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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유빈의 내 맘대로 세계여행

②아시아-중국 편 베이징

자금성 등 옛 유적의 편린, 메트로폴리탄과 '어색한 동거'
곳곳엔 올림픽 '열풍'…도시 전체가 새 단장 맞은 '공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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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랜드마크. 매일 저녁이면 이 곳 천안문에는 국기하향식을 구경하려는 인파로 북적댄다. 천안문은 북쪽의 자금성과 남쪽의 모 주석 기념관을 구분,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상징한다.  
 
베이징 여정은 시작부터 험난했다.

상하이발 열차는 자정께 낯선 역에 이방인을 떨쳐 놓고 저만치 달아났다.

'탁탁'하고 뭔가를 두드리는 소리가 역 안에 진동한다. 거센 빗줄기가 유리창을 때리는 소리다. 암담하다.

낯선 곳에서 한밤중 덩그러니 남겨진 것도 모자라 세찬 비까지….

여정 중 가장 힘든 점은 낯선 곳으로의 이동이다. 숙소부터 교통체계, 먹을거리까지 어느 것 하나 정해진 것 없이 새로 시작해야 한다. 더구나 지금처럼 한밤중에 도착한 경우 치안 문제도 불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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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히 올림픽 광풍이다. 베이징 곳곳에서 올림픽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소매치기, 퍽치기, 장기매매 등 베이징에 대해 들었던 근거 없는 소문이 귓전을 맴돌더니, 다리가 맥없이 풀린다.

북적대던 역사가 점차 고요해졌다. 인파가 줄어들수록 불안감은 곱절이 된다. 서둘러 수첩에 괴발개발 휘갈겨 둔 베이징 내 숙소에 전화를 걸었다.

비가 오는 탓일까 역 근처의 숙소는 모두 만원이다.

키만큼 커다란 배낭을 앞뒤로 두른 채 빗속을 무작정 걸었다. 우산도 우의도 없다. 그냥 내리는 비에 몸을 맡겼다.

그 때였다. 승용차 한 대가 멈춰서더니 조명들을 깜박인다. 베이징 행 기차에서 옆자리에 앉아 인연을 만든 아주머니가 창문 사이로 고개를 내민다. 구세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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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화려했던 황제시대를 상징하는 이화원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  
 
배웅 나온 남편 차로 집으로 향하던 중 나를 발견하고 차를 세운 것이다.

자신이 아는 숙소에 전화를 걸어 방을 잡아준 뒤, 친히 차로 데려다 준다.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고맙다. 여행 시작 후 처음 만난 은인이다.

간밤에 시달린 탓일까. 해가 머리 꼭대기에 앉을 때까지 곯아 떨어졌다. 여느 때와 같이 지도 한 장만 달랑 든 간소한 차림으로 숙소를 나섰다.

햇살이 요란하다. 참 얄궂은 날씨다. 어둠과 비구름이 걷힌 베이징은 거대하고 역동적인 도시였다.

마천루 사이를 바삐 걷는 인파와 번화한 쇼핑가를 걷자니, '인민공화국'이란 사회주의 용어가 무색해진다.

급속한 현대화와 산업화가 낳은 메트로폴리탄에 자금성, 만리장성, 이화원 등 옛 유적의 편린이 어색하게 동거 중인 베이징. 13억 대국의 용틀임을 상징하는 이곳은 지금 온 천지가 올림픽 열풍으로 떠들썩하다.

웬만한 건물은 모두 올림픽을 맞아 새 단장 중이다. 도시 전체가 공사판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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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화원과 함께 13억 용틀임을 상징하는 베이징의 대표적인 유적인 만리장성.  
 
13억 용틀임의 상징 올림픽 열풍에 들썩

거리에는 베이징 올림픽 홍보물이 쏟아져 나와 있다. 세계적 기업의 후원 광고가 건물 벽면과 전광판을 도배하고, 상점에는 올림픽 마스코트와 주화, 'I LOVE CHINA'가 새겨진 기념품이 넘친다.

TV 역시 한 목소리로 올림픽의 청사진을 보여주느라 바쁘다. 중국인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이번 올림픽에 정력을 모으고 있는 셈이다.

얼마 전 외신을 통해 접했던 뉴스가 생각나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티베트에 대한 중국인의 관용을 주장했다가 매국노로 전락한 미국 듀크대의 한 중국 여대생, 티베트 사태를 까발린 서방 언론을 겨냥한 중국 네티즌의 테러와 특정 국가 업체에 대한 집단 불매운동 등 이곳 베이징의 상황을 보니 다른 목소리에 대한 중국인의 집단 따돌림은 이미 예정된 일인 듯 했다.

중국인에게 올림픽은 단순히 지구촌 스포츠 제전의 차원이 아니다.

1989년 천안문사태 이후 마르크스·레닌주의의 한계를 깨달은 중국은 낡은 사회주의 이념 대신 민족주의를 표방해 왔다. 중화민족을 앞세운 중국 정부의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바야흐로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완성되는 듯 보였다.

이처럼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에선 티베트 사태 등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자체가 금기시 되는 분위기다.

중국인은 현 시기에 기업이든 사람이든 자국의 각성을 촉구하는 모든 대상을 적으로 간주할 태세다.

하지만 힘깨나 쓴다는 국제 사회 주요 나라들 모두 중국의 삐뚤어진 국수주의를 섣불리 비판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13억 구매력을 무기로 세계의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의 위상을 반증한다.

하기야 중국의 비유를 맞추느라 세계에서 유일하게 티베트 영적 지도자인 달라이라마에게 비자 발급을 허용치 않는 대한민국 국민이 입이 열갠들 무슨 할 말이 있으랴 만은.

/베이징=윤유빈 객원기자
yyb1980@empal.com

[지구별 단상]없는 게 없다?  
전갈·애벌레 등 ' 먹거리 전시장'…소비대국답게 생필품 ' 짝퉁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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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푸징 먹자골목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전갈 꼬치 구이. 맛은 그런대로 고소했으나, 적나라하게 튀겨진 모습이 무섭다.  
 
중국엔 없는 게 없다. 먹거리부터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13억 인구의 다양한 기호에 맞춰 뭐든 맘만 먹으면 뚝딱 만들어 낸다.

우선 먹거리를 살펴보자. '네 발 달린 것은 책상 빼고 다 먹는다'는 우스갯 소리처럼 혀를 내두를 만한 요리 재료가 즐비하다.

베이징의 번화가인 왕푸징 거리. 이곳은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먹자골목'이다.

특히 다양한 '꼬치구이'로 유명한데, 애벌레를 비롯해 전갈, 뱀 등 기상천외한 재료들이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적나라하게 튀겨진 각종 재료에 인상을 찌푸리는 것은 외국인 관광객 뿐. 현지인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꼬치를 이에 문다.

먹거리뿐이랴. 소비대국답게 이곳에는 없는 물건이 없다. 특히 모조품을 뜻하는 '짝퉁'의 범람은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될 정도다.

한때 이 분야에서 선두자리를 굳건히 했던 우리나라는 이제 명함도 못 내밀 판.

베이징 시내를 걷다 우연히 발견한 상점 간판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anything is possible'이란 표어, 분명 어디서 들어본 말이다.

그랬다. 유명 스포츠 업체를 상징하는 'nothing is impssible'을 교묘히 바꾼 것. 설마하고 매장에 들어가니 모든 게 유명업체와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