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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9일 부산지방법원에서는 상징적인 판결이 있었다.

당시 부산지법은 수술 후 양쪽 다리가 마비된 환자에게 병원과 담당의사는 1억 2000여만 원을 주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의료행위에서 손해 발생 증명 책임은 환자 측에 있지만,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요구하는 분야이고 일반인이 이를 밝혀내기가 극히 어려운 특수성이 있다"며 "수술 후 갑자기 하반신 마비 등의 증상이 생기면 의료상 주의 의무 위반을 제외한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이 증명되면 의료사고로 추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는 환자가 의사의 과실을 증명하지 못해도 병원 쪽에서 과실이 없다는 명백한 증거를 대지 못하면 '의료사고'라는 뜻이다.

당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이 판결은 환자가 의사의 과실을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의료진 자신이 과실이 없음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는 것을 명백히 밝혔다"며 "이는 의료사고와 관련한 민·형사 소송에서 전문지식이 없는 환자가 의료인의 과실을 증명해 왔던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것임을 증명해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의료사고 환자와 그 가족이 본 피해를 법적·제도적으로 구제하려면 의료기관이 과실이 없음을 증명하는 것으로 원칙이 바뀌어야 하고, 이런 내용을 담은 '의료사고 예방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의료사고피해구제법)'이 빨리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구제법안, 20여 년간 논의 수준에 머물러

지난해 11월 19일 국회 제269회 정기회 보건복지위원회 제4차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장.

이날 6명의 위원이 43개의 법안을 심사할 예정이었다. 이 법안 중 9번째가 '의료사고 예방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이었다. 하지만, 이 법률안은 심사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의료사고피해구제법률안을 심의할 순서가 되자 한나라당 위원 3명이 당 내부에서 의견이 정리되지 않았다며 퇴장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이후 이 법률안은 다시 논의되지 않았다.

의료사고피해구제법안의 역사는 20년에 가깝다. 지난 1988년 △의료분쟁 상설 조정기구 설치 △의료진 과실이 없는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기구 설치 △피해 보상액 일부 국가 부담 △전문지식이 없는 환자를 위해 과실 여부를 의료진이 증명 등의 내용을 담은 '의료사고분쟁법안'이 처음 제안됐다. 이 법안은 지난 1994년에야 국회에 제출됐다. 그리고 지난 2005년 당시 열린우리당 이기우 의원이 의료 소비자의 처지를 더 고려해 '의료사고피해구제법안'을 발의했다. 이렇게 법률안은 14~16대 국회를 거치면서도 여전히 '논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의료계 "의사도 보호받게 피해 보상제 제정을"

특히 과실 여부를 의사가 증명해야 한다는 데 있어 의료계의 반발은 거세다. 경상남도 의사회 김영대 사무국장은 의료 사고가 아닌,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까지 의사가 증명해야 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의료사고 소송이 자주 일어나고 그러면 의사는 조금이라도 사고가 날 것 같으면 소신 있게 진료를 하지 못하게 돼 결국 손해는 환자가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는 '의료사고 피해 보상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의료 사고 보험을 만들어 의사와 환자가 가입하면 의료기관도 환자도 모두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소비자시민연대는 의료사고는 갑자기 일어나고 증거확보도 어려워 피해자가 어려움을 겪으므로 이 과정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피해구제법안은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끝>

/경남도민일보 이균석 기자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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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경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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