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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학생들의 도 넘은 '생일빵'

밀가루 뿌리고 전봇대 묶어 마구 구타…가학적 행위로 친구생일 축하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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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오후 창원의 한 주민자치센터 앞에서 한 여중생이 온몸이 묶이고 밀가루 등으로 범벅이 된 채 친구들로부터 일명 '생일빵'을 당하고 있는 모습. 이 학생들은 자신들을 말리는 시민과 승강이가 붙어 결국 경찰서까지 가야만 했다. /조현열 기자 chohy10@  
 
생일을 맞은 친구를 전봇대 등에 묶어놓고 마구 때리는 이른바 '생일빵'이 경남 도내 청소년 사이에서도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어 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생일빵이란 생일을 축하할 때 친구들이 장난으로 때리거나 골탕을 먹이는 것을 일컫는 신조어. 이처럼 또 다른 얼굴의 학교폭력이라 불릴 정도의 생일빵이 도를 넘어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왜 참견하세요?" = 회사원 조모(45) 씨는 지난 9일 오후 4시께 창원의 한 주민자치센터 주변을 지나다가 살벌한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중학생 정도의 한 여학생이 펼침막을 걸어두는 지정게시대에 온몸이 묶인 채 밀가루와 케첩, 마요네즈 등으로 범벅이 돼 10명이 넘는 또래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던 것이다.

이어 아이들은 묶여있는 여학생을 때리기까지 했다. 보다 못한 시민들이 아이들을 말리기 시작하자 한 아이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 "우리 그냥 생일빵하는 건데 왜 참견하세요?" 시민과 여중생들의 승강이는 결국 경찰이 출동하는 상황까지 이어졌고, 이들 학생 10여 명은 고스란히 인근 지구대로 끌려가야만 했다.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도 황당할 따름이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는 "아이들이 우르르 지구대로 들어오는데 유독 한 아이가 온몸이 엉망진창이었다"면서 "그게 생일빵 놀이라는 소리를 듣고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도를 넘은 생일빵 = 지난해부터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진 살벌한 생일빵이 최근 들어 우리 지역에서도 어렵지 않게 목격되고 있다.

생일을 맞은 친구를 묶어놓고 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밀가루나 달걀, 케첩, 마요네즈, 식용유 세례를 퍼붓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달 부산의 한 남자 중학생이 친구들의 생일빵 구타로 신장이 파열되는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입원치료 중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준 사건이 있었다. 문제는 심각한 폭력사태로 이어질 수 있는 이 같은 행동에 대해 청소년들이 너무나도 무심하다는 것이다.

마산의 한 고등학생은 "웬만한 애들은 다들 생일빵을 한다"며 "맞을 때야 아프지만 다음번에는 내가 때릴 테니까 상관없다"고 말했다. 창원의 한 중학생도 "생일 맞은 친구한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주기 위한 우리만의 문화다. 요즘은 초등학생도 다 한다"며 별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하지만, 졸업식날 교복을 찢거나 밀가루 세례를 퍼붓는 등 청소년 놀이문화가 점점 폭력화되고 있다는 점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교육당국 대책 절실" = "장난으로 한 생일빵이라고는 하지만 자칫 집단구타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아무리 축하의 의미라고 하지만 엄연히 학교폭력이나 다름없다. 우리 아이도 조만간 생일인데 걱정이다. 학교의 교육이나 대책이 절실하다."

중학생, 고등학생 남매를 둔 한 학부모의 하소연이다. 이처럼 아이들의 생일빵을 바라보는 학부모들은 '혹시 우리 아이도?'라는 생각을 떨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교육당국은 점점 폭력·극단화되고 있는 생일빵 폭행에 대해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경남도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이 정도로까지 상황이 심각한 줄은 몰랐다"며 "우선 각급 학교를 상대로 실태를 파악한 다음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경남도민일보 조현열·김성찬 기자 (기사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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