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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학부모·선생님도 종일 가슴 졸였다

수험생 학부모 김영란 씨 "지옥 같은 시험제도 없어졌으면"

 
 
  불공을 드리고 있는 수험생 학부모 김영란 씨. /유은상 기자 yes@  
 
"그냥 기다리자니 불안하기도 하고 그동안 아들이 열심히 공부했는데 실수라도 하지 말라고 이렇게 빌고 있습니다."

수능시험 2교시가 시작될 때쯤 마산 포교당 정법사에는 마당까지 자리를 깔아 놓고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학부모가 불공을 드리고 있다.

수험생은 아니지만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수험생 못지 않게 뒷바라지를 하며 몸과 마음이 고달팠던 이들이다.

김영란(48·마산시 중앙동) 씨는 출근하는 남편과 함께 시험장인 창신고등학교까지 아들을 배웅하고는 곧장 이곳으로 왔다.

그는 "평소에는 불공을 드리고 있으면 그나마 마음이 조용해지는데 오늘은 불공을 드리고 있어도 아들과 함께 힘들었던 일 년이 자꾸 떠오르네요"라며 말을 잇는다.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그렇지만 김 씨의 아들도 아침 6시께 일어나 밤 11시가 되어서야 지친 몸으로 귀가를 했다.

다시 간단하게 밥을 챙겨 먹고는 독서실에 갔다가 2시나 되면 돌아와 잠을 자는 생활을 1년 동안 다람쥐 쳇바퀴 돌듯 되풀이했다.

휴일도 방학도 없었고 당연히 김 씨는 아들보다 먼저 일어나고 또 늦게 잠이 들어야만 했다.

김 씨는 "잠이 많은 아들이 아침에 힘들게 일어나는 것과 또 시험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괴로워할 때 어머니로서 가장 가슴 아팠다"고 전한다.

또 항상 힘들었던 것은 신경이 날카로워진 아들이 자극받거나 부담가지지 않게 적당하게 대화하고 적당하게 무관심한 척 눈치 보는 것이란다.

김 씨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간섭으로 들릴까 봐 많이 참아야 했고 새벽에 독서실에서 돌아와도 자는 척하기도 쉽지 않았다"며 웃는다.

그는 이어 "재·삼수생 어머니들과 수험생을 둘 둔 부모들이 존경스럽다"며 "앞으로는 사회가 바뀌어 아들이 학부모가 됐을 때는 이렇게 지옥 같은 시험제도는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 씨는 마지막으로 "우리 아들뿐만 아니라 모든 아들·딸 들이 좋은 결실을 얻기를 바란다"며 "최선을 다한다고 고생했고 또 사랑한다는 말을 아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살며시 맺힌 눈물을 닦으며 웃어 보인다.

/경남도민일보 유은상 기자

고3 담임 박선화 선생님 "마치 제가 시험보는 것 같아요"

"잘 잤어? 그래, 떨지 말고 침착하게! 알지?"

13일 오전 7시 30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험장이 마련된 창원여자고등학교 정문 앞. 창원 중앙여고 3학년 4반 담임 박선화(30) 교사는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반 아이들을 일일이 붙들고 안부를 묻는다.

"왜 그래? 저런, 잠을 못 잤구나." "울지마. 뭐가 떨린다고 그래? 쟤가 저렇게 여려요."

박 교사는 올해 3년째 3학년을 맡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시험장 앞에 있으면 마치 자신이 시험을 보는 것처럼 떨린단다. 그래도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시험 전날 '긴장하지 말고 어려운 문제가 나와도 당황하지 마라'고 당부했지만, 막상 아이들을 보면 불안하다. 이날 박 교사는 반 아이들이 모두 시험장에 들어간 후에도 입실 완료 시간인 오전 8시 10분까지 정문을 지키고 있었다.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3일 제81지구 제23시험장인 창원여고 정문에서 창원 중앙여고 박선화(오른쪽) 선생님이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제자들에게 따뜻한 미소로 격려해 주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바로 옆에서는 창원 신월고등학교 3학년 2반 담임 이지혜(31) 교사가 역시 아이들을 챙기고 있다. "수험표는 챙겨왔니? 아침은 먹었고? 평소처럼 편안하게 시험 봐~" 이렇게 말하지만 사실 자신은 무척 떨고 있다.

그는 올해 처음 3학년 담임을 맡았다. 그래서 마치 자신이 시험을 보는 듯 긴장이 된단다. "교실에서 보는 아이들이랑, 시험장 앞에서 보는 아이들이랑 이렇게 다른 느낌인지 몰랐어요."

수험생이 모두 시험장으로 들어가고 시험장 정문이 닫히자 3학년 담임들은 모여서 근처 절을 찾는다. 창원지역 고등학교 대부분이 그렇단다. 예를 들어 창원 신월고 3학년 교사들은 아이들이 시험을 보는 동안 여러 절을 돌아다니며 각각 108배를 한다. 창원 중앙여고도 다 같이 법당에 들어가 기도를 한다.

교사들의 종교는 상관없다. 그저 간절히 기도를 올린다는 게 중요하다고 교사들은 말한다.

/경남도민일보 이균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