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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기름값 폭탄 "일단 차부터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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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일인 25일 창원의 한 아파트 주차장이 차량으로 가득했다. /김구연 기자  
 
국제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천정부지로 오른 기름값 때문에 서민들의 생활에도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불과 얼마전만 하더라도 쉬는 토요일이면 도심에서 빠져나간 차량으로 고속도로는 물론 국도가 막혀 짜증길이 되곤 했는데, 요즘은 아파트에 빈 공간이 없을 정도로 차량이 많다.

이처럼 휘발유와 경유가격이 1900원을 넘어서면서 서민들이 자가용 이용을 줄이고 인터넷에서 기름절약 방법을 찾는 등 고유가에 갖가지 묘안을 짜내고 있다.

진주에서 마산으로 SUV 차량으로 출퇴근하다 시외버스를 이용하는 박모(37) 씨는 "3만 원어치 기름을 넣으면 이틀밖에 가지 않고 게다가 고속도로 통행료까지 계산하면 한 달에 50만 원은 족히 들어간다"며 "시외버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버스요금 역시 만만치 않아 카풀을 구하고 있다"고 했다.

창원 반림동 한 아파트에 사는 또 다른 박모(48) 씨는 "휴일이지만 집에 있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멀리 갈 수도 없어 창원 만남의 광장에서 아이들과 놀았다"며 "예전에는 휴일 오후 7쯤에 귀가해도 아파트에 주차할 곳이 많았는데 지금은 오후 5시가 넘으면 주차공간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인터넷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고유가 시대를 이기는 방법'과 '기름값 할인받는 신용카드 사용방법' 등을 공유하는 카페가 늘었고 접속률 또한 상당하다.

인터넷 카페 한 누리꾼은 "기름의 무게가 많이 나가므로 주유를 할 때는 가득 채우지 않는 것이 좋고 차량에 불필요한 짐을 줄이는 것이 도움된다"며 "또 액체는 고온에서 부피가 늘어나고 저온에서 수축하므로 가능하면 온도가 낮은 새벽과 아침에 주유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낫다"고 방법을 제시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불법이지만 유사휘발유 사용을 심각하게 고민해 보라"며 "휘발유를 적당히 넣고 나머지는 유사휘발유로 채우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위험(?)한 제안을 하기도 했다.

고유가 탓에 더욱 더 타격받는 사람들은 생업과 관련있는 이들이다.

통영 동호항과 서호항에는 붙박이 선박들로 가득 차 있다. 이중 대부분이 조업을 포기한 채 선박을 매물로 내놓고 있다.

기선권현망으로 멸치잡이를 하는 김모(53) 씨는 "7월 출어기를 맞아 조업 준비로 한창 바쁠시간이지만 출어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다"며 " 출어해도 기름을 아끼기 위해 선박 속도를 저속으로 줄이고 급제동과 급발진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산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경매를 받아 소형 트럭으로 과일행상을 하는 최모(56) 씨는 "시장과 좀 떨어진 마을 위주로 장사를 했는데 거리가 멀어 손해다"며 "기름값이 오르고부터 가능하면 아파트 밀집지역을 옮겨 다니며 장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안군에서 농사를 짓는 나모(52) 씨도 "지금은 하우스에 난방이 필요없어 다행이지만 면세유 값도 올라 농기계를 이용하는데도 부담이 된다"며 " 가을에는 하우스를 해야 할지, 한다면 연탄난방기로 바꿔야 할지 생각해 봐야겠다"고 전했다.

고유가를 반영하듯 최근 창원 팔용동에 문을 연 셀프주유소에 손님들이 줄을 잇고 있다.

주유소 관계자는 "창원과 진해지역에 최근들어 3곳의 셀프주유소가 문을 열었다"며 "일반 주유소보다 50원 이상 저렴해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경남도민일보 유은상 최현식 기자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