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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세 들사람 없어 폐업도 못한다

 
 
  경기불황으로 소상인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마산시 창동의 한 가게가 세를 내놓았다. /김구연 기자  
 
전 세계를 뒤덮은 경기 침체의 여파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적 약자'인 서민들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유류비와 각종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고로 말미암아 서민의 겨울 나기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직장을 잃지나 않을까 하는 심리적 압박감이 한겨울 한파보다 더 몸을 움츠리게 한다. 서민 가정을 뿌리째 흔들 수 있는 '경기 침체 쓰나미' 앞에 놓인 서민들의 애환을 담았다.


"경기 침체의 끝이 언제인지를 알면 지금 접어야 할지 아니면 빚을 지고서라도 버텨야 할지 결정할 텐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죽겠습니다."

마산 오동동에서 실비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 모(54) 씨는 최근 손님이 절반으로 줄어 걱정이 태산이다. 지난여름까지만 해도 하루에 맥주 4∼5상자는 거뜬하게 팔았다. 하지만, 지금은 겨우 2상자 정도만 팔린다. 주방 아주머니 한 분의 인건비와 안주 비용 등을 제외하면 병당 1000원 정도가 수입이다. 계산해보면 여름에는 300만 원 조금 못 미치는 수입이 생겨 아내와 자신의 인건비로 충분했고 생활에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고작 100만 원을 조금 넘는 돈을 번다.

이 씨는 "아내와 함께 밤늦게까지 일해도 수입이 얼마 되지 않아 어렵게 버티고 있다"며 "이 골목에 17곳이나 되는 실비집 가운데 벌써 2곳 정도는 문을 닫았는데 남의 일이 아닌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마산 창동과 오동동 거리를 지나면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문 닫힌 가게 전면유리에 붙어 있는 '점포세', '임대' 등의 글귀다. 특히 창동 뒷골목의 작은 옷가게는 3곳 중 2곳이 문을 닫은 상태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업종이 바로 의류, 노래방, 술집 등이다.

오동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현재 80여 개의 점포 전세가 나와있다. 지난해 이맘때 40∼50여 개와 비교하면 두 배나 늘어난 수치다. 대부분 옷가게와 노래방, 술집을 하던 가게들이다.

이 부동산 중개소장은 "최근에 경기가 나빠지면서 점포 임대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한 달 동안 거래는 한 건도 없었다"며 "모두 장사가 안돼 힘들어하고 있고 문을 닫으려 해도 점포가 안 나가니 닫지도 못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음식업 중앙회의 자료에서도 경기 한파의 영향을 바로 읽을 수 있다. 올 9월까지 누적 창업 건수는 4만 9000여 건인데 반해 휴·폐업 건수는 18만 1000여 건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3000건이 늘어난 것이다.

최근 강 모(57·창원시 명서동) 씨는 8년 가까이 운영해오던 식당을 그만뒀다. 그동안 부부가 함께 일하면 한 달에 200만 원가량은 벌었지만 수입이 점점 줄어 100만 원도 되지 않으면서 점포세 40만 원이 몇 달 밀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문을 닫아야만 했다. 이후 아내는 남의 식당에서 일하며 하루 2만 5000원을 벌고 자신은 산불감시원을 하고 있다.

강 씨는 "우리 부부도 문제지만 자동차 부품회사에 다니는 큰아들은 이틀에 하루는 놀고 있고 작은아들은 대학을 마치고 2년째 백수로 지내고 있다"며 "늙어 가진 것은 빚밖에 없는데, 더는 희망도 없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암담하다"고 한숨과 함께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끝>

/경남도민일보 유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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