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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경남일보 왜곡·편파 못참겠다"

진주시 공무원 집단성명 발표…황인태 사장 "구제절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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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시 간부공무원들이 '경남일보의 최근 편파 왜곡보도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14일 진주시 간부공무원들이 시청 브리핑룸에서 '경남일보의 최근 편파 왜곡보도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공무원들이 집단적으로 특정신문의 보도행태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들은 이준화 부시장이 읽은 성명서에서 "지난 1925년 도청 이전과 1983년 대동공업 이전으로 지역발전이 정체돼 오다가 최근 혁신도시 및 전국체전 유치 등으로 시민들의 기대와 희망이 되살아나고 있다"며 "시민들의 힘을 모아야 할 시점에 경남일보의 보도행태를 보고 진주시 공직자로서 인내의 한계를 느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간부공무원들은 "최근 경남일보는 진주시 시책은 물론 지역 내 국가 정책에 대해서도 반대를 위한 반대와 왜곡, 과장보도로 일관함으로써 지역 여론이 호도되고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며 "최근 일련의 보도행태를 볼 때 언론의 공신력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남일보는 2010년 전국체전 개최와 혁신도시 건설사업이 차질을 빚기를 기대하는 듯한 보도를 연이어 게재해 시정운영에 혼란이 발생하고 지역 여론이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사설에서도 시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선출된 공복에 대해 '인격관리가 부주의하고 겸손하지 않다'는 등 인신공격으로 일관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구체적인 사례로 지난해 12월25일자 '시민 위에 군림하는 진주시장' '시장답변 행태 권위주의 발상' 등 머리기사와 지난해 9월11일자 사설 '혁신도시 내 속사리 주민 반발, 일리 있다', 지난해 5월 21일 '전국체전 준비차질 없나' 등 경남일보가 보도한 기사들을 나열했다.

진주시 공무원노조 관계자도 <경남일보>가 시청 공무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보고 앞으로 운영위원회를 열어 대책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기자실을 방문한 황인태 경남일보사 사장은 "황당한 사건이다. 언론보도가 잘못됐으면 언론중재위 등 구제절차가 있다. 기자회견을 통해 여론몰이를 해서는 안 된다.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왜곡 편파 판단기준은 사실인가가 중요하다. (보도가 잘못됐으면)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면 될텐데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진주시-경남일보 충돌 왜?
공고료 문제로 삐걱대기 시작 칼럼서 공무원 비난 '갈등 폭발'

진주시 간부공무원들이 특정신문의 보도행태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다. 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공무원들이 공개적으로 분통을 터뜨리게 됐을까.

<경남일보>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진주의 유일한 일간지이자 서부 경남지역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진주시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2005년 말 공고료(행정기관이 공적인 정보를 주민에게 알리기 위해 신문에 광고형태로 게재하고 그 대가로 지불하는 광고료의 일종) 문제로 갈등이 생기면서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어 2006년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 시장 공천을 앞두고 정영석 시장에게 불리한 기사가 <경남일보>에 잇따라 게재되면서 진주시와 불편한 관계가 본격화됐다.

이후 2006년 8월 황인태 사장이 취임한 후 약 2개월 동안 진주시를 비판하는 기사가 집중적으로 게재됐다. 진주시는 <경남일보>의 보도에 대해 "시정을 건전하게 비판하기보다는 '도'를 넘는 보도로 지역주민들마저도 심각성을 우려할 정도"라면서 불만을 터트렸고, 진주시는 직·간접적으로 항의했지만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양측의 갈등은 2006년 12월 진주시장과 경남일보사 사장이 악수하는 사진이 이 신문 1면에 보도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경남일보>도 사진과 함께 기사에서 "정영석 진주시장과 본사 황인태 사장은 진주시장실에서 대담을 하고 그동안 양 기관이 가져왔던 오해와 갈등에 대해 대화와 협력을 통해 없애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혀 갈등이 있었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전국체전 준비 차질 없나' 기사와 지난해 9월 1일 '혁신도시 내 속사리 주민 반발 일리 있다'라는 제목의 사설 등이 나오자 진주시에서는 "행정행위를 왜곡 보도했고, 진주시가 체전에서 손을 놓아 체전이 물 건너간 것처럼 행정 불신을 낳았다"고 반발하면서 감정의 골이 다시 깊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21일 시의회 본회의장 내에서 시장의 답변을 둘러싸고 모 시의원 간의 갈등에 대한 보도가 나오자 서로 감정이 폭발했다. <경남일보>는 '시민 위에 군림하는 진주시장', '시장 답변 행태와 권위주의 발상'이라며 1면 머리기사의 제목에 진주시장을 직접 거명하면서 공격했다. 이에 진주시는 "왜곡 보도이며 집행부와 의회의 갈등을 부추기는 듯한 인상을 받도록 했다"고 반발했고, "사설을 통해 35만 대표자에 대해 인신공격으로 일관한다"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반론보도도 요구했다.

또 <경남일보>는 주공과 토공의 통합과 관련한 보도를 냈고 진주시의 국장들이 항의방문하자 황인태 사장은 14일자 기명칼럼을 통해 "정 시장은 보도가 나가자 자신의 수족들을 신문사로 보내 기사에 대해 항의했다"며 "'영혼이 없는 공무원'들이 시장의 지시 없이 스스로 언론사에 찾아와 항의했을 것이라고 믿을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고 시장뿐만 아니라 간부공무원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이에 간부공무원들이 나서 성명을 발표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더욱이 공무원 노조에서도 간부공무원들과 입장을 함께 하면서 동참할 뜻을 밝혀 이번 사태가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