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로 일용인부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28일 새벽 마산의 한 인력시장 앞. /김구연 기자 | ||
여름이어서 날이 훤하게 밝은 28일 오전 5시 50분께 마산시 구암동의 한 인력소개소에는 5∼6명의 인부들이 작은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담배를 피우고 있다. 가끔 울리는 전화에 고개를 돌려 인력소개소 소장의 통화 내용에 귀를 기울인다.
창원시 봉곡동에서 왔다는 김 모(28) 씨. 2년 전부터 일용직 노동일을 해 왔지만, 최근에는 일거리가 없어 그냥 돌아가는 날이 절반이다. 지난해만 해도 김 씨는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은 철거작업과 미장 보조 등의 일을 해왔다. 하지만, 요즘은 일주일에 하루, 이틀 일거리를 얻는 게 고작이다.
올 들어 경기가 나빠진데다 특히 철근 등 건설자재 값이 폭등해 업계가 타격을 받는 가운데 그 여파가 고스란히 미쳐 인력소개소나 구직자 모두 울상이다.
인력소개소 최 모(46) 소장은 "지난해 이맘때는 하루 15∼20명 정도 건설현장 일용직 일자리를 소개해 줬는데 지난해 가을부터 인력 수요가 줄고 있다"며 "올해는 건설업의 불황으로 점점 줄어 하루에 6∼7명 정도만 인력을 파견한다"고 하소연했다.
최 소장은 또 "인부를 찾는 연락이 30%가량 줄었지만 일거리를 찾는 전화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며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그냥 돌아가는 사람들 보기가 안타까워 이들의 연락처를 받아놓고 일거리가 있을 때 직접 연락하는 방법으로 운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오전 6시 40분께 마산시 석전동의 또 다른 인력소개소를 찾았다. 이곳에서는 비교적 많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소개해주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는 사람 중에는 아르바이트를 위해 나온 대학생도 몇 명 눈에 띄었다.
이곳 소장은 최근 소개소 일자리 알선 상황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 해 주기를 꺼렸다. 이런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나가면 인부를 찾는 공사장 측에서 인건비를 깎으려 들기 때문이다. 대신 건설업계가 부도나거나 공정을 중단하는 사례가 많아 인건비를 떼이는 일이 늘고 있다며 최근의 상황을 빗대어 말했다.
오전 8시가 가까워지자 사무소 내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다 하나둘씩 발길을 돌렸다.
정 모(54) 씨는 "장마철이면 일할 수 있는 날도 많지 않지만 더군다나 건설경기가 안 좋아져 그냥 돌아가는 날이 많다"며 "이런 날은 미련을 버리고 마산역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다 무료급식소에서 점심을 해결해야 한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경남도민일보 유은상 기자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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