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주가 좋은 마오리족은 뉴질랜드 곳곳에 그들의 전통 수공예 조각을 만들어 놓았다. 이는 세계문화를 다양하게 만드는 소중한 유산이다. | ||
"Ki mai koe ki a au he aha te mea nui tenei ao, 'He tangata', 'He tangata', 'He tangata'.(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냐 물으신다면, 제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첫째도 '사람', 둘째도 '사람', 셋째도 '사람'입니다.)"- 마오리족 현자의 이야기 중-
구릿빛의 탄탄한 몸매, 부릅뜬 눈, 괴성과 함께 비죽 내민 혀, 온 몸을 휘감은 문신…, 오금이 저릴 정도로 서슬 퍼런 기세의 마오리족이다.
두려움을 모르는 그들은 전사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어느 현자의 말처럼 마오리족은 사람의 가치를 먼저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호전적이되 잔인하지 않고, 용맹하되 무모하지 않으며, 지키려하되 빼앗으려 하지 않는다.
지난 열흘간 뉴질랜드 로토루아에서 마오리족의 역사와 문화, 생활상을 엿보았다.
뉴질랜드에 발을 딛기 전 뭘 해야 할 지 고민했다. 천혜의 자연조건으로 관광산업이 발달한 뉴질랜드에는 오감을 만족시킬 만한 것들이 지천에 널렸다. 번지점프와 스카이다이빙, 래프팅, 제트스키, 암벽등반 등 각종 레포츠를 비롯해 이름난 유황온천이 전 세계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원주민 직접 만든 수공예품 거리 곳곳에 즐비
한정된 시간 탓에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했던 나는 결국 '마오리족 마을 탐방'을 택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뉴질랜드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이미지가 한 나라를 대변한다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하물며 인류의 역사 속에서 언제나 소외당하고 핍박받던 원주민의 처지를 고려할 때, 마오리족이 뉴질랜드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단 사실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이는 마오리족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려 노력한 뉴질랜드 정부의 공이다.
원주민의 전통을 살리기 위해 뉴질랜드 정부가 조성한 로토루아의 마오리족 마을.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마오리족의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 ||
마오리족은 폴리네시아(중앙 및 남태평양에 흩어져 있는 1000여 개 섬의 집단) 동부에서 뉴질랜드로 건너왔다. '원주민'이란 말뜻 그대로 백인에 앞서 신대륙을 발견한 마오리족은 뉴질랜드를 터전으로 그들만의 문화를 일구며 살았다.
서구의 팽창주의가 극에 달한 18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열강이 오세아니아 대륙으로 몰려들자, 원주민과 이주민 간 갈등이 폭발했다.
사라져가는 전통 보존 위한 정부 노력 인상적
당시 뉴질랜드 정부는 '와이탕기 조약'을 통해 마오리족의 지위를 존중하고, 그들의 전통을 보전할 것을 약속했다. 비슷한 과정 속에서 호주와 미국이 자국의 원주민인 어보리진과 인디언을 학살한 것과 비교된다.
전사의 후예답게 마오리족의 용맹함은 하늘을 찌른다. 상대를 위협하기 위해 혀를 길게 내밀고 눈을 부릅뜬 모습은 마오리족의 상징이 됐다. | ||
실제로 뉴질랜드를 여행하다 보면 어디서건 마오리족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거리에는 원주민이 직접 만든 수공예 조각이 즐비하고, 시립 도서관엔 마오리족에 대한 자료가 빼곡하다. 공공기관 내 모든 안내문도 영어와 마오리어를 함께 쓰고 있다. 로토루아의 경우 아예 마오리족 마을을 조성, 원주민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일각에선 현재 남아있는 마오리족의 모습은 관광용일 뿐, 그들의 전통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고 우려한다.
비판론자들은 마오리족의 80%가 도시에 거주하며, 이들 중 상당수가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다행히 뉴질랜드 정부 역시 이를 인지하고, 개선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지난 6월, 17만 ㏊에 달하는 산림소유권을 마오리족에게 양도, 1800억 원을 원주민에게 지불한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이러한 노력은 뉴질랜드 뿐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해야 한다. 지구촌 곳곳에서 그 뿌리를 잃어가고 있는 원주민은 인류가 함께 지켜내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지닌 형형색색의 전통은 영양실조에 걸린 세계 문화를 살찌울 '자양분'이다.
/경남도민일보 윤유빈 객원기자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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