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 꽃길따라 낭만 싣고 흐른다
여수항이 가까워오자 승무원들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2008년 4월 2일. 특별하지 않은 수요일이지만 국내 레저·관광에서 '한국 최초'라는 일이 있었다. 첫 국내 크루즈 취
1만 5000톤급 크루즈 '허니호' 내부.
◇선상 기념식 = 출항에 앞서 선상에서 시작된 기념행사에는 해양·관광업계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모여들었다. 부산 영도 봉래산에서 채화한 성화는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 정박한 허니호에 가져와서 크루즈 선장에게 인도된 후 보관되었다가 기항지인 여수(3일), 진해(4일)에 불씨를 넘긴다.
잠자리 공간을 배치받고 선상내부를 둘러보는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눈에 띈다. 카지노 바는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이다. 사람들이 몰린 카지노 바는 개장도 하기 전에 궁둥이를 붙일 자리조차 없었다.
카지노 바에는 블랙잭, 바카라, 룰렛을 하는 3종류의 테이블이 있다. 실제 도박이 아니라 즐기는 게임으로 만들어진 공간이기 때문에 수십만, 수백만 원이 오가는 강원 카지노 랜드를 연상하는 것은 무리다.
바카라 전문 딜러 정경애(26) 씨는 "가끔 고수들을 만날 수도 있겠지만 큰돈 잃을 정도로 판이 크지도 않고 누구나 재미있게 베팅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졌다"며 "특히 일반 카지노 바에 가면 일절 대화를 못하게 되어 있는데 이곳은 딜러가 경기규칙을 설명하기도 하기 때문에 초보자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초보자도 쉽게 즐기는 카지노 바.
오후 5시에 출발한 크루즈는 부산의 여러 부두를 밀치고 꼬리를 내뺀다. 오륙도도 광안대교도 아늑해지지만 갈매기 떼는 멀리서도 선명하게 다가온다. 선상은 전국에서 온 취재진의 전쟁터다. 많은 취재진 중 눈에 띄는 이가 있다. <서일본신문>에서 온 고야 유키코(41) 씨. 특파원으로 부산에 사는 고야 씨는 경남지역도 자주 여행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깊다.
그는 "통영 나전에 흠뻑 매료되었다"며 "아직도 통영 시장에서 먹은 사시미(생선회)가 생각난다"고 말하며 입맛을 다셨다. 그래서 그는 국내 첫 크루즈가 통영이 꼭 기항지로 확정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바다 위에서의 첫 밤 = 오후 7시부터 시작된 저녁 뷔페는 인공감미료가 전혀 들어 있지 않은 요리다. 그래서 직접 만들어 바로 내어놓는다.
8시 45분 불꽃놀이가 선상에서 벌어졌다. 선상에 올라섰다. 광안대교의 화려한 불빛에 깜짝 놀랐다. 지금쯤 거제 앞바다를 지나고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다시 부산 앞바다라니…. 관계자는 "지금까지 부산 앞바다 투어를 했다"고 한다. 광안대교와 불꽃놀이는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한편의 그림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부산의 해수욕장에서 바다에 떠 있는 크루즈에서 쏘아 올린 축포는 더욱 멋있었으리라.
부산 앞바다서 벌어진 선상 불꽃놀이.
밤이라 리아스식 남해안 절경을 감상할 틈도 없었지만 낮이었다고 해도 공연은 절경에 버금가는 좋은 볼거리였다.
1부 공연이 끝난 후 카페에서 만난 왈레리 예르몰로브 주 부산 러시아연방 총영사는 "러시아 크루즈와는 달리 짧은 구간과 저렴한 비용, 다양한 경치를 이용한다면 러시아 고객도 늘 것으로 기대한다"며 "2011년 완공예정인 송유관 시설 공사가 끝나면 고객인 한국과의 비즈니스 파트너는 물론 러시아의 남해안 크루즈 고객층도 늘어날 것"이라고 국내 첫 크루즈 취항의 성공을 예상했다.
여수 오동도가 가까워져 오고 선상 위 거친 바람은 전날 바람이 거세게 불던 부산 앞바다를 떠올리게 했다. 봄을 머금은 여수의 아침에 경남과 같은 해가 떠올랐다.
크루즈 일정이나 안내는 홈페이지 www.panstarcruise.co.kr이나 1577-9996으로 크루즈 플래너를 통해 상담할 수 있다.
[인터뷰] 김현겸 팬스타 라인닷컴 회장 그는 선내가 조용해진 자정에 레저팀 기자와 만나 밤 2시가 넘게 인터뷰에 응했다. 체력으로 따지면 기자보다 더 강인한 셈이다. 늦은 시간인 만큼 본론부터 물었다. -크루즈(유람선) 사업에 왜 도전했나. △거제가 고향이고 부산서 자란 사람치고 배 사업 한번 안 해보고 싶은 사람 있겠나. 배 사업은 정말 재밌다. 돈 문제가 아니라 배 사업은 인간미 넘치는 사업이다. 사람끼리 부대껴야만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이다. 게다가 모든 배 사업의 꽃인 크루즈는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업이다. 그렇다고 함부로 크루즈에 도전한 것은 아니다. 배를 도입하는 것부터 시기와 타이밍이 맞추어져 다행이다. -다음 주 두 번째 출항 때 통영을 기항지로 정했는데. △지금 '허니호'는 남해안 크루즈의 최적 사이즈다. 하지만, 지금 통영만에 배를 댈 곳이 없다. 화물선 전용 부두가 유일하게 정박할 수 있는데 지금 상황에서 정박하려면 다른 화물선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다음 주 출항은 확정되었지만 그 후는 아직 기약할 수 없다. 그렇다면, 사천이나 다른 기항지를 찾을 수밖에 없다. -크루즈 정박에 대한 기항지의 이점은 무엇인가. △경제적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선박 계류비용이나 선박에 신선하게 공급해야 하는 물품구매 등 다양한 소비가 현지에서 일어난다. 특히 호텔이 부족한 통영으로서는 숙박이나 교통에 대한 걱정 없이 돈을 쓰는 대규모 관광객을 확보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눈에 보이는 경제일 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도 존재한다. 크루즈 기항지라는 상징적 효과는 도시의 정서적 가치 상승과 또 다른 관광을 유발한다. -가격이 조금 비싼 것 같다. △솔직히 말씀드리겠다. 우선 우리 크루즈는 럭셔리(고급) 서비스가 아니다. 캐주얼 콘셉트다. 어설픈 럭셔리로 허풍 떨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외국의 호화 크루즈처럼 기대치가 너무 높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크루즈는 자주 다닐 수 있는 관광이 아니다. 신혼여행처럼 조건이 맞을 때 한 번씩 타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가격에 합당한 서비스를 받는 것이지 절대적인 가격으로 평가할 수 없다. -국내 크루즈 시장 가능성은. △크루즈는 관에서 주도하면 망하는 사업 중의 하나다. 정부도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고민하다가 크루즈 산업의 가능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법을 바꾸면서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크루즈에 도전하겠다는 민간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크루즈는 돈으로 성패를 점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그렇다고 독점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국내 크루즈 산업의 파이를 키워놓는 것도 우리 사업의 과제다. 지금 인천이나 다른 도시에서 뿌리칠 수 없는 조건을 건 사업도 포기했다. 우선 남해안 크루즈에 집중해서 성공하고 싶기 때문이다. 첫술부터 배부를 수 없겠지만 국내 여건은 빨리 성숙해 간다. /글 여경모 사진 유은상 기자 (경남도민일보) |
2008/04/01 - [여행/맛집] - 여객선 타고 남해안 3박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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