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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박경리 선생 삶의 흔적마다 조문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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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문화마당에 설치된 분향소에 애도를 표하는 조문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최현식 기자

통영시에서는 흙과 생명의 작가 고 박경리 선생을 추모하는 분향소가 5일 밤 강구안 문화마당에 설치된 가운데 6일 오전 10시부터 애도를 표하는 조문객들이 줄을 이었다.

오전 일찍 통영·고성이 지역구인 이군현 국회의원 부부가 분향소를 찾아 애도를 표한 가운데 시간이 지날수록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일반 시민들이 줄을 이어 분향소를 찾고 있으며 조화도 속속 도착하고 있다.

진의장 통영시장은 이날 오전 서울 아산병원에 차려진 분향소를 찾아 통영시민을 대표해 조문한 후 통영으로 내려와 시민들과 애도의 뜻을 함께 나눌 예정이다.

5일장으로 치러지면서 9일까지 시청 옥상에는 검정리본을 부착한 시기 게양, 공무원과 예술인들은 검정리본을 패용했으며, 읍·면·동에도 시기 조기게양은 물론 운구행렬 진행방향의 모든 가로수에도 허리높이의 검정띠를 두르는 작업이 한창이다. 또 시청 정문 기둥 4개소와 통영대교(2곳) 등에도 폭 1∼2m 되는 검은 리본을 부착했으며, 시가지 곳곳에도 밤새 제작한 만장을 부착했다.

시는 이날 진 시장을 명예 위원장, 예총회장을 위원장으로 정하고 문화·교육·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50여 명으로 '고 박경리 선생 추모위원회'를 구성, 애도를 표하고 추모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추모위원회 측은 추모 분위기 확산을 위해 분향소가 설치된 문화마당에서는 꽃상여 제작이 한창이며, 전광판 등 각종 홍보매체를 통한 추모행사 안내가 진행되고 있다.

고 박경리 선생은 평소 '고향에 묻히고 싶다'는 유언에 따라 통영시 산양읍 신전리에서 농장을 경영하는 정대곤(54·양지농장 대표)씨가 3000여㎡의 터를 희사, 선생의 유언대로 9일 오후 2시 묘지를 조그마하게 만들어 안장할 계획이다.

정대곤 씨는 "지난해 12월 고 박경리 선생과 진의장 시장이 농장 내에 있는 자신의 펜션에 하룻밤 묶으면서 '이 곳이 너무 좋다'는 감탄사를 자아낸 것이 계기가 되어 진 시장과 의논 끝에 선생이 안장될 터를 희사했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고인은 대하소설 〈토지>를 비롯한 수많은 문학작품을 발표해 국가와 사회에 많은 공헌을 남겨 범시민적 애도의 의미로 장의절차를 대한민국 문인장(사회장)으로 거행함에 있어 지원계획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김용우 통영시의회 의장은 "통영시가 선생의 업적을 기려 문학관 건립을 추진 중인데 살아계실 때 건립돼 직접 문학관 착공 테이프를 끊었으면 했는데 그러지 못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총 사업비 48억 원을 들여 올해부터 오는 2010년 2월 완공을 목표로 통영시 명정동 충렬사 앞 주택 터 2154㎡에 박경리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박경리 문학관(2층)을 건립할 계획으로 토지와 건물보상비로 22억 3500만 원을 확보, 보상이 진행 중이다.

/경남도민일보 최현식 기자 (원문 보기)

박경리 선생 모교 진주여고에도 분향소 설치

소설 <토지>의 작가 고 박경리 선생의 모교인 진주여자고등학교에도 분향소가 설치돼 조문객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진주여고와 진주여고총동창회는 6일 오후 2시 분향소를 진주여고 본관 1층에 설치, 시민들의 조문을 받고 있다.

조문객을 맞이하는 조헌국 교장은 "민족 문학의 봉우리인 고 박경리 선생은 진주여고의 졸업생으로 우리 일신인들의 자랑이었다"며 "진주에서 고인을 추모하고 그 뜻을 기리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총동창회 박정희 총무는 "올해 초부터 학교와 동창회가 교내에 박경리관을 설치해 고 박경리 선생의 업적을 기리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박 선생이 타계하면서 박경리관 설치를 빨리 추진해야 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7시 진주문인협회와 예술인, 언론인들이 분향소에 모여 앞으로 일정 등을 논의했다.

/경남도민일보 김종현 기자 (원문 보기)

〈토지〉의 고향 하동 깊은 슬픔에 잠겨

대하소설 〈토지〉의 주무대로 널리 알려진 하동 지역도 깊은 슬픔에 잠겼다.

하동군이 지난 5일 박경리 선생 별세소식을 듣고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최참판댁 안채에 마련한 분향소에는 박경리 선생 타계를 안타까워하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6일 오전 10시 조유행 하동군수를 비롯한 차상돈 하동경찰서장, 박종원 하동교육장 등 기관단체장과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분향소를 찾아 헌화와 분향을 한데 이어 하루 종일 군민들이 삼삼오오 분향소를 찾는 등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박경리 선생의 넋을 기리기 위해 차려진 분향소는 엄숙함을 넘어 침울한 분위기마저 들었으며, 헌화와 분향을 하던 몇몇 군민들이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훔치기도 해 보는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아울러 가족들과 함께 최참판댁과 토지문학관 등 하동 관광지를 구경하러 왔던 관광객들도 한국 문단의 큰 별, 박경리 선생이 타계했다는 소식을 듣고 앞다퉈 분향소에 들러 명복을 비는 등 슬픔을 함께 나눴다.

특히 하동군청과 하동문화예술회관에는 '고 박경리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렸으며, 공무원들은 장례식이 끝나는 9일까지 가슴에 검은색 리본을 달고 근무하기로 했다.

조 군수를 단장으로 김영광 군의회의장, 도·군의원, 최영욱 하동문학회장, 평사리 상평마을 주민대표 등 40명이 참여하는 조문단은 7일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방문, 조문한 뒤 유가족들을 위로할 예정이다.

조 군수는 "박경리 선생 타계는 한국 문학계의 큰 손실일 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예술계의 큰 안타까움"이라며 "모든 군민들은 박경리 선생의 부재에 어느 지역보다 어떤 사람들 보다 더 크게 슬퍼하고 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관광객 박금자(41·진주시) 씨는 "박경리 선생이 돌아가신 줄 몰랐는 데 최참판댁에 차려진 분향소를 보고 알게 됐다"며 "한국 문학의 거장인 박경리 선생이 돌아가셨다는 사실에 너무나 놀랍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동문인협회 최영욱(52·시인) 씨도 "아직 떼 쓸 일이 많은데 아쉬울 뿐이다. 그 좋다는 지리산 산나물 보내드리는 재미도 없어졌다"며 5일 밤부터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다.

또한 장례위원장 박완서 작가와 소설가 최일남, 임헌영 평론가, 소설가 오정희, 민영 시인, 국악가 김영동, 도종환 시인, 소설 토지의 독보적 평론가였던 연세대 최유찬 교수, 토지 인물 사전을 냈던 이상진 방송대 교수가 조문했다.

한편 박경리 선생의 장례일정은 8일 오전 8시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한 뒤 9시에 출발, 오후 1시에 원주시 단구동 토지문학관에서 노제를 지낸다. 영구차는 노제 토지문화관을 거쳐 오후 2시에 원주를 출발해 통영에는 오후 8시 도착한다. 9일 오전 10시에 강구안 문화마당에서 추도식을 하고 오후 1~2시에 산양읍 신전리 미륵산 기슭 양지농원에서 입관식을 하게 된다.

/경남도민일보 장명호 기자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