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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둘레길을 가다

대자연과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길

[지리산 둘레 길 2구간]함양 마천면 의탄교 ~ 함양 휴천면 세동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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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탄교에서 세동마을로 이어지는 지리산길 2구간 '산사람길'은 일명 '빨치산 루트'라는 명성에 걸맞게 험한 산길로 이어지지만 그 반대급부로 탄성을 자아낼만한 경치를 제공한다.

의탄교에서 의중마을-서암-벽송사-송대마을-세동마을로 이어지는 지리산길 2구간 능선길은 체험보다 도전이 더 어울리는 구간이다.

◇태양을 피해 입산하다 = 2구간은 한낮 땡볕을 피해 점심을 먹은 후 출발하였다. 그래도 푹푹 찌는 더위는 산마저 잡아먹을 기세지만 산에 들어서면 키 큰 나무가 보호막을 잘 만들어 놓았다. 다만, 움직이는 몸 구석구석에는 땀이 흥건히 베일뿐이다.

1구간이 끝나는 금계마을 마을버스정류장에서 2구간은 시작된다. 이곳에서는 처음으로 강을 건너야 한다. 엄천강을 가로지르는 의탄교는 좁은 다리로 차량이 1대 겨우 지나가는 정도다. 그래서 다리 반대편에서 차량이 오고 있는지 확인하고 건너야 한다.

의탄교를 건너면 의평마을과 의중마을 사이의 논밭이 펼쳐진다. 마을로 들어서는 길에는 600살 먹은 느티나무가 버티고 섰다. 길은 여러 접속도로와 겹쳐 지리산길인지 확인하기 바쁘다. 이땐 종종 길을 잃고 마을 쪽으로 걸어가기 십상이다. 근처를 휘둘러보면 논 건너편 뒷산으로 올라가는 좁다란 오솔길이 하나 있는데 입구에 반가운 표지목이 하나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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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소원을 빌며 쌓아놓은 돌 무더기.  
 

◇서암정사로 가는 옛 절길 = 의중마을에서 벽송사로 가는 옛길은 그 흔적을 고스란히 남겨놓아 지리산길의 명코스로 손꼽힌다.

그 길을 이용하던 옛 사람들은 불공을 드리러 절을 향해 갔던 사람, 산나물을 캐고자 지나던 마을 주민과 약초와 산삼을 캐기 위한 꾼 등 다양했을 것이다. 그들의 발걸음이 남겨놓은 길은 현재 석축을 쌓아놓아 편하게 다니게끔 하여 놓았다.

길을 걷던 중 벌 한 마리가 날아다닌다. 얼마나 더 갔을까. 수 십개의 벌통이 보인다. 여왕벌을 향한 일벌의 만찬준비가 한창이다. 일벌을 방해했다가는 큰일이 날 듯하여 카메라를 줌으로 한 후에 사진만 찍고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대나무가 가득한 숲으로 들어서니 간판 하나가 보인다. '쉿! 동물들의 은신처 시누대 숲'이라 적혀있다. 대나무의 일종인 시누대가 동물들이 은신하기 좋은 곳이라 낮에 천적을 피해 숨어있는 동물을 놀라게 하지 말하는 경고다. 살금살금 지나가는 것이 좋겠다. 그래도 이곳의 터줏대감 대접은 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서암정사로 들어서기 전 굴참나무가 빽빽하다. 코르크를 만드는 나무답게 나무 표피를 누르면 폭신한 기분에 계속 만지게 되는 나무다.

◇빨치산의 기분으로 걷다 = 서암정사를 거치면 참선도량으로 유명한 벽송사가 나온다. 입구에는 나무 장승이 손님을 맞는다. 장승 옆에는 샘터가 있어 목을 축일 수 있다. 길은 이곳에 들려 지리산길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한다. 왜냐면 이곳부터 2구간이 끝나는 구간은 '빨치산 루트'로 통한다. 벽송사도 예외 없이 빨치산의 야전병원 역할을 하던 곳이기도 하다. 동족 간의 뼈아픈 생채기가 있었던 현장이다. 국군에게는 '공비토벌루트'로 이름 붙인 산길이 벽송사 절 오른편으로 맞이한다.

숲길은 청정 그 자체다. 초록의 빛이 눈을 물들인다. 인적이 드문 것은 지금까지 숲길과 달리 조금 험하다. 그래서 지리산 능선길에는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고 산책하는 스님만이 간혹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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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공비토벌 루트 시작을 알리는 표지판.  
 

◇발아래 용유담 = 걷기를 한참 하다 보면 송대마을이 나온다. 이곳부터는 내리막길이다. 시멘트 길과 흙길이 번갈아 이어지는 임도는 산 능선을 타고 가는 바람에 경치가 파노라마로 전해진다.

굽이 흐르는 엄천강과 용유담을 발아래에 두고 걷다 보면 이내 언제 왔는지 모를 세동마을로 접어든다.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마을은 담도 낮아 집안일은 모두 알 수 있을 정도다. 순박한 산촌의 전경이 가방을 내려놓게 한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다 = 2구간을 끝으로 지리산길을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멈췄지만 이내 다시 길이 열릴 것으로 믿고 있다. 그때가 언제인지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지리산길을 걸은 많은 이들의 소망은 곧 800리 지리산 둘레길을 모두 이을 수 있을 것이다.

들과 산과 강에 사람 하나 지나가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듯싶지만 모두가 안전하게 건너가도록 하는 일이라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하면 다음 3구간이 열릴 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주변에 가볼만한 곳 < 서암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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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에 가볼만한 곳 < 서암정사 >  
 
서암정사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지리산 벽송사의 유일한 작은 암자였다. 그러다 벽송사 조실 원응스님이 암자 내의 바위에 사천왕과 자연동굴을 만들고 석굴암에 버금가는 극락전과 비로전 등 곳곳에 불교 조각품을 만들어 암자에서 절로 승격이 되었다.

서암정사는 지금껏 봐온 사찰과는 건축양식부터 색다르다. 불교의 가르침이야 다른 사찰과 다를 것이 없겠지만 관광객으로서는 사찰 전체가 조각품으로 구경할 정도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서암정사의 입구에는 덩치 큰 돌기둥이 속세의 중생을 더 작게 만든다.

돌계단을 오르면 부처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대방관문이 있어 통과해야 한다. 아직 공사 중이라 굴착기와 자재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사찰이지만 사찰을 찾은 이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것이 굴법당이다. 거대한 바위에 입구와 출구를 만들고 법당을 만들었다.

수많은 보살과 부처상은 모두 돌을 쪼아 만든 부조 조각이다. 천장도 마찬가지다. 10년에 걸친 스님의 수행(작업)은 자연 암반에다 굴을 파고 조각을 함으로써 불교예술의 극치를 이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건축학적으로도 특이한 기법을 보이고 있다.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칠선계곡의 초입에 있어 많은 신도와 관광객들이 벽송사보다 더 즐겨 찾는다.


알아두면 좋아요

지리산길 개통 두 구간 중 2구간은 만만한 길이 아니다. 안내 표지목이 시의적절하게 안내하고 있지만 자칫 잘못 길을 들어섰다가는 지리산 산세에 갇혀버릴 수도 있다. 악천후라도 예상된다면 더욱 그러하다.

게다가 오후에 출발한다면 이곳저곳 구경하여야 해 떨어지는 시간에 다 마치지 못할 수도 있다. 오전에 출발해서 지리산길 안내센터(063-635-0850)에 문의 후 길을 나서는 것도 안전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길동무라도 만들어준다며 더욱 좋다.

인터넷 검색을 하려면 www.trail.or.kr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여름에는 가시풀이 간혹 다리에 생채기를 내기도 한다. 될 수 있으면 긴 바지를 입기를 권한다. 물도 넉넉할수록 든든하다.


/경남도민일보 여경모 기자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