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의 귀여움 · 연상의 경제력 '매력'
늘어나는 '쿠거족', 드라마·소설 소재로도 인기
케이블 프로그램 <애완남 키우기, 나는 펫>한 장면. | |
연상녀, 연하남을 다룬 TV 연예 프로그램이 리모컨의 손가락을 멈추게 한다. 아예 연하남을 애완용을 뜻하는 '펫(pet)'이란 용어를 사용하며 연상녀의 비위를 맞추는 프로그램도 있다. 연상녀 대부분은 소위 '알파걸'이라고 부를만한 경제적 능력을 갖추고 있고, 연하남은 경제적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남자다움조차 드러나지 않는 '베타 보이'란 상황설정이 <애완남 키우기, 나는 펫>이란 프로그램 제목과 같은 극단적 배치를 어울리게 한다.
'정신연령 차이' 갈등도 만만찮아
서점에서도 연상녀-연하남을 다룬 책이 인기다. 다소 주제가 무거운 것부터 연하남 꼬이기 방법을 설명하는 책도 나온다. 드라마도 예외가 아니다. 연하남 사귀기 6계명 등 지침서도 인터넷을 떠돌아다닌다. 근데 주위를 둘러보면 연상녀 연하남 커플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TV 속에서만 존재하는 커플이 아니란 이야기다.
도내 쿠거족(연상녀-연하남 커플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뜻하는 신조어)에게 연상녀 연하남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여자는 '배' 남자는 '항구' = 초등학교 선생님인 한겨울(가명·27·진해시 경화동) 씨는 한 살 연하인 군인과 사귀고 있다. 한 씨에게 연상녀, 연하남의 장단점에 대해 물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커플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저희는 나이 차이가 작아 자주 싸우게 되는 경우가 많죠. 나이가 많은 오빠라면 이해해줄 정도의 사소한 시빗거리도 곧잘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는 일이 많습니다. 연하남은 남자로서 자존심을 지키려고 하고 연상녀는 연하남을 가르치려고 들기 때문인 것 같네요."
또 그는 "또 연하남이 정신적인 연령이 어리다는 생각도 자주 듭니다. 예를 들면, 결혼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돈을 모을 생각이 없이 씀씀이가 헤픈 남자친구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궁금해집니다"라며 정신연령의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물론 한 씨는 "장점도 없지 않다"고 말한다. "남자친구가 어려보여서 친구들이 부러워하기도 한다"며 "노래방을 가더라도 최신노래를 부르거나 패션, 최신 유행어 구사와 같은 트렌드에 민감해 '내가 연하남과 사귀고 있구나'라는 사실을 잊지 않게 만들어 준다"고 말한다.
노정주(가명·31·마산시 회원동) 씨는 현재 3살 나이 많은 누나와 사귀고 있다. 현재 노 씨는 청년 백수 상태다. 방송프로에 나오는 대로 그는 누나에게 거의 끌려다닌다고 말한다.
결혼할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에 그는 누나와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한다. 노 씨는 "방송과 달리 연상녀-연하남의 생활은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닌 것 같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겉늙은 연하남은 노 땡큐" = 연상녀, 연하남 커플은 최근 20, 30대의 신혼부부 10쌍 가운데 한 쌍으로 늘어났다.
결혼정보업체에서 지난해 조사한 쿠거족 설문조사에서도 절반의 연하남이 연상녀의 경제력에 가장 끌렸다고 밝혔다. 연하녀는 연상남의 애교와 존중해주는 마음에 가장 끌렸다는 것과 비교된다.
병원 간호사인 김정미(가명·29·창원시 명서동) 씨. 김 씨는 3살 어린 대학생과 연애 중이다. 물론 부모님에게는 비밀이다. 아직 남자친구는 직업이 없어 반대할 것이 뻔하다고 생각해 몰래 열애 중이다.
데이트 비용은 90%가 김 씨 몫. 그래도 전혀 아깝지 않다고 한다. 그 정도 투자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연하남의 외적인 모습과 내적인 모습 중 어떤 것에 더 끌렸는지 물었다. "솔직히 외적으로 어려보이니깐 사귀게 되었다"고 답한다.
덧붙여 실제 연하남이지만 연하남처럼 안보이고 오빠처럼 보인다면 어떻겠느냐는 말에 그는 "당연히 노 땡큐죠"라고 단호히 말한다.
남자친구가 어리광을 피울 땐 귀여워서 좋지만 자신이 어리광 피우고 싶을 땐 망설여지는 것이 아쉬울 때라고 한다. 한번 어리광을 피웠더니 돌아온 말은 "(비꼬듯이)누나 올해 나이가 몇 살이고?"였단다.
◇쿠거족이란 쿠거는 고양잇과의 동물로 먹잇감을 찾을 때까지 어슬렁거리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밤늦게 파트너를 찾아 헤매는 나이 든 여성을 뜻하는 속어로 쓰였다가 오늘날에는 어린 남자와 데이트하거나 결혼하는 여성을 뜻한다. |
/경남도민일보 여경모 기자
Powered by Zoundry Raven
'문화/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이름이 왕창원이라고 신창원이냐? (2) | 2008.04.14 |
---|---|
한국건강보험 <식코>에 길을 묻다 (8) | 2008.04.12 |
동시개봉 파괴…영화관, 특정영화 단독개봉 붐 (0) | 2008.04.04 |
소싸움은 동물학대 아니다 (0) | 2008.01.11 |
마산 '702송이 국화' 한국기록 인증 (0) | 2008.0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