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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중소기업 '절박'…한나라 '원론만'

 
 
  24일 오전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창원국가산업단지 내 동남지역본부 회의실에서 경남지역 기업체 대표들과 함께 '한나라당 최고위원회 현장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박 대표가 기업체 관계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직원들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난다.", "이대로 가다간 올해 연말을 넘길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창원공단에 입주한 기업인들과 집권 여당 최고위원들 간에 만남의 장이 펼쳐졌다. 중소기업인들은 절박한 현 상황을 피력했고, 이 자리에 참석한 한나라당 최고위원들과 정부 인사들은 이 상황을 백분 공감하고 안타까워했지만 '피부에 와 닿는 실질적인 해결책'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24일 오전 한국산업단지공단 동남지역본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 (창원)현장 회의'에서 제일 먼저 도마에 오른 사안은 은행권의 대출 기피였다.

팔룡동에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세경정기'의 김영순 대표는 "현 정부 출범할 때 큰 기대를 했고 지금도 기대하고 있는데, 신규 아이템을 갖고 사업 확장을 하려 해도 썩혀야 하는 현실"이라며 "신규대출은 고사하고 만기연장을 하려 해도 대출금리를 올려 버리니 힘겨움은 가중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한, 김 대표는 대출 시 펀드 가입 등을 종용하는 이른바 '꺾기' 관행에 대해서도 불편한 감정을 전했는데, "요즘 같으면 제일 만만한 게 우리 기업 하는 사람인 것 같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팔룡동에서 공작기계부품을 생산하는 '상진정밀'의 한훤수 대표 역시 "정부에서는 매일 같이 대출이 잘될 수 있게 하겠다고들 하지만 은행 창구에서 상담해봐야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 발표 내용이 창구에서는 딴 나라 이야기가 된다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대변되는 외환시장 불안을 방조한 정부 책임과 오락가락한 기업육성 정책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촌동의 산업용 로봇 제작업체 '(주)로봇밸리' 박명환 대표는 "지난 10년간의 R&D 정책이 부정되고 정부조직이 개편되면서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1년 동안 허송세월을 보낸 것 같다"고 밝히는 한편 "첨단제품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환율이 급등하면서 관련 제조업체는 견적도 못 내고 올스톱되어 있다"고 말했다.

답변에 나선 최고위원들과 정부 관계자는 미국발 금융위기에 의해 파생된 실물경기 위축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에 대처하려면 '전대미문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정도의 진단에 그쳐 구체적인 타개책을 제시하는 데는 역부족인 모습이었다.

은행권 대출 기피 현상에 대해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금융기관이 부실을 우려해 몸을 움츠리는 현실에서 면책을 해준다 해도 효과가 안 나타나고 있다"며 "국가가 (위험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데 기보와 신보의 재원확보가 필요하며 지자체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김용환 상임위원 역시 "고의나 중과실이 아니면 면책을 해주겠다는 방침이 (은행창구에) 잘 전달이 안 된 것 같다"고 밝히면서 "다만 꺾기 등과 같은 불공정 거래는 12월 말까지 집중단속을 통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희태 대표는 '줄탁동기'라는 사자성어를 소개하며 "알을 깨기 위해 안과 밖에서 노력하듯 기업·정부·당이 함께 할 때 어려움이 극복될 것"이라며 간담회를 마무리 지었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김영순 대표는 "뚜렷한 해결책은 없었지만 이만큼 성의를 보여준 것만 해도 감사할 따름"이라고 간담회를 평가했다.

/경남도민일보 임채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