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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있다. 지리산. 산청을 이야기할 때 지리산을 빼놓으면 할 이야기가 없다. 높은 산은 귀중한 약초를 공급하고, 깊은 골은 깨끗한 물을 흘려보낸다. 류의태 같은 명의가 나올 수밖에 없는 곳이다.

절도 많아 불교계의 기라성 같은 이들도 이곳과 인연이 깊다.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법력을 겨루며 살았다는 율곡사와 정취암이 있고, 현대불교의 선승인 성철 스님 같은 인물도 배출했다. 도내에서 비교적 추운 산청이지만 문익점 선생의 목화 최초 재배지로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게 하여 의류혁명을 일으킨 곳이기도 하다.

산청을 방문한 날(지난 21일)은 대구지역 문화유적 해설사 모임의 산청 답사가 있어 따라나섰다. 답사 해설을 맡은 민향식(51) 산청 문화유적 해설사. 마이크를 잡은 그는 "전문가 여러분을 모셔놓고 해설을 맡았다"며 "부처 앞에서 요령 흔드는 격"이라고 겸손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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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야 마지막 왕인 구형왕의 돌무덤 위로 하얀 눈이 쌓인다.  
 
◇산청에도 왕릉이 있다 = '구형왕릉'은 첫 방문지다. 금서면 전통 한방관광지 근처 화계리에 있다. 류의태 약수터를 찾다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방문하는 이들이 감탄하는 곳이다.

가야의 마지막 왕인 구형왕의 무덤으로 전해오는 피라미드 형태의 7단 돌무덤이다. 왕의 무덤으로 돌무덤이 독특하다. 눈이 쌓인 모습과 어우러져 주변 경치가 일품이다. 이곳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 전설로 유명하다.

가야의 마지막 왕인 구형왕이 왜 산청까지 와서 묻혔을까.

민 해설사는 "시름에 잠긴 이들이 산으로 들어가듯, 당시 나라를 잃은 왕이 스스로 유배를 오듯 이곳까지 왔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무덤 앞 좌우에는 문인석, 무인석, 돌짐승이 1쌍씩 배치되어 있으나 이 석물들은 근래의 작품으로 당시 유물은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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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사예담촌 이씨 고가 앞 회화나무와 문화재로 등록된 돌담.  
 
◇옛집 문을 열다 = '남사예담촌'은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 기간 1박을 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 고가 마을은 담이 무척이나 높다. 마을에 도둑이 많아서가 아니라 남녀칠세부동석을 강조하다 높아졌다. 또한, 집성촌이 아니므로 여러 가문에서 가세를 자랑하고자 경쟁적으로 높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예전에는 오직 널뛰기로만 넘어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여섯 성씨 중 전주 최씨 고가를 찾았다. 답사객 모두가 "이리 오너라"를 외쳤다. 답이 없다. 그냥 열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

남도 지역 특유의 한옥 형태를 보이고 있다. 남성의 영역인 사랑방 크기가 크다. 게다가 여성의 공간인 안채에 직접 가지 않아도 손님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게끔 종을 걸어 두었다. 안채는 바깥으로 나가지 않아도 생활할 수 있게끔 꾸며져 있다. 게다가 텃밭까지 끼고 있어 머슴도 주인마님을 볼 일이 없을 정도다.

예담촌의 돌담은 2006년 문화재로 등록되었다. 그래서 현재 무너진 담도 수리를 못 하고 있다. 주인도 손을 못 댄다. 복원을 위해선 전문가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 대신 담장 보수는 국가에서 해주기 때문에 기다려야 한다.

◇보물은 산청에, 국보는 부산에 = 내원사로 향했다. 국내 최고(最古)의 비로자나불이 있는 곳이다. 766년에 만들어졌으니 내원사는 천 년이 넘은 고찰이라고 할 수 있다. 한 화랑이 요절하자 그의 부모가 가산을 내놓고 불상을 제작하여 모신 것이라고 한다.

비로자나불 외형은 그대로지만 속은 비어 있다. 원래 대좌에서 사리함이 같이 나왔지만 발굴과정에서 잃어버렸다.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지금은 부산시립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비로자나불이 보물(제1021호)인데 반해 사리함은 국보(제233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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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비로자나불이 있는 내원사 입구.  
 

◇문화해설사가 본 산청 문화유적 = 대구지역 해설사로 이번 방문에 참가한 박옥선(가명) 해설사는 "산청은 인물이나 자연이나 영남의 손꼽히는 관광지다. 하지만, 그에 걸맞은 보전을 잘 못하고 있다. 자연적인 문화유산에 인위적 티가 많이 묻어난다. 남사예담촌의 경우, 전통가옥 대문에 현대식 잠금장치를 설치하는 일이나 태극문양 무늬에 색칠하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다. 소화기 배치 등 작은 것 하나하나 신경 써야 할 것"이라며 따끔한 충고를 했다.

동행한 이미선 해설사는 "구형왕릉이 인상 깊다. 나라 잃은 왕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애잔한 가야사의 역사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일반인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곳"이라고 말했다.

전인숙 해설사는 "산청이 고향이라서 더욱 애착이 가는 동네다. 산청은 밤하늘의 별, 강, 깊은 골이 더욱 값진 문화유산"이라며 "이번 방문으로 대구뿐 아니라 고향 산청에 대한 공부도 더 해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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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향식 문화유적 해설사가 추천하는 꼭 들러봐야할 산청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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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을 찾을 때 빠뜨리지 말아야 할 곳이 있다. 단성면 방목리에 있는 도자기 작업장 '산청요(山淸窯)'다. 15~16세기 조선시대부터 사용되어 온 가마터다.

사기장들은 누구나 쓰고 싶은 흙이 산청 흙이다. 물 맑고 산 좋은 이 지방 특유의 사질 흙을 마음껏 쓰며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다.

산청요는 현재 국내 7대 명장에 꼽히는 '민영기'의 작업장이다. 마침 방문 날 외출 중이어서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부인의 소개로 전시실을 구경할 수 있었다. 도예에 푹 빠진 호소카와 전 일본 총리도 매년 한 번씩 이곳 작업장을 찾아 직접 도자를 빚는 곳으로 유명하다.

전시실을 구경할 때 사람들은 다시 놀라게 된다. 도자기나 다완의 굽에 가격이 붙여져 있기 때문이다. 일본으로 가져가면 더 높은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것을 국내에 선보인다는 것이 다행스럽다. 장인들의 작품이 전량 일본수출 계약을 맺는 것을 안다면 직접 만져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소중해진다.

전시실 입구에는 대학에서 도자기를 전공하고 아버지가 걸어온 길을 따라 사기를 빚는 아들의 작품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경남도민일보 여경모 기자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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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돼지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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