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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초등생 학부모, 학교 상대 '눈물의 소송'

"천식 앓는 아이에게 오리걸음·먼지 나는 곳 청소…"

초등학생과 그 학부모가 학교를 포기하고 소송을 냈다. 천식을 앓는 아이에 대해 학교의 배려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창원 ㄱ초등학교 6학년 ㄴ(12·남)군의 학부모 ㄷ(40·여)씨는 12일 경남도교육청과 학교·교사를 상대로 창원지법에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ㄷ씨는 "2년 넘게 담임선생님과 학교를 찾아가 천식을 설명하고 최소한의 배려를 부탁했고, 때론 항의도 해봤지만, 천식을 앓는 아이를 충분히 배려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천식이 있는 아이에게 학교에서 오래 달리기, 오리걸음 등을 시켰고, 먼지가 많이 나는 서예실 청소를 시키는 등으로 말미암아 아이가 며칠씩 입원하고 한 달 가까이 결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ㄷ씨는 소송 이유로 "비록 우리는 실패했지만, 천식 등 건강에 문제가 있는 아이가 학교에서 충분히 배려받으며 공부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장은 이와 관련해 "담임이 여러 아이를 다루다 보면 실수를 할 수도 있는데 고의는 아니었다"면서 "실수한 부분은 인정하고 사과했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각서도 써줬다"고 말했다. 그는 "천식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를 걱정하는 학부모의 심경도 이해가 간다"면서 "학교와 대화를 통해 풀 수 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소송을 낸 것이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다"며 "법정에서 시비가 가려지겠지만 학교가 법적으로 문제 될 일은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현재 ㄴ군은 학교에 가지 않아 '정원 외 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법정 수업일수(210일)의 3분의 1을 채우지 못하면 '정원 외 관리'로 분류된다.

정원 외 관리란 의무교육기관에서는 자퇴나 제적을 할 수 없어 만들어진 제도인데 진급·진학을 못하게 된다. 사실상 자퇴한 셈이다.

한편, (사)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는 지난 2004년 천식이 있는 학생은 꽃가루 철에는 야외운동을 삼가는 등의 내용이 담긴 '학교 내 천식학생 관리행동지침'을 발표하고 학교에서 천식 학생에 대한 배려와 관리를 강조해왔다.

천식학생 관리, 현황 파악·배려 지침 '아예 없다'

학교 현장에서 천식 관리가 사실상 무방비인 것으로 확인됐다. 천식을 앓는 학생에 대한 의학적인 관리·배려 지침은커녕 현황 파악도 않고 있다.

<경남도민일보>가 최근 경남도교육청과 서울시교육청, 서울강남교육청에 행정정보공개를 요청해 천식 학생 현황 파악과 관리·배려 지침 등의 여부를 물은 결과, '부존재'한다고 답했다. 아예 없다는 것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해마다 초교 1·4학년, 중등 1학년, 고교 1학년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하지만 천식은 검진항목에 들어가 있지 않다"면서 "아토피는 학교에서 파악하지만, 천식은 파악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학교에서 천식에 대한 의학적인 관리·배려 등에 대한 기본적인 책임은 없고, 천식을 앓는 학생과 그 학부모가 오롯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방치된 셈이다.

(사)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회장 김유영 서울대 의대교수)에 따르면 천식은 정상인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가벼운 자극에도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천식은 올바르게 관리를 하면 별다른 문제가 없는 질병이다. 이때문에 가정뿐만 아니라 학교에서의 천식 관리가 중요하다.

이때문에 이 단체는 지난 2004년 '학교 내 천식 학생 관리 지침'을 만들어 발표하는 등 학교에서의 관리·배려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학교 현장은 여전히 무방비다. 다만, 천식알레르기협회와 교육청 등이 최근 서울·경기지역 일부 학교를 천식 시범학교로 정하는 등 걸음마를 뗀 정도다.

이런 가운데 천식을 앓는 창원의 한 초등학생과 학부모가 끝내 학교를 포기한 것은 학교에서의 천식 학생 관리·배려 지침 마련이 절실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학교를 포기한 초등학생의 학부모 ㄷ(40)씨는 "체육수업·체벌·청소 등을 할 때 최소한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학교·교사에게 부탁도 하고 때론 항의도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장은 "학교에서는 배려를 하려고 충분히 노력했다"며 "법적으로 책임질 일은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는 견해다.

현재 ㄷ씨는 법적 소송을 냈다. 이에 따라 해당 학교에서 일어난 지난 일들의 사실 여부와 잘잘못 등은 앞으로 법정에서 가려질 테다.

그러나, 도교육청을 비롯한 교육계는 앞으로 학교 현장에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천식 학생 관리·배려 지침 등 마땅한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천식 학생을 어떻게 배려하는지 최소한의 기준·지침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며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남도민일보 김범기 기자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