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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내 이름이 왕창원이라고 신창원이냐?

모슬렘이 모두 탈레반은 아닙니다  
왕창원 창원 마스지드 & 이슬라믹 센터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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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창원 씨(왼쪽)와 부센터장 모신 씨.



-선거는 하셨나요.

△예. 물론 후보들이 처음에는 저에게는 투표권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악수조차 하지 않았지만 알고 나선 안색이 바뀌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좋은 정책을 제시하는 것 같아서 집권여당에 한 표 던졌습니다.

-예배 때 한국인은 전혀 보이지 않던데.

△저도 귀화해서 한국입니다. 한국인의 이슬람에 대한 편견 때문에 잘 오지 않습니다. 이슬람을 전혀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활동하기가 더 어려우시죠.

△이슬람에 대해 오직 탈레반, 알 카에다, 성전 등 몇몇 단어와만 연관시킵니다. 언론에서도 미국 자료만 받아쓰니 나쁜 이미지만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슬람을 믿는 사람은 모두 테러리스트를 보듯 경계합니다. 저도 가끔 질문을 받습니다. 혹시 탈레반 아니냐고 묻습니다.

-모슬렘 대부분이 그런 질문을 받나요.

△그렇죠. 제 이름이 왕창원입니다. 예전에 희대의 탈옥수였던 신창원이 있었습니다. 제가 신창원과 이름이 비슷하다고 해서 신창원이 될 수가 없듯이 탈레반처럼 생겼다고 해서 탈레반이 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야깁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한국인은 모두 신창원'이라고 생각한다면 억울하겠죠.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 도내 이슬람 활동 중 가장 어려운 것은 뭐죠.

△저희 모슬렘들은 항상 감시받고 있습니다. 오늘도 예배가 끝나자마자 경찰서 정보과 형사들이 활동하는 것 보셨죠.

어떤 행동 하나하나도 체크되고 있습니다. 수 명이 모이는 조그만 행사 하나하나도 신고를 해야 합니다. 골목마다 세워져 있는 교회에선 아무 거리낌 없이 하는 행사도 우리가 하려고 하면 신고부터 해야 합니다. 종교단체인데도 전혀 지원이 없는 것도 어려운 점이죠. 모두 사비로 운영하죠.

-전도 활동 계획은 없나요.

△우선 이슬람이 어떤 종교인지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슬람과 관련된 재밌는 이야기를 엮은 포켓북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누어줄 예정입니다. 또 라마단(금식을 하는 한 달) 등 이슬람 관련 주요행사 때 창원시민들도 함께할 수 있는 조그만 행사도 준비하려고 합니다.



하루 다섯 번 메카 향해 절하고 묵상…손·발·얼굴 씻고 엎드려 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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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스지드&이슬라믹 센터를 찾은 모슬렘들이 예배 중 메카를 향해 절하고 있다.



지난 11일 경남 창원 팔룡동에 있는 마스지드&이슬라믹 센터를 찾았다. 마스지드는 '꿇어 엎드려 경배하는 곳'이라는 의미의 아랍어다. 낮 12시 30분부터 예배당을 찾아 사람들이 모인다. 금요일이지만 예배시간이 한국의 점심때에 맞추어진 덕분에 센터 근처에서 일하는 모슬렘은 이곳을 찾는다. 점심보다 예배를 택한 사람들이다.

예배당에 들어서기 전 모든 사람은 세면장을 거친다. 얼굴, 손, 발이 깨끗한 상태에서 알라신을 만나야 한다는 뜻이다. 고양이 세수를 하는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예배당에 들어서면 바닥에 필기장에 그인 줄처럼 일정하게 선이 그려져 있다. 모두 메카를 향한 방향이다. 정면에는 카바샤리프(사우디 메카에 있는 사각형의 상징물) 모양을 자수 놓은 걸개그림이 걸려 있다. 예배당에는 온통 아랍어로 적힌 문구밖에 없어서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다만, 여러 나라의 표준시를 나타내는 시계로 시간만 알 수 있을 뿐이다.

모슬렘의 경전인 코란도 보인다. 하지만, 책장의 가장 위에 놓여 있다. 이유가 있단다. 코란은 신성시되는 경전이기 때문에 사람이 뒤돌아섰을 때 등을 지지 않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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꿇어 앉아서 한쪽 발바닥을 세우는 독특한 이슬람식 좌선 자세.



이날 예배당을 찾은 모슬렘은 모두 18명.

12시 45분 센터장의 설교가 시작된다. 알아들을 수는 없다. 간혹 인샬라('알라의 뜻대로'라는 아랍어)라는 단어만 들릴 뿐이다.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이렇다.

'다음날 학교시험을 앞두고 시험공부를 다 못해 우는 자녀를 지켜보던 아버지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인생에서 작은 시험인 학교시험도 이렇게 걱정이 되어서 울고 있는데, 세상에 나서 삶이라는 시험장에서 얻은 결과 때문에 우리는 얼마나 걱정하고 살고 있습니까. 죽고 나면 분명히 그 결과에 대해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오후 1시. 센터장의 설교가 끝나자 몇몇 사람들이 일어난다. 그리곤 코부터 이마까지 바닥에 대고 절을 한다. 하지만, 모두가 똑같이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앉아서 있는 사람, 서서 허리만 구부린 사람, 서서 묵상하는 사람 등 각양각색이다.

또 다른 이맘(종교행사를 주도하는 사람)이 나서 10분간 설교를 한다. 특히 앉아있는 이들의 다리 모양이 독특하다. 꿇어 앉아 있는데 한쪽 발바닥을 세운다. 이슬람식의 좌선이란다. 오후 1시 30분이 다가오자 이날 예배는 마무리되었다.

우즈베크에서 왔다는 자수르 빅(30) 씨는 "점심때가 짧아 오래 있을 수 없지만 이슬라믹 센터가 있어 고향에서처럼 종교 활동을 할 수 있어 좋다"며 서툰 한국어와 손발을 이용하며 설명한다.

7년째 한국에 있으면서 한국인과 결혼했다는 야자르(24) 씨는 "한국이 좋아 귀화하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제 한국도 선진국답게 다른 종교에 대한 포용정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이야기했다.

모슬렘이 되려면 꼭 지켜야 할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 신은 알라 외는 없다. 둘째, 하루 5번 예배를 한다. 셋째, 라마단(이슬람 달력의 9월) 기간 중 금식을 한다. 넷째, 일 년에 한 번 자신의 재산 2.5%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부한다. 다섯째,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성도 메카를 성지 순례한다.

이슬람에 대해 알고 싶거나 체험해보고 싶은 이들은 언제나 환영이라고 한다. 055-288-0786. 017-528-5343으로 문의하면 된다.

글·사진/여경모 기자 (기사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