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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미국 소야 한판 붙자"…'한우지예' 다음 달 본격 출하

경남·부산·울산 한우 공동브랜드 경쟁력 있을까?
3개 광역단체 6만2000여 마리 중 1B 등급 이상 월 200여 마리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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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한우 광역 브랜드 '한우지예'가 제품 출시를 한 달 남짓 남겨두고 위기를 맞았다. 정부가 난데없이 내놓은 미국 소 수입 방침 때문이다.

다른 문제는 제쳐놓고 가격만 놓고 볼 때 한우는 미국 소와 경쟁할 수 없다. 유통업계에서는 한우 가격의 30~40% 정도면 미국 소고기를 먹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육질과 맛은 전문가도 구별하기 어렵다.

정부 계획대로 미국 소고기가 들어온다면 한우 시장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당연히 무너진 한우 시장에 '한우지예'가 설 자리는 없다.

미국산 2배 가격이면 경쟁력 있어…유통과정 두 단계 줄이면 가능

그런데 '한우지예'가 기회를 맞았다.

어느 때보다 미국 소를 바라보는 소비자 눈길이 차갑기 때문이다. 한·미 정부가 아무리 애를 써도 미국 소는 광우병 그림자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그 그림자는 더욱 짙어지는 분위기다. 가격 문제만 빼면 한우를 마다할 소비자는 없다.

하지만, '한우지예'는 불안하다.

미국 소에 쏟아지는 의심이 한우 소비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어서다.

소비자 목소리는 '안전한 수입 소고기를 싸게 먹고 싶다'이지 '한우고기를 먹자'는 아니다. 미국 소가 안전을 의심받는다면 한우는 가격을 의심받는다.

그리고 이 같은 반응이 '한우지예'가 치러야 할 시험이다.

한우지예 공동브랜드사업단은 다음 달 그 첫 번째 답을 내놓는다.

◇ 풍부한 고급육 자원 = '품질은 높이고 가격은 낮춘다'. '한우지예'도 모든 판매 전략의 기본을 쫓고 있다. 가격은 유통에 달렸다면 품질은 생산에 달렸다. 다행히 '한우지예'는 풍부한 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경남·부산·울산지역 1136개 농가에서 키우는 소가 6만 2000여 마리다. 광역 브랜드 가운데 최대 규모이며, 전남 광역 브랜드 '녹색한우'가 5만 6000여 마리로 뒤를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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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김해시 주촌면 부경축산물 공판장에서 도축한 소에 등급을 매기는 장면. /이승환 기자 hwan@  
 
양뿐 아니라 질에서도 뒤지지 않는다. 축산물등급판정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경남은 최근 3년 동안 고급육으로 치는 1등급 한우 출연율이 55% 정도로 전국 수준을 5%포인트 이상 웃돈다. 1등급 출연율이 더 높은 거세우는 지난해 77.9%가 고급육 판정을 받았다.

한우지예 상표를 붙이게 될 소는 조건이 더 까다롭다. 생후 30개월, 체중 650㎏ 이상이어야 하며 생후 7개월 안에 거세해야 한다. 등급은 1B 이상을 받아야 한다.

◇ 한우지예, 월 200마리 정도 = 모든 소가 '한우지예' 이름을 달 수는 없다. '한우지예'는 1B 등급 이상 받아야 한다. 한우 등급은 육질에 따라 1~3등급으로 나눈다. 1등급은 다시 1++·1+·1등급으로 구분한다. 육량에 따른 등급 구분은 A·B·C로 한다. 1++A등급이라면 일반 소비자는 구경하기조차 어려운 최고급육이다. 물론 육량보다는 육질이 좋아야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 등급을 매기는 곳은 부경축산물공판장(김해시 주촌면)이다. 공판장은 매매가 있는 날은 200여 마리, 평소에는 100여 마리 도축하며 등급을 매긴다. 경력 10년 이상인 등급판정사 2~3명이 꽃등심 부위와 소 상태(나이·임신 여부) 등을 살펴 판정한다. 암소는 12~13% 정도가 1+ 등급을 받는다. 1++ 등급은 2~3% 정도이다. 거세우는 고급육이 더 많이 나온다. 이곳에서 등급 판정을 받은 소는 근처 가공공장으로 옮겨진다.

한우지예 공동브랜드사업단 관계자는 "최소한 월 200마리 정도가 한우지예 상표를 달고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 승부는 유통에서 갈린다 = 소비자가 한우에 쏟아내는 불만은 '품질'보다 '가격'이다. 생산 규모로 쫓아갈 수 없는 부분은 포기한다 하더라도 복잡한 유통 구조가 만드는 높은 가격은 늘 소비자 눈총을 받았다. '차라리 미국 소 많이 먹고 죽는 게 낫다'는 비아냥에는 한우 가격에 대한 불만이 가득 담겨 있다.

한우지예 공동브랜드사업단이 가장 고민하는 것도 유통이다. 우선 미국 소고기보다 3~4배 정도 비싼 한우 가격을 2배 정도 수준으로 낮추는 게 목표다.

사업단 관계자는 "유통 구조를 개선하면 미국 소고기 값이 한우의 50~60% 정도 되게는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현재 5~6단계 정도 거치는 유통 과정을 3~4단계로 줄인다. 중간 상인과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고 농협 LPC(공판장)에서 대형 유통점으로 바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2010년까지 마진율을 30% 정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백화점과 대형마트, 농협 하나로마트를 비롯해 한우지예 가맹점 등 판로를 넓혀 소비자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한동석 한우지예 공동브랜드사업단장은 "안전과 육질,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려 축산농가와 소비자 모두가 만족하는 공동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한우광역브랜드 사업 성패는?
도내 생산, 도내 소비는 한계…시장 큰 수도권에서 승부해야

지난 7일 김해시 주촌면에 있는 부경축산물공판장에 소 280여 마리가 몰렸다. 공판장에서 평소 도축하는 소는 100마리 안팎. 매매가 있는 날에는 200마리 정도 도축한다. 이처럼 몰리는 소는 축산농가 부담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제값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더는 키우기가 버거워 일단 내놓고 보는 것이다.

부경축산물공판장 한재필 사업지원팀장은 "앞으로 시장에 대한 불안과 치솟는 사료 값이 축산농가에 큰 부담을 안기고 있다"고 말했다.

◇ 소값, 몰려서 깎이고 등급 낮아서 깎이고 = 키우기가 버거워 내놓기는 했지만 매겨지는 소값을 보는 축산농가는 울상이다.

공판장 관계자는 "수요는 적은데 내놓은 소는 많으니 제값을 받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수요·공급 원리를 따지지 않아도 소값이 떨어지는 이유는 또 있다. 충분히 키우지 못하고 미리 소를 내놓다 보니 제 등급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공판장 관계자는 "같은 소라도 등급에 따라 800만 원을 받는 소도 있고 100만 원을 받는 소도 있다"고 말했다.

◇ '한우지예', 수도권 대형 유통점 뚫어야 = '포크밸리'는 부경축산물공판장을 운영하는 부경양돈농협이 내세우는 돼지고기 상표다. 최근 2년 동안 '우수 축산물 브랜드'에 뽑히며 주가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포크밸리'도 수도권 대형 유통업체 진입에는 고전하고 있다. 돼지고기 브랜드끼리 경쟁이 워낙 치열한 탓도 있지만 시장 평가를 고려하면 아쉽기만 하다. 브랜드 사업 '선배'가 '한우지예' 사업에 주문하는 것은 딱 한 가지다. 소비 규모가 큰 수도권 시장 진입이다.

부경축산물공판장 문구환 부경공판사업팀장은 "특히 한우 브랜드는 수도권 대형 유통업체 진입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남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우지예 공동브랜드사업단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사업단 관계자는 "이미 CJ푸드, 현대백화점과 협약했고 다른 백화점과 대형마트와도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남도민일보 이승환 기자 (기사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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