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날…김주태-김복수 씨 이야기
김복수 할머니는 지난 2002년 뇌출혈로 쓰러져 거동이 불편한 남편 김주태 할아버지를 수년 째 정성껏 간호 중이다. /박일호 기자 iris15@ | ||
둘이 만나 하나가 된다는 '부부의 날'을 하루 앞서 두 손 꼭 잡고 저승 문턱도 넘어서겠다는 노부부를 만났다.
20일 마산 두척동 보은요양병원에서 만난 김주태(73) 할아버지와 김복수(68) 할머니 부부는 지난 반세기를 함께 지내온 애정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50년 가까이 함께 산 부부는 아직도 '여보', '자기'라 부르며 빙그레 웃으며 두 손을 꼭 잡는다.
김 할아버지는 지난 2002년 뇌출혈로 쓰러져 왼쪽 손과 발을 제대로 못 쓴다. 병원을 옮겨다니며 치료를 받아온 김 씨는 지난 2월 보은요양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아내 김 할머니는 24시간 남편과 한 몸이 돼 붙어 지내고 있다. 온종일 거동이 불편해 화장실 가는 것도 힘든 남편의 손과 발 노릇을 하고 있다. 당신은 정작 병실 침대 옆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지낸다.
김 할머니는 "처음 남편이 쓰러졌을 때 몇 달 살다 죽는 줄 알고 노심초사했는데 벌써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뉜 채 밥을 먹이면 얼굴이 뒤틀려서 오른쪽 이로 씹고 왼쪽으로 흘려버렸는데 이제는 앉아서 마비가 되지 않은 제 손으로 밥을 먹을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신혼 땐 성격차이로 마찰…양보의 지혜로 위기 넘겨
지금은 환하게 웃으며 서로 핀잔도 주면서 '탄탄한 애정'을 보여주는 부부지만 처음부터 결혼 생활이 그렇게 평탄하진 않았다. 김 할아버지는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땋은 채 고성에서 온 처녀가 아주 예쁘고 좋아서 결혼을 했는데 느긋하다 못해 느려서 답답한 아내의 성격에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남편 성격이 워낙 급하고 불 같아서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들이 끝까지 관계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은 '포기할 부분은 서로 포기하기'로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다르다고 서로 '아귀다툼'만 할 수는 없었던 노릇. 합일점을 찾으려면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김 할머니는 "남편이 일단 화를 버럭버럭 내며 박차고 집을 나가지만 돌아올 땐 화가 다 풀려서 미안하다고 먼저 사과했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이런 남편 성격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양보하는 지혜를 터득한 것이다.
부부는 서로 미워서 싸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아내는 과거를 떠올리며 "남편이 나를 정말 좋아하긴 했는가 보다"라며 싱긋이 웃었다.
"자기야" 살가운 할머니…몸 아픈 남편 수년째 간호
모든 부부들이 겪을 법한 성격 차에도 부부는 금실이 좋아 슬하에 다섯 자녀를 낳았다. 딸 셋, 아들 둘. 그렇지만, 9년 전 큰딸을 위암으로 잃는 시련을 견뎌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 할아버지가 30년 간 했던 관광버스 운전을 그만두고 나서 시작한 경비 일 8개월 만에 과로로 쓰러졌다.
그래서 찰떡궁합으로 어디든 함께 여행 다니면서 노후를 보내려고 했던 계획이 산산조각이 났다. 그래도 아내는 남편이 있어서 행복했고 몸이 불편하지만 지금처럼 서로 웃으며 얘기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농조로 "어떨 땐 미워서 정말 병원 화장실에 남편을 데리고 가서 확 밀어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젊은 날 부지런히 자식 낳아 알뜰살뜰 살았는데 나이 들어서도 병시중에 옴짝달싹 못 하게 묶어 놓았다는 거다. 아내는 어딜 가든 수동 휠체어를 밀어줘야 하니 여간 힘들지 않다며 전동 휠체어 하나 구해달란다.
이들 노부부는 이제 죽음의 문턱에서 서로에게 의지해 살 수 있는 한 끝까지 사는 게 남은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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