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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행정

사천시 '상 매매' 올해만 13건 거절

참가비 과도한 대회 불응 방침…300만∼2500만 원 요구한 표창 거부

최근 언론사 관련 기관들이 거액의 참가비 등을 받고 상을 줘 말썽을 빚는 가운데 사천시도 올해 언론사와 유사 단체로부터 모두 13건의 대가성 표창을 권유받았으나 모두 거절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김수영 시장이 표창과 관련해 "참가비를 요구하는 표창은 아무리 좋은 상이라도 가치가 없는 상"이라며 모두 거절하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져 '소신 행정'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9일 사천시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헤럴드경제>의 '2008년 살기 좋은 행복·경제 도시' (평가항목-살기 좋은 행복·경제도시 8개 부문 선정)와 <한국일보>와 '한국전문기자클럽'의 '2008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 대상' (평가항목-자치단체장의 탁월한 지도력과 경영능력 평가) 등 모두 13개 기관 표창을 권유받았다.

<중앙일보 조인스닷컴>과 한국지방자치브랜드 대상 운영사무국 주최·주관인 '2009 한국지방자치 브랜드 대상' 안내 문건에는 없으나 인증비 1000만 원과 마케팅비 1500만 원 등 모두 2500만 원을, <한국일보>와 한국전문기자클럽의 '2008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 대상'도 선정 조건으로 참가비 1500만 원을 요구했다.

또한, <헤럴드경제> 주최·주관인 '2008 살기 좋은 행복·경제도시' 선정에서도 300만 원을, (주)<매일경제신문>과 (주)매경리서치 등 3개 기관이 주최·주관한 'MK 지역경쟁력 평가'도 700만 원을, <서울경제신문사> 등 2개 기관의 '2008 한국의 아름다운 도시 대상'과 <한국일보> '2008년도 대한민국 공공행정 대상'도 각각 900만 원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뉴스웨이신문사> 등 2개 기관의 '대한민국 지식경영 대상'도 선정 조건으로 800만~1000만 원을, <한겨레 이코노믹>의 '2008 대한민국 윤리경영 대상'도 1000만 원을, 일본능률협회컨설팅 글로벌 경영대상운영사무국 주최 '제6회 글로벌 경영대상'도 900만 원을 참가비 명목으로 제시했다.

이밖에 <이코노믹리뷰> '2008 한국의 존경받는 CEO 대상'과 <헤럴드경제>의 '2008 올해를 빛낸 인물 선정', <한경닷컴> 등 4개 기관의 '행복한 한국 2009 행복한 도시 대상' 등에서도 300만~1000만 원을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시 관계자는 "시장님의 강력한 지시도 있었고 기관 평가 신청 참가비가 300만∼2500만 원(부가세 별도)으로 과도한 참가비와 신뢰할 수 없는 기관들이 많아 이들 기관의 제의에 한 건도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언론사나 유사 단체에서 자치단체의 치적을 부추겨 상을 권유하고 그에 따른 대가로 광고나 홍보비를 요구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 매년 반복됐다"면서 "이러한 왜곡된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참가비(신청비)가 과도한 대회는 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들어 대회 참가(신청)를 거절하면 이들 기관 대부분은 △다른 시·군은 이보다 더 많은 경비가 드는데도 대회에 참가한다 △지자체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참가비(신청비) 이상의 홍보 효과가 있다 △사업 성과가 좋은 시·군만 선정한다는 등의 명분으로 대회 참가를 권유, 종용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사천시는 이달 초 <한경닷컴> 등 4개 기관이 주최·주관한 '행복한 한국 2009 행복한 도시 대상'과 <헤럴드경제>의 '2008 빛낸 인물 선정' 수상을 거절하자 "시장님께 보고했습니까?"라는 등의 간접적인 압력도 받았다고 말했다.

김수영 시장은 "시정은 일한 만큼 인정받고 왜곡되지 않는 열린 시정을 구현하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라고 생각한다"면서 "과도한 참가비(신청비)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 초 김 시장은 "아무리 좋은 시책의 상이라도 대가의 물질로 포장된다면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각 부서에 소신껏 대처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도민일보 김영신 기자

"상 장사하는 언론사, 침묵 깨라"
민언련 "수여 주관·방관하는 행위 즉각 중단하라" 성명


최근 어청수 경찰청장과 자치단체장 등 26명이 받은 '2008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 대상'이 '돈 내고 상 받기'의 전형으로 지적되면서 전국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경남을 비롯한 전국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이를 주관하거나 방관하는 언론에 '침묵의 카르텔'을 깨라고 촉구했다.<4·5·8·9일 자 1·2·3·17·18면 보도>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과 민주언론시민연합을 비롯해 경기·광주전남·대전충남·부산·전북·충북지역 민언련, 참언론대구시민연대 등 9개 단체는 9일 성명을 내고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추잡한 '상' 장사 이면에 바로 언론사들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돈을 매개로 한 언론사·언론단체들의 '상 퍼주기' 실태를 폭로했음에도 전국단위 언론들은 의도적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종잇조각에 불과한 각종 '경영대상'은 돈만 주면 누구나 받을 수 있기에, 상에 대한 값어치나 객관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전형적인 언론사·언론단체들과 자치단체장의 밀거래에 불과하다"며 "국민을 속이고 여론을 호도하면서까지 사이비 '상'에 목을 매는 불순한 단체장과 '상' 장사로 연말 대목장에 한몫을 잡으려는 언론사·언론단체들은 더러운 동업자의 침묵 카르텔을 깨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 어떤 이유라도 심사비·홍보비·광고비·후원금·협찬금 명목 등, '상'을 매개로 금전이 오가는 것은 반드시 근절돼야 하며, 전형적인 혈세 낭비이자 인력낭비인 돈을 주고 상을 사고파는 행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한편, '2008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 대상'은 어청수 경찰청장 외 18명의 시·군·구청장과 7개 기업(공기업 포함) 사장 등 26명에게 부문별 '대상'이라는 이름으로 수여됐다.

<경남도민일보>와 지역별 보도에 따르면 홍보비 등으로 돈을 냈거나 낼 예정인 것으로 확인된 수상자는 △김종희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550만 원) △이종건 충남 홍성군수(1650만 원) △김무환 충남 부여군수(990만 원, 계약만) △김형렬 대구 수성구청장(1650만 원) △곽대훈 대구 달서구청장(880만 원) △김선교 경기 양평군수(1650만 원) △홍사립 서울 동대문구청장(1650만 원) △나소열 충남 서천군수(1650만 원) △한용택 충북 옥천군수(330만 원)로 총 9명이었다.

이중 김형렬 대구 수성구청장은 수상 직전, 시민단체로부터 업무 추진비를 부당하게 집행하고 처남을 청원경찰에 특별 채용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수상 소식에 더욱 반발이 거셌다.

이 외 어청수 경찰청장을 비롯해 최문기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김한겸 거제시장은 상은 받았지만 돈을 낸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김한겸 거제시장은 지난해 <경남도민일보>가 수상 내역을 행정정보공개 청구한 결과, 한국언론인포럼 주관 '2006 지방자치대상'을 받고 홍보광고비 명목으로 1200만 원을 썼고, 또 2007년 크레비즈인증원이 주관하는 '능률혁신경영상'을 받으면서 공동주관사인 <뉴스웨이>에 인터넷 팝업 광고비로 500만 원을 낸 바 있다. 나머지 수상자는 행정정보공개 요청에 아직 회신을 하지 않았거나 입을 닫고 있다.

<경남도민일보>는 이 상을 받은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정보공개요청을 해놓은 상태다.

/경남도민일보 진영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