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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가르치는 보람으로 사는 사람들

보육원에 간 고교생 선생님…어촌마을 찾은 경찰 선생님

여기 가르치는 보람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보육원 아이들을 가르치다 = '푸른 우리 새 물결 봉사단'은 청소년과 그 가족으로 구성된 봉사단체다. 현재 회원은 초·중·고등학교 학생과 대학생 명예회원을 포함해 48명이다. 고등학생이 제일 많다.

이들은 지난 5일 마산시 구암동에 있는 아동 보육원 '인애의 집'을 찾았다. 이날 이들은 보육원에 있는 유아와 초등학생 18명에게 영어와 수학·국어 등을 가르쳤다.

"배우는 게 더 많은 멘토링"

회원은 앞으로 1년 동안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서 4시까지 이렇게 아이들을 가르칠 예정이다. 수업은 회원을 4개 조로 나눠 매주 한 조가 진행하기로 했다. 우선 한 시간은 영어 시간이다. 이때는 아이들을 모두 모아 놓고 수업을 진행한다. 이어 나머지 한 시간은 국어나 수학 등 교과목 수업을 개별적으로 진행한다. 영어 시간을 빼면 선생님은 주로 고등학생 회원이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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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우리 새 물결 회원이 마산 인애의 집 아이들과 수업을 하고 있다. /푸른 우리 새 물결 제공



아이들을 가르칠 교재는 모두 봉사단 후원회가 마련했다. 후원회는 학부모 25명으로 구성돼 있다.

마산 합성동 대신서점 이강래 대표와 봉사단체인 마산위드라이온스가 아이들에게 줄 책을 후원할 계획이다. 또 앞으로 대학생 명예회원도 함께할 거란다.

봉사단 운영위원장인 창신고 김재하 교사는 자신도 학생인 회원이 어려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배우는 게 더 많겠다 싶어 이 일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고민은 지난해 열린 전국 중·고생 자원봉사활동 세미나에서 시작됐다.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국가나 사회단체에서는 주로 먹고사는 일에만 지원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 교육은 거의 소외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김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토론을 한 다음 마산 인애의 집에 멘토링 사업을 하자고 건의했다.

인애의 집 오진웅 사무국장은 일단 시작은 했지만 조심스럽다고 했다. 취지는 좋지만 중·고등학생들이 가르치는 것이라 불안한 마음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낯설어하면서도 재미있어한단다.

봉사단 회원도 적극적이다. 봉사단 회원 문광민(창신고 2학년) 군은 처음에는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몰라 어려웠는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어민들을 가르치다 = 요즘 마산시 진전면 창포마을 어민들의 표정이 밝다. 소형선박 조종사 면허를 딴 사람이 많아서다. 지난 2005년 선박직원법이 바뀌어 오는 10월부터는 5t 미만의 작은 배도 선박 조종사 면허가 있어야 몰 수 있다. 그래서 낚싯배를 운영하는 주민들은 지난해부터 부랴부랴 시험을 봤지만 합격한 사람이 없었다. 글을 모르는 어민이 있어 면접 식으로 시험을 보는데도 그랬다.

해경 마산 고현출장소 배수근 경사가 어민들을 대상으로 소형선박 조종사 면허 시험 교육을 하고 있다./고현출장소 제공

그런데 최근 '구세주'가 나타났다. 통영해양경찰서 마산 고현출장소 배수근 경사다. 어민들의 고민을 들은 배 경사는 지난해 말부터 어민들을 대상으로 면허시험 교육을 하고 있다. 직접 예상 문제집도 만들었다.

그러자 합격자가 많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4회 시험에서는 교육을 받은 30명 중 18명이 합격했다. 이어 올해 2월 치러진 시험에서도 25명이 합격했다. 이제 창포마을 어민 중에 면허가 없는 사람보다 있는 사람이 더 많다.

"선박 조종사 면허 위해"

배 경사는 운항 경험이 많은 어민이 자꾸 시험에서 떨어지는 게 안타까워 교육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문제가 어려운 게 아니라 용어를 모른다는 게 핵심이었다. 어민들이 쓰는 용어는 주로 일본식 말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로 치면 전조등에 해당하는 선박용 등을 '현등'이라고 한다. 어민들은 이를 '겐또등'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면접관이 현등이 어쩌고 하고 물으면 어민들이 알아듣지를 못하는 거다.

오는 26일과 28일 올해 2차 시험이 치러진다. 배 경사는 지난 3일 면허가 없는 어민들을 모아 교육을 했다.

그는 이제 창포마을뿐 아니라 다른 마을에도 불려다닌다.

창포마을 이수길 어촌계장은 이번 시험에서도 많은 사람이 합격할 것 같다며 아마 마산수협 담당지역에서 가장 높은 합격률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남도민일보 이균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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