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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집

[문화해설사와 함께하는 히스토리]②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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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92년 왜구의 남해 옥포 침입 소문은 해프닝으로 그쳤다. 당시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임진성 성곽 위에서 윤의엽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이 이어진다. 뒤로 보이는 논밭은 당시 바다였다.  
 
京洛繁華 ㅣ야 너난 불오냐

朱門酒肉 ㅣ야 너난 됴하냐

石田茅屋 時和歲豊

鄕村會集이야 나난 됴하 하노라



서울의 번잡함을 너는 부러워하느냐

벼슬아치의 붉은 대문 안에 있는 술과 고기가

너는 좋으냐

돌무더기 밭 가운데 있는 초가집에

사시사철 화순하여 오곡이 풍성하게 되면

이 향촌에서 갖는 모임을 나는 좋아하노라.



- <화전별곡> 6장


남해가 지금은 관광지로 많은 이들이 가고 싶은 곳이지만 예전에는 유배지로 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배를 온 이들이 유배지에서 남긴 불후의 명작을 본다면 유배란 물리적으로는 갇힌 상태지만 정신적으로는 더 자유로웠던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죄인이 아니라 당쟁과 정적의 피해자들이었기 때문에 이들의 학문은 주위 주민들에게 본보기가 되었을 것이다. 남해 유배인물 중 가장 알려진 이는 서포 김만중이지만 남해를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을 남긴 이는 중종 때 부제학을 지낸 자암 김구(金絿)다.

그의 대표작 <화전별곡>은 남해에서 13년간 지내면서 느낀 바를 잘 나타내고 있다. 해의 별칭인 화전(花田)을 칭찬하는 내용으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남해는 이런 '보물'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남해의 숨겨진 '보물찾기'는 윤의엽(50) 문화해설사가 동행해 쉽고 재밌게 설명했다.

고려사의 축소판

남해대교를 건너 고현면 차면마을에 이르면 관음포가 있다. 이곳은 지금 대규모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이 벌어졌고 충무공이 처음 육지에 올라온 장소이기 때문에 전몰유허 영상관이 들어서고 있다. 올해는 이순신 광장, 노량 평화공원 등 도 차원의 '이순신 프로젝트' 예정지여서 더욱 분주해질 예정이다.

하지만, 이곳이 고려시대 역사의 현장이란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관음포는 우리나라 최초로 수군을 창설한 고려 말 정지 장군이 최무선의 화약을 이용해 최초로 배에 화포를 장착하고 왜군을 물리친 관음포 대첩의 현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지 장군을 해군의 아버지라고 부를 만하다. 하지만, 이름조차 생소한 정지 장군과 비교한다면 이순신 장군은 이름값 대결에서도 각종 드라마, 소설 등의 지원사격으로 여전히 전승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관음포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팔만대장경 중 일부의 판각이 진행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문헌 기록에 이어 실제 기와 파편과 청자 파편도 발견되었다. 이와 함께 서면 서호리 장군 터는 삼별초 항쟁의 주요 본거지였던 진도의 제2본거지로 추정되면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남해 향토 역사관 정의연(53) 관장은 "시군 중 고려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 거의 없다"며 "그런 의미에서 남해는 나라를 지킨 이들의 성역의 장소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무한도전' 임진성 쌓기

남면 상가리 임진성에 오르면 남해 스포츠 파크와 힐튼 골프장이 내려다보인다. 거제도 옥포에서 패한 왜군이 분을 참지 못하고 옥포를 다시 치러온다는 소식에, 같은 지명이던 남해 옥포로 오는 줄 알고 급하게 지은 성이다.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난 임진성을 주목하는 것은 당시에 쌓은 성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방어를 위해 쌓아둔 해안가 몽돌과 기와가 곳곳에 널브러져 있다. 이곳에서 나온 유물은 근처 상가마을 고 하주형 씨에 의해 1980년대까지 사비로 지은 유물관에 보관되었지만 지금은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임진성을 비롯하여 남해군 산등성이 군데군데에 재선충으로 감염되어 훈증 처리된 '소나무 무덤'이 보인다. 좁은 섬 안에 20여 곳의 성을 쌓고 왜적의 침략을 막은 남해지만 재선충은 막지 못한 모양이다.

멸치 한 마리가 아이스크림 값

창선 사람들도 비싸서 먹기 어렵다는 죽방렴 멸치. 뜰채로 떠서 아주 조심스럽게 다루어 멸치 비늘이 떨어지지 않은 채 삶아 건조한 멸치다. 창선교 다리 밑에는 시속 15㎞의 거센 물살을 믿고 승리의 V자로 팔을 벌린 채 갯벌에 서 있는 참나무 말목이 촘촘하다.

해설사와 대화가 이어진다. "이곳에서도 멸치는 아이스크림 값이라 부릅니다." "아이스크림 가격이라면 아무나 먹을 수 있다는 말인가요?" "그게 아니고 멸치 한 마리 값이 그렇다는 이야기지. 하하."

죽방렴의 가장 큰 구경거리는 하루 두어 차례 어장 주인이 목선을 타고 뜰채로 고기를 퍼내는 광경이다. 물론 뜰채에는 멸치뿐만 아니라 꽁치, 병어, 보리새우, 감성돔까지 담겨 은빛 비늘에 반사된 햇살이 눈 부시다. 마치 반짝이는 보물처럼.

윤의엽 문화관광해설사 추천 남해 1박2일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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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관광객 대부분은 금산 보리암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남해의 멋을 느끼려면 해안선을 따라 바다와 절경을 이룬 마을을 구경하는 것입니다. 먼저 국도 77호선의 여러 마을은 그 자체가 구경거리입니다. 가천 다랭이 마을은 문인이나 사진작가가 오면 항상 고민합니다.

좋은 글감과 좋은 구도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용문사 오르는 길옆 계곡에 흐르는 맑은 물은 마음마저 시원해집니다. 해돋이 펜션(011-595-3835)은 앵강만을 내려다보며 일몰과 일출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아침 안개와 함께 오르는 설흘산은 신선의 모습입니다.

수천의 나비에 둘러싸여 누구나 동심에 빠질 수밖에 없는 나비생태공원에는 가족이나 연인끼리 가보는 것이 좋겠죠. 독일마을은 이색적 유럽풍경을 거닐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입니다. 물건방조어부림과 죽방렴은 멀리서 보아도 수려한 모습 그대로입니다.

△주요 코스 = 남해대교→화방사→남해 스포츠 파크→남해별곡(점심)→가천 다랭이 마을→용문사→해돋이 펜션(1박)→설흘산→나비생태공원→독일마을→물건방조어부림→죽방렴→창선-삼천포 대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