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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대학생 취업 눈높이 너무 높았다

 
 
  대학생 취업 박람회가 9일 창원대학교에서 열렸다. 대기업 면접대(왼쪽)는 구직자들로 붐비는 반면 중소기업 부스는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취업시장에 나서는 대학생의 눈은 여전히 높았다.

9일 오후 2시 창원대 체육관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취업박람회가 열렸다. 167개 기업이 참가한 이날 행사에는 창원대와 경남대, 경상대 등에서 졸업을 앞둔 대학생 3000여 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하지만, 이날 행사장의 모습은 극과 극이었다. 모두 67개 기업이 행사장에 부스를 마련했는데 학생들은 주로 두산그룹이나 STX그룹 등 대기업 계열사에만 몰려들었다. 이들 대기업 부스는 행사 진행 두 시간 내내 상담을 하느라 잠시 쉴 틈도 없었다. 반면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거나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 부스는 한산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창원대 무역학과 4학년 나근기 씨는 이날 STX조선 부스에서만 면담했다고 밝혔다. 나 씨는 "원래 2학기 초반에는 다들 눈이 높아 대기업이 아니면 거들떠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창원대 전자공학과 4학년 박기원 씨도 STX와 두산그룹 계열사 부스만 찾았다고 했다. 박 씨는 "중소기업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대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친구들도 대부분 나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대기업으로만 몰리는 학생들을 보는 중소기업 마음은 착잡했다.

직류전력을 교류전력으로 변환하는 장치인 '인버터' 국내 개발에 성공한 소규모업체 은후전력전자 정순길 대표는 이날 두 명이 와서 동정만 살피고는 바로 갔다고 했다. 책상 위에 놓인 면접리스트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정 대표는 학생들이 여전히 직원 수나 규모만으로 회사를 판단하는 봉제공장식 사고에 머물러 있다고 한탄했다.

그는 "일본만 해도 고도기술업체는 직원이 5명 이상이면 상당히 큰 회사로 인정해 준다"며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아직 그 정도 수준은 못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중소기업 대표도 "학생들이 우리처럼 규모가 작은 기업의 부스를 찾는 것 자체를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럴 거면 차라리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따로 해서 취업 박람회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번 행사를 준비한 창원대 종합인력개발원 최원배 취업진로지원실장은 "대기업을 둘러본 학생이 중소기업으로 갈 수도 있고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린 학생도 대기업에 갈 역량이 충분할 수 있어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소기업 부스에는 한 명도 없던 예년과 비교할 때 올해는 그나마 몇 명이라도 상담을 받는 걸 보면 상황이 많이 좋아진 셈"이라고 했다.

/경남도민일보 이균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