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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곡진 역사…나라 잃은 설움 우리와 너무 닮은 그들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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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발생한 티베트 사태로 어수선한 가운데 한 승려가 탑돌이를 하며, 경건히 기도를 올렸다.  
 

'히말라야 넘어 지척에 부모·형제가 있건만, 만날 수 없다. 시리도록 눈부신 설산은 그래서 시리도록 슬프다. 며칠째 고향땅에서 날아든 비보에 산간 마을이 술렁인다. 총탄에 스러지고, 군홧발에 짓밟히고, 매질에 신음하는 이웃이 수천을 헤아린단다. 찢기는 가슴을 부여잡고, 한 손에 염주를 든 이들이 사원으로 몰려든다. 사지와 머리를 땅에 찧으며 기도하는 '오체투지'가 밤낮없이 이어진다. 가족의 안위와 함께 문화학살을 일삼는 저들을 용서해달라 비는 모습이 이방인을 숙연케 한다. 슬픈 실향민, 그들의 이름은 티베탄(Tibetan)이다.'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현지에서는 이 지역을 '맥그로드 간즈'라 부른다)를 찾았다. 해발 1800m의 히말라야에 자리해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아마도 타향살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티베트인의 아픈 과거 때문이리라.

중국, 네팔과 국경을 마주한 티베트는 오랜 기간 독립국이었다. 한 때 중국의 고도였던 장안(현재 시안)을 무력 점거할 정도로 강성했던 이들은 이후 불심으로 귀의, 평화로운 민족으로 변모한다. 무기 대신 염주를, 살생 대신 자비를 택한 티베트인에게 인간사는 잔혹했다. 청나라를 기점으로 야욕을 드러낸 중국이 1949년 티베트를 통째로 집어삼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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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심이 깊은 티베트인은 승려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대단하다. 따라서 출가한 자식을 집안의 영광으로 여긴다.  
 

당시 공산화 바람을 탄 중국은 '인민해방'이란 헛구호를 앞세워 싸울 의사조차 없던 티베트를 침략했다. 이미 세속을 넘어 영혼의 '해방'을 탐구하던 티베트인에게 한낱 이데올로기의 편린인 '인민해방'이 가당키나 한가.

종교가 민중의 아편이라 맹신한 중국 공산당은 티베트에 대한 무차별적인 문화학살을 자행했다. 150만 명에 달하는 티베트인이 붉은 오성기아래 목숨을 잃었고, 인류의 소중한 자산인 불교사원 대다수가 잿더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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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베트 난민이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이들을 응원하는 세계 각지의 메시지가 있다. 사진은 다람살라 난민촌 내의 메시지.  
 

결국 1959년 중국의 종교 탄압을 피해 티베트의 영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와 일부 티베트인이 인도의 다람살라로 망명하기에 이른다. 티베트에 대한 야만적인 '한족동화정책'은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티베트에서 불거진 소요가 이를 증명한다.

중국 '인민해방'에 맞서 저항…민주화 외치던 '우리네 광주'와 흡사

이번 사태에 대해 중국은 독립을 노리는 달라이 라마 추종자들이 폭동을 일으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 다람살라에서 목도한 진실은 달랐다. 현재 티베트인 대부분은 '독립' 대신 종교의 자유를 근간으로 하는 '자치'를 원하고 있다. 이는 분란에 따른 더 이상의 희생을 막고자, '자치'를 택한 달라이 라마의 뜻과 맥을 같이 한다. 독립 운운하며 폭동으로 몰아가는 중국 측 주장과는 괴리가 컸다.

더 놀라운 사실도 접했다. 오래전부터 중국은 티베트를 한족에 동화시키기 위해 '애국훈련'을 벌여왔다. '애국훈련'이란 승려들을 모아놓고 달라이 라마를 헐뜯거나, 모욕하도록 강요하는 일종의 정신교육이다. 이를 행하지 않을 경우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티베트인에게 달라이 라마는 '아버지'다. 구타와 옥살이를 택할망정 아비를 욕보일 자식은 없다. 최근의 티베트 사태 역시 '애국훈련'과 관계가 있다는 증언이 다람살라에 파다하다.

틈만 나면 인권과 정의를 들먹이던 강대국들은 웬일인지 중국의 치졸함에 입을 다물고 있다. 인구 13억의 거대한 시장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보다 우위를 점한 셈이다. 하지만 티베트인은 외롭지 않다. 아직 세계의 '양심'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슬픈 실향민 티베탄, 그들의 유일한 바람은 '종교 자유'를 위한 '자치'

다람살라에는 중국의 문화학살을 규탄하는 한편 '비폭력'을 바탕으로 한 티베트인의 '조용한 저항'에 경의를 표하는 이방인이 몰려들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FREE TIBET'이 새겨진 각국의 국기가 다람살라 전역을 수놓고 있다. 태극기를 준비하지 못한 것을 한스러워하며, 나는 때 묻은 옷가지에 티베트의 자유를 기원하는 문구를 새겨 여염집 처마에 걸어 두었다.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낸 기분이었다.

고백하건대 불과 얼마 전까지도 티베트에 무관심했던 나는 인류애를 들먹일 만큼, 또 이를 행동으로 옮길 만큼 '그릇'이 크지 않다. 또 그럴만한 깜냥도 못된다. 그런 내가 다람살라에 머무는 동안 명치끝이 아려올 정도로 타민족의 아픔을 온전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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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람살라를 대표하는 남걀사원에서 한 신도가 사지와 머리를 땅에 찧는 오체투지를 했다.  
 
이제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티베트와 우리 민족의 굴곡진 역사가 너무도 흡사했기 때문이다. 다람살라 한 편에 자리한 낡고 초라한 티베트 망명정부의 청사. 이는 중국에서 보았던 우리 민족의 상해임시정부와 판박이다. 나라를 잃었던 민족의 후예이기에 티베트인을 보는 마음이 각별했는지 모른다.

그뿐이랴. 티베트 박물관에서 보았던 낡은 무성필름은 광주민주항쟁을 비추고 있었다. '종교의 자유'를 외치며 맨몸으로 항의하는 승려들에게 날아드는 총탄, 총성에 놀라 흩어지는 티베트인과 이들을 쫓아 뭇매를 퍼붓고 개처럼 끌고 가는 중국 인민군의 모습, 민주화를 외치다 군정의 폭압에 짓밟힌 우리네 광주를 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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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네 칼국수와 만두 격인 '뚝빠'와 '모모'.  
 
[지구별 단상] 입에 맞는 티베트 음식
칼국수·수제비에 만두까지?   
 
향신료가 강한 인도 음식에 슬슬 진저리가 처질 즈음, 다람살라에 도착했다.

티베트를 그대로 옮겨놓은 이곳은 먹을거리 역시 티베트 전통음식이 주류를 이룬다.

다행히도 티베트 음식은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다.

특히 노상에서 판매하는 '라핑'이라는 음식은 우리네 청포묵 맛을 빼다 박았다.

또 수제비와 흡사한 '뗌뚝', 칼국수를 닮은 '뚝빠', 만두와 비슷한 '모모' 등은 인도 음식에 지친 여행자의 입맛을 돋우었다.


/경남도민일보 윤유빈 객원기자 (원문 보기)

Posted by 돼지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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