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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세계여행](5)아시아-인도 국경 편
네팔서 인도 국경 넘자마자 관광전용버스 미끼 사기 당해 황당
바라나시행 로컬버스 티켓 4배나 비싸게 구입 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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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진작가가 인도의 대표적인 이슬람 건축물 타마하르를 배경으로 자무나 강을 건너는 인도인들을 촬영하고 있다. /뉴시스(로이터)  
 
"너 인도 가거든 정신 바짝 차리고 다녀라. 워낙 땅덩어리도 넓고, 사람도 많다 보니 별의별 일이 다 있더라. 특히 사기꾼 조심하고."

세계 일주를 시작하기 전, 인도를 여행했던 친구가 충고했다. 당시 나는 녀석에게 "너처럼 어수룩한 애들이나 사기를 당한다"며 퉁을 놓았다.

10억 다민족 국가 인도…혹독한 신고식

맙소사! 인도 땅에 발을 딛자마자 사기를 당했다. 정말이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쓴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비극(?)은 인도와 네팔의 국경 도시, 소나울리에서 발생했다. 네팔 여행을 마치고 인도의 바라나시로 향하던 중 '그'와의 악연이 시작된 것이다.

양국 국경에서 바라나시로 가려면 기차나 버스를 타야 한다. 여행자 대부분은 기차를 택한다. 쾌적하고 빠른데다 안전하기 때문. 다만, 기차는, 당일 예매가 안 돼, 국경 근처에서 하루를 지내야 한다.

반면 현지인이 이용하는 이른바 '로컬버스'는 잦은 정차와 연착, 낙후된 시설로 여행자가 피하는 교통수단이다. 특히 도로사정이 좋지 않은 인도에서 10시간이 넘는 버스 여행은 고생을 자초하는 일이다. 돈만 내면 바로 탈 수 있다는 장점은 이 같은 단점들에 묻혀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출입국사무소에서 수속을 마치고, 인도 땅을 밟았다. 그때 '그'가 다가왔다. 상냥한 목소리로 합장을 한 채 '나마스떼'(두 손을 모은 채 하는 인도의 인사말)를 외치는 '그'. 온화한 표정, 순박한 눈빛, 말쑥한 차림, 유창한 영어, 한눈에 호감을 주는 인상이다. 담소 끝에 '그'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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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의 로컬버스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기피대상이다. 인도 국경에서 호객꾼에게 속아 정상가보다 4배나 비싼 값을 치르고 탄 로컬버스. 15시간의 여정이 15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기차 타려면 여기서 하루 묵어야 하는데, 시간이랑 돈이 아깝지 않아요? 제가 여행사를 하는데 외국인을 위한 관광버스가 있어요. 로컬버스보단 조금 비싸지만 시설이 끝내줘요. 정차 없이 한 번에 바라나시로 가기 때문에 10시간도 안 걸려요. 지금 몇 자리 안 남았는데 빨리 예약하면 탈 수 있어요."

이미 경계를 풀어 제친 나는 순순히 '그'의 뒤를 쫓았다. 골목골목을 누빈 끝에 허름한 사무소에 당도했다. 무허가 판자촌을 연상케 하는 그곳에는 변변한 간판조차 없다. 마음 한 편에서 '의심'이라는 여행자의 본능이 꿈틀대기 시작할 즈음, '그'가 결정타를 날렸다.

최신시설의 버스 사진이 박힌 티켓을 눈앞에 내밀더니 친절히 좌석번호를 확인해 준 것. 인도정부의 사업자 허가번호는 물론 차량보험 인증서까지 첨부된 티켓 앞에 모든 의혹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 길로 나는 로컬버스의 4배에 달하는 거금을 주고 표를 샀다. 부담스러운 비용이었지만, 기차를 타고자 지출해야 할 체류비와 소요 시간 등을 고려할 때 수지가 맞는 장사라 여겼다. 표를 들고 아이처럼 좋아하던 내게 '그'가 말했다.

"친구는 운이 좋은 거예요. 이 버스 인기가 많아서 좌석 구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한 시간 있다가 버스가 도착할 겁니다. 저는 볼 일이 있어서 잠시 갔다 올게요. 이따 봐요." 그것이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한 시간 후면 온다던 버스도 '그'도 두 시간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당했구나….'

집채만 한 배낭을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멍하게 하늘을 보니, 무심하게도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푸르다. 짧은 시간에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그'를 찾아 나설까 하다 이내 마음을 접었다.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요, '모래 언덕에서 바늘 찾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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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억 인구의 인도에는 그 수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사진 속 인파 속에는 분명히 좋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존재한다. 한 단면으로 전체를 판단하기엔 인도는 너무도 넓고 큰 나라다. /윤유빈 객원기자  
 
모든 걸 체념한 순간, 먼발치에서 뿌연 흙먼지가 일더니 버스 한 대가 다가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끄러운 굉음과 함께 나타난 버스는 70~80년대에 우리나라 도로를 누볐을 법한 낡은 '고철 덩어리'다.

멀뚱멀뚱 나를 보던 버스 안내원이 바라나시행이니 어서 타란다. 내가 표를 내밀자, 그가 '씩'하고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아마도 '바보 같은 외국인이 또 낚였군' 하는 눈치다. 모든 게 확실해졌다. 애초에 외국인을 위한 관광버스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버스 안은 겉모습보다 더 가관이었다. 과일 꾸러미와 채소 나부랭이, 짜 파티(인도 전통음식)를 한 짐 실은 광주리, 심지어 병아리로 가득 찬 닭장도 보인다, 시장판이 따로 없다. 그뿐이랴. 딱딱한 등받이 의자에 코를 자극하는 차량 매연, 귀를 찢을 듯 시끄러운 엔진 소리…, 로컬버스의 악명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티켓에 적힌 좌석번호를 차장에게 제시하자, 그가 손사래를 치며 아무 데나 앉으란다. 두 서넛 남은 빈자리 모두 상태가 좋지 않다. 등받이가 휘었거나, 주위에 토사물이 가득했다. 하는 수 없이 삐딱한 등받이 의자에 엉덩이를 반쯤 걸쳤다. 버스는 복장이 터지도록 느렸다. 30분에 한 번꼴로 간이 정류장에 정차하는 통에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꼼짝없이 차안에서 밤을 지새울 판이다. 창밖으로 지는 노을이 왜 그리도 구슬픈지. 하마터면 왈칵 눈물을 쏟아 낼 뻔했다.

우두커니 먼 산을 바라보는데 낯이 뜨겁다. 주위를 둘러보니 차 안의 현지인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 로컬버스를 타는 외국인이 낯선가 보다. 평소 같으면 웃음으로 넘길 상황이지만, 그 순간엔 시선 하나하나가 짜증스럽기만 했다.

여기저기서 호기심 어린 질문이 쏟아졌지만, 침묵으로 일관했다. '트라우마'를 겪은 후 모든 인도인이 '그'로 보였기 때문이다. 배낭을 꽉 움켜쥔 채 부실한 의자에 앉아 있으려니 허리가 끊어질 듯 쑤셨다. 한밤의 열대야에 땀이 그칠 줄 모른다. 온몸에 수분이 빠져나간 탓에 미치도록 목이 탔다.

지옥 같은 밤을 보낸 끝에 바라나시에 도착했다. 물 두통을 사 단숨에 비운 후 그늘을 찾아 앉았다. 10억여 명의 인구 대국답게 거리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시간 앞에 아물지 않는 상처는 없다더니, 차오르던 분노가 차츰 가라앉기 시작했다.

바삐 움직이는 인파를 보며, 저 중엔 좋은 사람들이 훨씬 많을 거라 혼자 중얼거렸다. 마치 주술을 외듯.

나의 인도 여정은 그렇게 호된 '신고식'으로 시작됐다.

/경남도민일보 윤유빈 객원기자 (원문 보기)

Posted by 돼지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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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appyday4y 2008.06.03 14: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룸비니에 대성석가사에 있다가 국경을 넘었습니다.

    그곳 음식 참 맛있죠... 매일 저녁 들리던 여우 울음 소리도.

    근데 버스 파업기간이라 소나울리까지 싸이클릭샤를 무려 2시간 반 타고 왔지요 ㅎㅎ

    소나울리에서 바라나시로 갈때는, 먼저 고락푸르까지 지프로 120루피 줬고 당일 기차 타고 갔습니다.

    성수기가 아니여서 표는 구할수 있었는데 창구를 6번 왔다갔다하니 정신이 없대요 ㅋㅋ

    인도에선 항상 먼저 말거는 인도인은 피해다녔습니다. 얘들은 까졋거니(?) 생각하고요..

    • Favicon of http://skybus.spaces.live.com/ BlogIcon Terry 2008.06.03 17:57  댓글주소  수정/삭제

      happyday4u님, 혹시 제가 아는 분인가요?
      저두 버스파업땜에 대성석가사에서 싸이클릭샤타구 소나울리 넘어왔는데...
      몇년도에 여행하셨어요? 저는 2002년 10월 정도에 네팔에 있었던거 같아요~

  2. 푸른병지기 2008.06.03 14: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행지에 도착하면 먼저 말거는 사람을 조심해야한다는건 초등학생도 아는 사실을,,,,,
    님은 몰랐군요... 인도는 사기당하고도 그래도 가봐야할 곳이기도 하죠

  3. Favicon of http://www.cyworld.com/jesuckchun BlogIcon 뚜르 2008.06.03 14: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쿠. 인도에서는 어느 순간도 방심할 수 없지요 ^-^;
    저는 친구와 둘이 가서 뉴델리 역에서 납치당할뻔 한 걸 겨우 모면했답니다.
    물론 1달쯤 다니니 어떤 게 사기 혹은 뻥튀기 ㅋㅋ 이고 아닌지 조금은 알겠더라고요.

    짐 도둑 맞고, 길거리에서 큰 소리로 싸우고
    난리 난리 쳤는데도 다시 가고 싶은걸 보면,
    정말 매력 있는 나라임에는 틀림 없나봐요 ^-^

  4. 한병진 2008.06.03 16: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행자로서의 기본이 덜된 기자 같구려~~
    그 곳 사람들에 비하면 자신은 얼마나 호사를 누리고 있는지를 알아야 할 것이오~~
    그 사기꾼은 당신마음속의 도둑이오
    당신이 욕심을 내는 것 만큼 당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답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먹고 살기가 어려운 사람들입니다.
    많이많이 뿌리고 오세요~~~

    • 향기로운남자 2008.06.03 18:00  댓글주소  수정/삭제

      한병진님!꼭 말쌈을 이따구로 해야 되겠습니까?
      아무리 가방끈이 짧더라도 어느정도는 예의가 필요하거늘,,,쯧쯧 수양이 모자라도 한참이나 부족하니 포철에가서 철좀들고 오시구랴

  5. 여행자 2008.06.03 16: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하고 똑같은.... ㅜㅜ
    사진보여주면서... 우쓍~~ 우린 4명이서 한방에 당했어요...
    걍 숙박비를 아껴보려고 좀더 좋은 야간버스를 타겠다고 하다가. 완전 낭패였죠..ㅎㅎ

  6. 산티 2008.06.03 18: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구... 인도에서는 프리미어 버스 탄다고 생각하지마시고, 그냥 로컬버스로 다니세요. 로컬버스도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 저도 한 3번정도 인도를 다녔왔는데... 의외로 로컬버스 타면 재미있는 일도 많습니다. 로컬버스에는 휴먼드라마랑 코믹드라마가 교차하는 인생극장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절대로 못 겪는 희귀한 경험도 많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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