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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한국서 꽃 피운 사랑 전통혼례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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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연휴인 지난 13일 오후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제니(31)와 디니(34) 부부가 전통혼례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민중의 소리/구자환 기자  
 
경남다문화축제서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화촉

추석 연휴인 지난 13일 창원 용지공원 야외무대 앞 잔디밭에서는 '2008 경남다문화축제'가 열렸다. '아시아의 맛·멋·신명이 있는 한가위'라는 제목이 붙은 이 행사에서는 중국, 베트남, 파키스탄,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등 11개 국가 교민회가 모여 전통음식을 나누는 등 추석 분위기를 냈다.

오후 3시 30분 야외무대에서 열린 각국 밴드 공연이 끝나가자 행사 도우미들이 야외무대 앞에 서둘러 병풍을 세웠다. 병풍 앞에는 혼례상이 놓였다. 전통 혼례식을 하려는 거다. 행사에 참여한 이주노동자들이 순식간에 혼례상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혼례 준비가 끝나자 신랑과 신부가 청사초롱을 든 시자를 따라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사모관대를 한 신랑 제니(31) 씨는 수줍은 표정이다. 족두리에 연지 곤지를 붙인 신부 디니(34) 씨는 긴장을 많이 한 듯 굳은 얼굴이다.

이들은 모두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다. 제니 씨는 3년 전, 디니 씨는 5년 전 우리나라에 왔다.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에서 처음 만나 2년 동안 데이트를 했단다. 신랑이 어디가 그렇게 좋았느냐고 물으니 디니 씨는 솔직히 잘 생긴 건 아니지만, 무척 착하다고 답했다. 제니 씨는 디니 씨의 모든 게 다 좋다고 했다.

이들이 굳이 추석에 혼례를 올린 건 한국에서 만나 한국에서 결혼하니 한국 명절에 하는 게 더 의미가 있겠다는 이유였다. 제니와 디니 씨는 이왕이면 다른 나라 이주노동자들이 함께 모인 데서 하자며 경남다문화축제 행사장을 혼례 장소로 택했다.

그래서였을까 이날 행사 중 전통혼례식이 가장 인기가 좋았다. 신랑 신부는 이날 혼례를 치르기 두 시간 전부터 두꺼운 혼례복을 입고 행사장 한곳에 마련된 한국전통체험장에서 땀을 뻘뻘 흘려야 했다. 함께 사진을 찍으려고 몰려든 이주노동자들 때문이었다. 이들은 혼례식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좀 더 가까이서 신랑 신부를 보려고 행사장을 에워싸는 통에 진행자가 가끔 통제를 해야 했다.

/경남도민일보 이균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