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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누구네 애는 몇등인데…" "엄마 제발! 그 말만은"

청소년들 "내 편이 단 한명만이라도 있었으면…"
'자살예방 심포지엄'서 스트레스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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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오후 경남종합사회복지관에서 경남자살예방협회와 마산청소년 문화의 집 주최로 제3회 생명존중 및 자살예방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 첫 발제자인 지종해(마산 용마고 2년·왼쪽) 학생이 '청소년 자살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어요"(ㄱ 양·고3), "노력한 만큼 성적이 안 나와요"(ㄴ 군·중2), "부모님이 계속 싸우세요."(ㄷ 양·초등6)

어린 자녀들이 '죽음'에 관심을 두거나 '죽어버리겠다'고 말한다면,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

한 해 평균 고교생 75명, 중학생 31명, 초교생 3명 등 109명이 이 같은 고민을 해결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매년 고교 2학급, 중학교 1학급이 '자살'로 사회에서 사라지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2시 경남종합사회복지관 강당에서 경남자살예방협회 주최로 '제3회 생명존중 및 자살예방 심포지엄'이 열려 '청소년 자살의 대응방안'에 대해 학생들이 직접 논의를 해 관심을 끌었다.

◇'엄친아(엄마의 친구 아들)'와 성적 비교는 자살 문제 야기 = 청소년들은 성적 지상주의가 청소년들을 자살로 내몰고 있다고 했다.

마산 용마고 2년 지종해 군은 '청소년 자살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이라는 발제에서 중·고교생 178명으로부터 받은 자살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 군은 지난 4월 26일 마산 창동 사거리에서 '제1회 청소년 문화존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14.9%(24명)가 최근 3개월 사이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답했다.

특히 자살 충동을 '꽤 많이 느꼈다'고 응답한 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고 느낄 때'(9.6%), '성적이 급격하게 떨어졌을 때'(8.4%), '내가 노력한 만큼 성적이 안 나왔을 때'(8.4%) 순으로 응답해 성적 중압감이 자살을 떠올리는 중요 요인으로 꼽았다.

이와 관련, 창원문성고 1학년 서지연 양은 "작년 11월 쌍둥이 여고생 자매가 옥상에서 투신해 자살한 사고가 발생하자, 어른들이 겨우 성적 때문에 그렇게 끔찍한 행동을 하느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며 "그렇지만, 우리가 겪는 고통은 지극히 개별적이고 주관적이라 타인이 함부로 그만한 고통도 이기지 못하느냐고 말할 순 없다"고 말했다. 특히, '누구누구네 집 아이는 몇 등이더라'며 비교 대상이 되는 '엄친아'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세상에 내 편이 되어 주는 사람' 있으면, 자살 예방 가능해 = 청소년들은 자살예방도 중요하지만 청소년들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 주는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산제일여고 1학년 김지수 양은 "무관심은 사람을 죽이는 것이나 똑같은 것"이라며 "관심을 두고 한번이라도 옆에서 '힘내'라고 격려하면서 서로의 목표를 향해 나가자"라고 강조했다.

한편 '청소년 자살의 효율적인 대응방안'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한 배명옥 김해 해맑은 정신과 원장은 "청소년은 부모나 교사의 꾸중, 친구들의 놀림 등 정서적 문제, 학업 문제, 시위 등의 이유로 자살을 하고 있다"며 "학교에서 전문 상담가를 배치해 위기 상담과 가족 치료를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경남도민일보 우귀화 기자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