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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남편 사랑 보답하려 시숙에게 간 이식"

마산 권미자 씨 "가족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지난달 선뜻 수술"

 
 
 
"생명은 한번 꺼지면 그만이잖아요, 그런데 뭘 생각하고 말 것이 있습니까. 뒷일은 걱정없이 그냥 이식을 결정했습니다."

핵가족화가 심해지면서 시댁이라 하면 갈수록 멀게만 느껴지고 시댁의 '시'자만 붙어도 피하고 싶은 시대에 급성 간경화를 앓는 시숙(53·남편 형님)에게 선뜻 간을 이식해 준 소식이 전해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마산시 자산동에 사는 권미자(41·사진) 씨는 10월 중순 시숙이 급성 간경화 판정을 받아 이식을 하면 생명을 살릴 수 있으나, 형제와 가족은 조직이 일치하지 않아 이식할 수 없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에 권 씨는 남편에게도 알리지 않고 몰래 정밀조직검사를 받았다. 검사결과 이식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고는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단다.

권 씨는 "시숙이 20년간 선원 생활을 하다 이번에 배에서 내려 가족들과 남은 삶을 보내려는데 간경화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어 너무 가슴이 아팠다"며 "무엇보다 내 남편에 대한 고마움과 일단 목숨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일을 저지르게 됐다"고 말했다.

권 씨는 지난달 31일 대구 가톨릭병원에서 이식수술을 한 뒤 18일가량 입원해 있다가 며칠 전 퇴원했다.

그래서 아직 앉거나 크게 움직일 때에는 통증을 느끼지만 별다른 문제없이 회복이 잘되고 있다. 간을 이식받은 시숙도 최근에는 혼자 걸어다니며 밥을 먹고 운동을 할 정도로 경과가 좋아졌다.

그녀가 이렇게 시숙에게 아무런 갈등도 없이 간을 떼어 준 가장 큰 이유는 남편의 어마어마한 사랑을 조금이나마 되갚으려는 것이란다.

"마누라가 예쁘면 처가 말뚝에 절한다는 말이 있죠, 저는 남편이 너무 좋아서 시숙에게 간을 떼어 준 겁니다." 지금 그녀는 남편과 네 살 아들, 일곱 살 조카와 함께 살고 있다. 남편과 8년 전 결혼했지만 아직 결혼식조차 올리지 못했다고 한다. 권 씨는 재혼이지만 남편은 초혼이다.

그런데, 결혼을 하자마자 권 씨의 남동생이 이혼을 하면서 남동생의 딸을 자신이 맡아 키워야만 했다. 남편은 선뜻 허락을 했고, 당시 22개월이었던 조카를 7살이 된 지금까지 딸처럼 정성으로 보살피고 있다.

또 남편은 당뇨로 5년째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장모와 앞을 못 보는 장인에 대한 마음도 지극정성이다. 권 씨는 "남편은 저에게 천사 같습니다. 너무 착하고, 배려하는 마음 많고, 그런 남자 세상에 둘도 없을텐데 제가 함께 살고 있으니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그녀는 노인복지시설을 차리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자신의 부모님처럼 늙고 어려운 사람들을 그녀는 돕고 싶다고 했다.

/경남도민일보 유은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