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맛집

[문화해설사와 함께하는 히스토리]③ 김해

빗살무늬토기에서 근대 찻사발까지 모든 도자기의 도시
청동기 시대부터 근대까지 모든 도자기 출토된 '세계적인 문화유산' 간직한 곳


 
사용자 삽입 이미지
 
 
  분산성에서 바라 본 김해시 전경.  
 
만약 '제4의 제국'인 가야사를 빼버리면 김해의 역사는 없어지는 것일까.

김해에서 문화유적 해설을 하는 김유길(41) 씨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김 해설사는 "수천 년 역사에서 600년 가야사는 김해 역사 중 일부분입니다. 수로왕릉이나 허왕후릉 등 가야시대의 유물과 유적이 많지만 이것이 김해 문화유적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편협한 시각입니다. 김해에는 가야의 범위를 벗어난 유산이 많습니다"라고 말한다.

김 해설사가 추천한 김해 대표 문화유산은 '도자기'와 '장군차'다. 그가 김해는 도자기와 차의 성지(聖地)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뭘까.

김유길 해설사의 설명으로 김해에서 그 흔적을 찾아봤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임진왜란 때 일본이 김해에서 가지고간 할고태다완. 제기로 사용되던 것을 다완으로 쓰려고 손잡이를 떼어낸 자국이 남아있다.(원 안)
 
 
◇차와 자기가 만난 곳 = 청동기 시대 대표 토기인 빗살무늬토기에서 민무늬, 와질토기, 가야토기, 청자 분청, 순수백자, 다완, 청화백자, 철화 등 근대까지 만들어진 모든 도자기가 김해에서 출토된 점은 다른 도시나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문화유산이다.

게다가 현대 도자기까지 섭렵하는 세계 최초 건축 도자 전시관인 클레이아크 미술관까지 들어선 김해는 도자기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문명을 결정짓는 기준은 대부분 유물로 구분하는데 그 원천기술이 열처리 기술입니다. 노천에서 600℃로 굽던 청동기 토기부터 1300℃까지 온도를 자유자재로 이용해 분청사기와 청자를 생산하기까지 그 역사가 바로 가야의 역사입니다. 온도를 다루는 기술은 지금으로 따지면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만큼이나 섬세한 최고급의 기술이며 당시 권력의 상징이었습니다."

이런 역사지만 현재 김해에서 실제 가마터(요지)는 한 곳도 찾아볼 수 없다. 동상동에서 분산성을 가로지르는 언덕에 자리 잡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수백의 옛 가마터에는 지금 민가와 아파트가 들어서 그 흔적조차 둘러보기 어렵다.

혹시라도 민가 아래 남아있을 가마터는 출토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아파트가 들어선 땅은 지반 안정화 작업으로 남아 있을 리 만무하다.

잃어버린 가마터가 아쉬웠을까. 현재 국립김해박물관은 불을 사용했던 조상의 지혜를 상징하며 화로 형태로 건물을 지었다. 검은 벽돌로 섬세하게 외장한 박물관이다.

실제 가마터 발굴에 조금 더 노력을 쏟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국보급 막사발 = 조선의 막사발이 일본의 국보가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우쭐해진 한국인. 과연 그럴까.

"임진왜란 때 김해에 상륙한 왜장은 먼저 김해 향교로 향합니다. 제기로 사용하는 사발을 빼앗아가기 위함입니다. 10여 개를 가져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전해졌는데 그 중 하나가 할고태다완(割高台茶碗; 일본명 와리고다이 자완)입니다. 이 다완이 일본 모든 다완의 모델이 됩니다. 그래서 일본에선 임진왜란을 '찻사발 전쟁'이라고 부릅니다."

실제 일본에서 출판된 도록에도 '할고태다완'은 제기로 사용하던 흔적이 남아 있다. 양쪽으로 손잡이처럼 붙어 있던 날개를 다완으로 쓰고자 떼어낸 자국이 역력하다.

이쯤 되면 일본인이 그렇게 칭송하던 작품이 이 땅에서 흔해 빠져 막 쓰던 사발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작품을 보는 심미안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1980~90년대까지 김해에 관광 온 일본인이 사기의 파편인 사금파리를 주워가는 것을 우습게 볼 일이 아니었다는 것은 늦은 깨달음이다.

◇가야인의 기질이 경남사람의 기질? = 가야인은 북방민족의 기질을 보인다.

한 곳에서 농경생활을 하기보다는 유목을 즐기고 기마문화에 익숙하다. 무역을 통한 모험심 강한 기질도 보였으리라 짐작된다. 하지만, 유물만으로는 가야인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 벅차다.

그러나 대성동 고분 박물관에 가면 독특한 모양의 배가 눈에 띈다. 뱃머리와 꼬리를 치켜세운 형태의 배가 모형으로 전시되어 있다.

최근에 만들어진 배와 비교해도 독특하다. 일종의 '콘셉트 배'라고 해도 좋다. 이 배가 가야인의 기질을 보여주는 건 아닐까.

"폭이 좁고 날렵해 빠른 속도를 이용한 무역선으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김해지역이 무역의 중심이었다는 점과 맞아떨어집니다. 중국의 자기나 일본의 파형동기 등 많은 수의 국외 유물이 김해에서도 발견되는 점과도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이 독특한 모양은 가야시대의 한 토기에서 그 모양을 찾아냈다. 아직 학술적으로 충분히 검증받지 못한 배이지만 그 형태를 접한 이들에게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직접 토기를 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 현재 이 토기는 국내 도자기 컬렉션으로 유명한 서울 호림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김유길 해설사  
 
김유길 해설사가 추천하는 '도자기 테마여행'

현재 국립 김해박물관 전시실은 시설공사 중이며 관심을 받는 명품 유물만 골라 교육관으로 쓰이는 가야누리에서 전시 중이다. 도내 전역의 가야유물을 모아놓았기 때문에 김해만의 유물은 아니다. 입장은 무료다.

대성동 고분박물관은 대성동 고분 앞에 자리하고 있어 실제 현장감이 살아있다. 노출전시관은 29호와 39호의 두 목곽묘를 발굴 당시 그대로 보전해 무덤에 묻힌 토기의 실제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김해 도예촌은 많은 공방이 밀집된 곳이다. 여러 장인에 의해 상업적 자기들이 만들어진다. 몇몇 공방을 둘러보면 도공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 자기를 제작하고 있다. 마음에 드는 자기는 공장도 가격으로 살 수도 있고 운이 좋다면 가마에 불을 때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은 현대식 도자기 체험에 유용하다. 예약을 한다면 직접 도자기 만들기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주요 코스 = 국립 김해박물관(055-325-9332) → 대성동 고분박물관(055-331-2357) → 진례면 김해 도예촌 →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055-340-7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