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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행정

국회의원의 '꼼수' 폐기법안 재활용

지난 국회서 폐기된 법안 다시 제출하는 사례 많아
"중요 법안이라 재발의" vs "입법활동 성적, 양이 결정"


18대 국회가 개원 뒤 상임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하고 7개 특별위원회로 대신하고 있다. 여야는 이달 말까지 상임위 구성을 마무리를 짓겠다고 했지만, 정가에서는 다음 달 돼서야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경남 의원 중에서는 한나라당 김학송·김정권·김재경·허범도 의원과 민주당 최철국·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특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위 소속이 아닌 다른 의원들은 지역구 활동에 주력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여름휴가 기간이나 다름없다.

상임위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발 빠르게 법안을 제출하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경남의원들 가운데서는 28일까지 10명이 모두 32건의 법안을 제출했다. 특히 재선·3선 의원들이 앞다퉈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가장 법안을 많이 낸 의원은 3선의 이주영 의원으로 10건을 대표 발의했다. 이 중 5건을 하루에 발의하기도 했다.

이어 재선 의원인 김정권(5건)·최구식(4건)·강기갑(4건)·김재경(3건)·권경석(2건)·안홍준(1건) 의원 순이다. 3선의 김학송 의원과 초선인 윤영·허범도 의원도 각 1건씩 발의했다.

2·3선 의원들의 법안 발의가 많은 이유는 17대 국회 때 제출했다가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된 법안을 '재활용'하기 때문이다. 폐기된 법안을 약간만 다듬어 제출하거나 아예 글자 하나 바꾸지 않고 다시 발의하기도 한다. 또 지난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을 대표발의자 이름만 바꿔 발의하는 때도 있다.

한 재선의원실 보좌관은 "법안 발의하는데도 요령이 있다"면서 "17대 국회에서 해당 상임위와 관련해 폐기된 법안 목록을 뽑고, 그 중 낙선한 의원들의 법안을 중심으로 검토하다가 눈에 띄는 법안이 있으면 얼른 낚아채 '자기 것'화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재선의원실 보좌관은 "의정 목표에 따라 중요하다고 판단한 법안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고 폐기돼 다시 발의했다"라며 "재탕·삼탕으로 우려먹기 식으로만 볼 수 없다"고 항변했다.

또 다른 의원실 보좌관은 "어차피 나중에 보면 법안 발의건수로 의정활동이 평가되더라"라면서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를 겨룰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푸념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 입법보좌관은 "의원들의 입법 활동을 평가할 때 법안 발의 건수보다는 실제로 통과된 처리 건수를, 또 개정 법안인지 제정 법안인지를 따져야 한다"면서 "일부 자구만 수정해서 제출하는 개정법률안은 비교적 쉽지만 법안을 새로 만드는 제정법안은 몇 배로 힘들어서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17대 의원발의 법안은 5728건으로 이 중 3분의 2가량인 3358건이 폐기됐으며, 원안 또는 수정 가결된 법안은 696건(8%)에 그쳤다.

/경남도민일보 정봉화 기자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