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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행정 인턴, 알고 보니 '속 빈 강정'


정부가 야심 차게 준비한 행정 인턴십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 교육청마다 높은 경쟁률에 비해 최종 합격자 수는 줄줄이 미달 사태를 보이고 있어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남도교육청은 최근 정부 지침에 따라 정원의 2%를 행정 인턴으로 모집했으나 합격자가 정원에 훨씬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청년실업 해소와 청년 취업준비자 경력 형성 및 공공부문 체험기회 제공'을 목적으로 과학교육 등 10개 분야 108명의 행정 인턴을 모집했다.

모두 166명의 서류전형 합격자 중 105명 만이 면접에 응시, 최종 57명이 합격(51명 미달)해 52.7%의 충원율을 보이는데 그쳤다. 애초 223명이 응시해 2.1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충원율이다.

이 같은 교육청 행정 인턴 미달 사태는 비단 경남의 일만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교육청은 최근 행정 인턴을 면접한 결과 모집 인원의 45%인 98명만이 응시했다. 구체적으로 216명 모집에 응시자는 214명. 그나마 서류전형에서 68명이 자격 미달로 탈락하고, 146명만 통과했지만 면접에는 98명만이 응시했다.

강원도교육청 역시 인턴 76명을 모집했으나, 지원자가 없어 27명만을 선발했다. 두 교육청 모두 농촌지역 교육청에는 지원자가 아예 없는 곳도 있었다.

이 같은 대량 미달사태를 두고 교육계에서는 대학 졸업예정자나 연령이 초과하는 등 자격조건이 제한된 응시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면접에 불참한 서류전형 합격자 역시 다른 지역에 중복으로 응시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행정 인턴이 임시직에 공무원 시험 시 가산점도 없는데다 100만 원이 채 안 되는 월급 탓에 서류전형에 합격하고도 면접을 포기한 이들도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도교육청 관계자 역시 "원거리 출·퇴근 문제와 100만 원 정도의 적은 보수, 공무원 시험 시 가산점이 없는 관계로 행정 인턴 지원자가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남도교육청은 교육과학기술부가 모집 정원 미달 등의 문제를 보완하고자 연령제한을 대폭 완화하거나 대학졸업자(전문대졸 포함)에게도 응시 기회를 제공하는 등 자격 요건을 완화함에 따라 조만간 추가 채용공고를 통해 나머지 인원을 보충할 계획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최 모(30·진주시) 씨는 "보수도 적고, 임시직인데다 공무원시험 가산점도 없는데 뭐하러 응시하겠나"라고 되묻고 나서 "솔직히 말하면 행정 인턴제 탓에 정규직 공무원 채용인원이 줄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귀띔까지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치계 일각에서도 정부가 추진 중인 행정 인턴십 제도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전시 행정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한심한 행정 인턴십제도'라는 논평을 통해 제도를 강하게 성토했다.

이들은 "행정 인턴 참여자들의 임금이 아르바이트 수준의 저임금인데다, 10개월에 불과한 채용기간 탓에 10개월 후 다시 '백수'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주장한 2만여 개의 일자리는 숫자놀음일 뿐이고 이 제도 또한 청년실업 해소에 전혀 기여하지 못하는 '언 발에 오줌 누기'형 제도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아르바이트 논란' 속 도청 인턴 경쟁률 높아

정부가 청년 일자리 대책 중 하나로 시행하는 행정인턴에 대해 아르바이트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경남도가 행정인턴 선발을 마무리했다.

경남도는 행정(62명), 전산(8명), 학예(6명), 역사(4명) 등 모두 80명 대졸출신 행정인턴을 뽑아 13일 합격자를 발표하고 15일 오리엔테이션과 함께 부서별로 배치해 11월 중순까지 고용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도가 지난 7일까지 모집한 행정인턴에 모두 524명이 신청해 6.5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행정인턴제는 정부가 경기불황에 따른 청년층 취업난을 덜고자 공공기관 정원 2%를 인턴으로 채용하는 일자리 대책이다.

이 같이 경쟁률이 높은 청년취업난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행정인턴에 대한 아르바이트 논란을 끊이지 않고 있다. 도 한 부서 관계자는 "말이 일자리 창출이지 실제는 아르바이트"라며 "차라리 기업체에 예산을 지원해서 고용창출과 기술을 배우도록 하는 게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인턴이 일시적 고용 효과를 내기 위한 '100만 원짜리 10개월 임시직'이라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는 "전일근무 이외에 4시간, 6시간 등 파트타임, 3개월·6개월 근무 등 융통성 있게 운용해 인턴근무 중에서도 직업탐색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단순 실업자 구제책, 아르바이트 등과는 차별화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남도가 뽑은 80명은 모두 하루 8시간 전일근무 조건이다.

도 경제정책과 이향래 일자리창출담당은 "아르바이트라는 시각도 있긴 하지만 희망자에게 공공부문 경력, 직장체험을 할 수 있는 성과가 있을 것"이라며 "실과에서 행정자료 취합과 통계 등 행정업무 보조뿐만 아니라 국제통상과 경우 외국사례 연구 등 과제나 연구도 수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도의회도 인력이 부족한 입법정책지원실에 행정학이나 법학 전공 인턴 2명을 요구했으며, 이들에게 조례 자료수집 업무를 배정할 계획이다.

이어 이 담당은 "인턴 기간 중 취업교육과 함께 직업관 교육 등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라며 "인턴수료증, 경력 증명서도 발급한다"고 덧붙였다.

행정인턴제 예산은 정부가 25%를 대고 나머지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방식이며, 경남지역에는 48억 원이 투입된다. 인원은 중앙행정기관(5259명), 경남(도 80명, 시·군 358명)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5640명), 교육청(1278명), 중앙공공기관(1만 200명) 등 모두 2만 4580명에 달한다. 이들은 주 40시간 근무에 월 100만 원 정도 임금, 4대 보험에 가입되며, 10개월간 일할 수 있다.

/경남도민일보 김성찬 표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