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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애들아 방학 숙제·끼니 걱정 하지마”

 
 
  5일 오전 창원 성주초교에서 굿네이버스가 마련한 결식아동을 위한 방학교실이 문을 열었다. 이날 개강식에 참가한 어린 학생들이 친구와 자원봉사자 앞에서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올해 아홉 살인 연아(가명)는 몸이 편찮으신 할아버지와 할머니, 지적장애가 있는 삼촌과 함께 창원시 가음정 본동 철거지역에 산다. 할아버지가 건설노동자로 일하며 버는 게 수입의 전부다. 연아네 식구는 연탄 난로 하나로 겨울을 난다. 학교 급식을 하지 않는 방학이 되면 연아가 끼니를 거르는 날이 잦다.

여덟 살인 지수(가명)는 그나마 형편이 낫다. 엄마, 아빠, 오빠와 함께 살아서다. 그렇지만, 엄마와 아빠는 일이 바빠 매일 아침 일찍 나가 밤늦게야 돌아온다. 오빠는 늘 컴퓨터 앞에 붙어 있다. 그래서 지수는 혼자 밥을 챙겨 먹고 방학 숙제를 해야 한다.

이런 연아와 지수에게 따뜻하게 겨울 방학을 보낼 기회가 생겼다. 국제 NGO인 굿네이버스 경남서부지부가 진행하는 '결식아동을 위한 방학교실'에 참여할 수 있게 돼서다.

굿네이버스는 5일 창원 남정초교와 성주초교, 마산 회원초교에서 연아나 지수와 같은 아이들 70여 명을 대상으로 하는 방학교실 개장식을 했다.

방학교실은 3주 동안 매일 열리는데 자원봉사자 선생님이 학습 지도를 한다. 아이들은 매일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방학숙제를 하고 미술이나 태권도 등 특기 적성 교육까지 받는다. 그리고 나서 점심때가 되면 같이 밥을 먹는다.

이외에 주남저수지 생태탐방이나 창원 더 시티세븐에서 영화를 보는 등 여러 현장 체험 활동도 계획돼 있다.

이번 방학교실에 참여한 자원봉사자 선생님은 모두 대학생이다. 5일 오전 성주초교 방학교실에서 만난 차지연(대구 가톨릭대 사회학과 3학년) 씨는 "평소 자원봉사를 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기회가 닿아 방학을 알차게 보내게 됐다"며 "빨리 아이들과 친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굿네이버스 경남서부지부 박성현 간사는 결식아동뿐 아니라 차상위 계층이나 부모가 바빠 방학 때 혼자 집에 있어야 하는 아이들도 함께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겨울 방학뿐 아니라 앞으로 더 많은 학교를 대상으로 여름 방학교실과 학기 중 방과 후 학교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박 간사는 "방학교실도 좋지만, 연아와 같은 아이를 찾아 지원 사업을 벌이는 일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경남지역에서 최대한 많은 아이가 지원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남도교육청 자료를 보면 현재 도내에서 학교 급식이 아니면 끼니를 거르는 아이는 3만 3724명이다. 방학이 되면 이들은 주로 자치단체의 도움으로 끼니를 때운다.

/경남도민일보 이균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