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장풍습에서 비롯된 용어 아직 보훈대상 명칭으로 사용 '눈살'
6월 호국의 달 중 10일부터 20일까지는 '감사의 기간'이다. 이 기간에는 전국 16개 시·도가 일제히 보훈대상 시상식을 연다.
마산보훈지청도 13일 오후 2시 성산아트홀 대극장에서 보훈가족 800명을 모아 놓고 '제22회 경남보훈대상 시상식'을 개최한다. 이날 전갑연(75·마산) 씨에게 '장한 미망인상'을 주는 것을 비롯해 장한 용사, 장한 아내, 장한 유족, 특별보훈자 등 5개 분야 상을 준다.
문제는 '장한 미망인'이다. 아직도 미망인이란 말을 보훈지청과 경남도를 비롯해 각종 행정기관에서 쓰고 있다. 미망인은 아직 죽지(亡) 않은(未) 사람(人)이란 말로, 옛날 순장의 풍습에서 나온 말이다. 생전에 모시던 주인 혹은 절대자가 죽으면 가솔까지 함께 묻어 저승에서도 이승처럼 '누릴' 수 있도록 죽은 자를 중심으로 한 배려다.
그러므로 미망인은 순장 풍습대로라면 남편을 따라 마땅히 죽었어야 할 목숨인데 '죽지 못해 사는 삶', '죽은 남편을 버리고 혼자 살아남은 죄인' 등의 뉘앙스가 깔려 있는 것이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잃은 이의 유족을 기려야 하는 호국보훈의 달에 가장 먼저 없어져야 할 단어다.
경남대 박태일 교수(국문학과)는 "미망인은 대표적인 가부장제 때의 언어로 쓰지 말아야 한다"며 "남성중심 사회에서 나온 말을 남녀평등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쓸 필요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시대착오적인 단어가 왜 없어지지 않는 걸까. 게다가 전쟁 유족을 모시고 살펴야 할 보훈청이 나서서 이런 상 이름을 정한 이유는 뭘까.
마산보훈지청 관계자는 "대한민국 전몰군경 미망인회라는 보훈단체가 있고, 이분들이 미망인이라는 단어를 꺼리지 않기 때문"이라며 "보통 당사자가 어떤 부분이 잘못됐으니 바꿔달라고 하면 고려해봐야 하는데 그런 요구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망인이라는 이름을 스스로 붙인 '대한민국 전몰군경 미망인회'의 말은 다르다.
대한 전몰군경 미망인회 관계자는 "앞선 선배들이 미망인이라는 말이 맞지 않다고 한 때 바꾸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며 "그러나 명칭이 너무 고착되고 달리 부를 말이 적절히 떠오르지 않아서 고수하고는 있지만 좋은 대안이 있으면 심사숙고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요컨대 먼저 간 남편을 따라 죽지 못했다며 스스로 미망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애잔한 마음과 함께 자기를 낮추는 겸손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이 부를 때는 문제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특히 미망인회가 주는 상은 장한 미망인이 아니라 '장한 어머니' 상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지난 79년 상을 제정한 후 줄곧 쓰고 있는 이름이다.
이 관계자는 "'보훈대상 미망인 부문'이라고 칭하면 그런대로 괜찮은데, '장한 미망인상'이라는 이름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전쟁에서 남편을 잃은 부인이기도 하지만 스스로의 삶이 있는 한 인간"이라며 "의로운 부인이라거나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부르면 된다"고 주장했다.
/경남도민일보 진영원 기자 (원문 보기)
6월 호국의 달 중 10일부터 20일까지는 '감사의 기간'이다. 이 기간에는 전국 16개 시·도가 일제히 보훈대상 시상식을 연다.
마산보훈지청도 13일 오후 2시 성산아트홀 대극장에서 보훈가족 800명을 모아 놓고 '제22회 경남보훈대상 시상식'을 개최한다. 이날 전갑연(75·마산) 씨에게 '장한 미망인상'을 주는 것을 비롯해 장한 용사, 장한 아내, 장한 유족, 특별보훈자 등 5개 분야 상을 준다.
문제는 '장한 미망인'이다. 아직도 미망인이란 말을 보훈지청과 경남도를 비롯해 각종 행정기관에서 쓰고 있다. 미망인은 아직 죽지(亡) 않은(未) 사람(人)이란 말로, 옛날 순장의 풍습에서 나온 말이다. 생전에 모시던 주인 혹은 절대자가 죽으면 가솔까지 함께 묻어 저승에서도 이승처럼 '누릴' 수 있도록 죽은 자를 중심으로 한 배려다.
그러므로 미망인은 순장 풍습대로라면 남편을 따라 마땅히 죽었어야 할 목숨인데 '죽지 못해 사는 삶', '죽은 남편을 버리고 혼자 살아남은 죄인' 등의 뉘앙스가 깔려 있는 것이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잃은 이의 유족을 기려야 하는 호국보훈의 달에 가장 먼저 없어져야 할 단어다.
경남대 박태일 교수(국문학과)는 "미망인은 대표적인 가부장제 때의 언어로 쓰지 말아야 한다"며 "남성중심 사회에서 나온 말을 남녀평등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쓸 필요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시대착오적인 단어가 왜 없어지지 않는 걸까. 게다가 전쟁 유족을 모시고 살펴야 할 보훈청이 나서서 이런 상 이름을 정한 이유는 뭘까.
마산보훈지청 관계자는 "대한민국 전몰군경 미망인회라는 보훈단체가 있고, 이분들이 미망인이라는 단어를 꺼리지 않기 때문"이라며 "보통 당사자가 어떤 부분이 잘못됐으니 바꿔달라고 하면 고려해봐야 하는데 그런 요구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망인이라는 이름을 스스로 붙인 '대한민국 전몰군경 미망인회'의 말은 다르다.
대한 전몰군경 미망인회 관계자는 "앞선 선배들이 미망인이라는 말이 맞지 않다고 한 때 바꾸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며 "그러나 명칭이 너무 고착되고 달리 부를 말이 적절히 떠오르지 않아서 고수하고는 있지만 좋은 대안이 있으면 심사숙고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요컨대 먼저 간 남편을 따라 죽지 못했다며 스스로 미망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애잔한 마음과 함께 자기를 낮추는 겸손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이 부를 때는 문제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특히 미망인회가 주는 상은 장한 미망인이 아니라 '장한 어머니' 상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지난 79년 상을 제정한 후 줄곧 쓰고 있는 이름이다.
이 관계자는 "'보훈대상 미망인 부문'이라고 칭하면 그런대로 괜찮은데, '장한 미망인상'이라는 이름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전쟁에서 남편을 잃은 부인이기도 하지만 스스로의 삶이 있는 한 인간"이라며 "의로운 부인이라거나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부르면 된다"고 주장했다.
/경남도민일보 진영원 기자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