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다 돈이 먼저인 미국 민영 의료 시스템 낱낱이 고발
총선 정국 새 정부 의료 정책과 맞물려 관객 관심 한 몸에
경남도내에서는 롯데시네마 마산점에서만 유일하게 개봉한 영화 <식코>. 하지만, 화젯거리로는 웬만한 인기 영화를 능가한다. 롯데시네마 마산점에는 학교 단체 관람, 직장인 단체관람이 잇따르고 있다. 투표 전 이 영화를 보고 투표하러 가야 한다는 여론이 일 정도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영화, 볼거리로서가 아닌 '국민이 꼭 봐야 할 영화'로 화제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화씨 9·11>을 만들었던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의 영화라는 점에서 '내가 진정 반미주의자인가를 반문하게 하는 영화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보험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해본 적이 있는 당신이라면, 보험비용 신청을 했다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지출을 피해가는 보험회사의 횡포를 당해본 당신이라면, 의료비 때문에 고민해 본 적이 있는 당신이라면 공감하고도 남을 영화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장하는 건강보험 민영화가 추진되면 과연 어떻게 될까' 궁금한 당신이라면, 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그 답을 내려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환자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 고민하는 나라
숨이 가쁜 아이를 가까운 병원에 데려갔다 쫓겨나기를 반복하던 한 어머니는 결국 이 아이의 목숨이 끊어지는 것을 눈앞에서 지켜봐야 했다. 미국에서는 보험이 지정하지 않은 병원에서는 치료조차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톱니바퀴에 두 손가락이 잘려나갔지만 완전한 접합은 기대하기 어렵다. 중지 하나에 우리 돈 약 6000만 원, 약지 하나에 약 1200만 원이 들기 때문이다. 결국, 비용이 많이 드는, 혹은 가입 조건조차 되지 못하는 5000만 미국인들은 거액의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치료를 포기해야 한다.
의료 보험 민영화를 수십 년 전부터 시행한 나라 미국. 민영이니 보험료가 천정부지로 높은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대다수 미국인은 의료보험에 가입하고자 발버둥친다. 가입조건이 까다로운데다 보험에 들지 않으면 어마어마한 보험비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의료보험에 가입해도 혜택을 받기는커녕 파산에 이른다. 미국에서 파산의 50%가 의료비용으로 발생하며 파산 신청자의 4분의 3은 의료보험에 든 사람이다. 보험계약서의 허점과 피보험자의 과거 병력을 들춰내는 청부업자,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돈을 받는 의학박사들이 보험회사에 고용돼 있기에 치료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조건을 맞추기는 더욱 어렵다.
마이클 무어는 이러한 실상을 파헤치는데 그치지 않고 강 건너 캐나다를 찾는다. 의료보험을 위해 미국과 인접한 캐나다에서 결혼할 사람을 찾는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24시간 무상으로 의료체계가 운영되고 육아정책, 교육정책에서만은 무상서비스가 확실하게 자리 잡은 나라 영국과 프랑스도 찾는다.
마지막 행로는 미국에서 악마 '카스트로'가 살고 있다고 교육받은 쿠바다. 마이클 무어는 9·11 화재 자원봉사로 후유증을 앓고 있지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들을 쿠바로 데리고 간다. 친절한 무상 의료서비스를 받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정책의 실상은?
이명박 대통령의 숙원사업 중 제동을 걸어야 하는 것은 대운하만이 아니다. 그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민영보험 활성화를 18대 국회 출범과 함께 건강보험 개혁으로 밀어붙일 태세다.
과연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대로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실현될 것인가? 물론 대한민국 1%는 확실히 혜택을 누리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머지 99%는 영화 <식코>의 주인공 처지가 되는 건 아닌지.
영화 <식코>공동체 상영신청받아요 <우리 학교>에 이어 영화 <식코>도 '공동체 상영'이 가능해졌다. '공동체 상영'은 다큐멘터리를 포함해 우수한 독립·예술 영화를 지역에 소개하는 대안 배급망으로, 지난해 <우리 학교>를 상영해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식코>의 배급사인 스폰지와 한국독립영화협회의 배급지원센터는 최근 <식코> 공동체 상영을 결정하고 현재 단체나 지역의 신청을 받고 있다. <식코> 공동체 상영을 원하는 단체나 지역은 한국독립영화협회 배급지원센터 홈페이지(www.kifv.org)에서 신청서를 내려받아 작성하거나 전화 02-778-0367로 문의하면 된다. 첫 상영은 오는 24일부터다. |
/경남도민일보 박종순 기자(기사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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