하기까지는 무척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고 토로했다.

승소 이후 토론토에서 성폭력 사건 조사 시 경찰 활동을 감사하는 내용이 법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승소한 후 2주간 경찰 교육도 담당했는데, 성 인지도가 부족했고, 반인종적인 태도를 보이는 걸 알 수 있었다. 또, 성폭력을 당한 여성과 성폭력을 가한 남성에 대해 고정관념이 있었다"며 이를 없애기 위해 각종 위원회를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여름까지 토론토 위원회(Sexual Assert Steering Committee of Toronto)에서 활동했고, 자신의 피해 사례를 알리고 정부의 예방책을 촉구하고자 책('The Story of Jane Doe')도 썼다.

'한국의 제인 도우'도 참여자들 앞에서 자신의 사례를 공개했다.

김성희(가명·67) 씨는 울먹이면서 "43년 전 아는 분의 남동생에게 성폭행당했다. 우연히 만났는데 교제를 하자며 택시로 납치를 하고, 기습적으로 강간을 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후 우울증과 후유증으로 힘들어 하다가 강간죄로 고소를 하러 갔더니 친고죄 기한인 1년이 지나서 어찌할 수 없다고 해, 지금까지 강간을 저지른 사람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그 일 이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어 지금껏 결혼을 하지 못했다. 납치, 강간, 살인과 같은 강력 범죄는 엄벌에 처해야 하며, 소급해서 처벌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참여자들에게 울분을 토했다.

과테말라에서 온 아나 실바 몬존(Ana Silva Monzon) 씨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성들이 살해당하는 '페미사이드(femicide)' 사례를 발표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6년까지 과테말라에서는 2900여 명의 페미사이드가 집계됐다.

과테말라 라디오 '여성의 목소리' 코디네이터인 그는 "정부에서 살해당한 여성들을 조사도 하지 않는다"며 "Flor de Maris, Orquidea, Maria Isabel 등 살해당한 여성들은 바로 우리 어머니이자 동생, 조카였다"며 사진과 얼굴을 보이며 이들을 잊지 않기 위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그는 "폭력에 대한 수치의 이면에는 가부장제, 남성우월주의가 있다. 아주 최근까지도 과테말라는 '사랑하는 사람은 때려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여권 운동가들이 여성 피해자를 사회적 문제로 부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네팔에서 온 베누 마야 구릉(Benu Maya Gurung) 씨는 네팔을 비롯한 남아시아 국가에서 악질적인 여성 인신매매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남아시아에서 1만~2만 명의 여성이 인신매매를 당하고 있다. 이들은 성 착취, 노동 착취, 장기 매매에까지 이용당하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한 프로그램을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경남도민일보 우귀화 기자

세계여성여성인권대회 관련 기사 전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