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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도민칼럼]'노무현 예언'이 적중했다

인터넷에 '노무현 예언'이 누리꾼들 사이에 인기다. 노 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참여정부 평가포럼' 특강에서 한 이야기 때문이다. 그는 그때 이런 말을 했다.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생각하니 끔찍하다" "한나라당이 무슨 일을 할까 예측하려면 전략을 봐야 하는데 그 전략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책임 있는 대안을 내놓은 일이 거의 없고 앞뒤가 맞지 않고 말과 행동이 다른 게 너무 많다"고 했다. 이 발언 때문에 그는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의 거센 비난을 받았고 또 선관위로부터 '선거 중립의무 준수요청'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나라 꼴이 '노무현 예언'과 맞아떨어지는 기묘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게 인기가 없었던 대통령의 말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말 많은 대통령'으로 낙인 찍혔기에, '실패한 대통령'이라고 단정했기에, 국민은 그냥 흘려 들었다.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았다.

말과 행동 다른 이명박 정부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지금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성난 민심이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 온 나라가 들끓고 있지만 전략도 없고 대안도 없다. 촛불 문화제가 전국으로 번져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자 물대포와 소화기를 등장시켜 강제해산에 나서는 게 전부다. 이게 전략인가, 아니면 대안이란 말인가. 또한, 책임을 지려는 사람도 없다. 노 전 대통령의 '끔찍하다'는 표현이 정확한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노무현 예언'처럼 말과 행동도 다른 것 같다. 이 대통령은 '국민을 섬기겠다'는 말을 당선 후 지금껏 입에 달고 있다. 그러나 그는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선 10대 여중생, 핫팬츠와 하이힐로 멋을 부린 20∼30대 여성,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들, 퇴근길 신사복 차림의 회사원들을 불순세력으로 몰아붙였다. 섬기기는커녕 국민건강을 걱정하는 이들을 오히려 친북 반미 좌파세력의 선동이나 사주에 놀아나는 사람으로 치부하는 것 같아 아쉽다.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선 이들은 이명박 정부의 무능과 실정에 화가 난 사람들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의 '영어 몰입교육'에서 시작해 '한반도 대운하' '부동산 내각' '부자 청와대 직원' '대통령 측근 챙기기'에 이어 '미국 쇠고기 수입'에 화가 잔뜩 나 폭발한 것이다. 국민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진정 모르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면 정말 한심한 일이다. '소통 부재'라며 스스로 잘못을 인정, 대국민 사과를 했는데도 화를 풀지 못하는 국민의 마음을 손톱만큼도 헤아리지 못하는 대통령이 안타까울 뿐이다.

국민을 더 열을 받게 한 것은 한나라당과 청와대다. 한나라당에는 일말의 책임감도 전략도 대안도 보이지 않는다. 홍준표 원내대표의 말이 걸작이다. "쇠고기 사태가 이렇게 전개되는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장관 고시가 발표됐고, 보완할 점이 있다면 빨리 당이 보완해 국민이 안심하고 식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무얼 했다는 말인가. 오늘 의원총회에서 무슨 말들이 나올지 정말 궁금하다.

청와대 직원들은 더 한심한 짓을 할 뻔했다. 지난 31일 전 직원이 등산대회를 준비했다가 취소했다. 경비까지 지원받아 북한산 산행을 하고 뒤풀이 계획까지 세웠다가 일부 직원의 반발로 무산됐다. 대통령과 한나라당과 청와대 직원들은 모두 한통속으로 국민과의 소통을 포기했는지 묻고 싶다.

지난 31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열린 촛불 문화제에서 만난 10대 여중생은 '미친 소 먹고 민영의료보험으로 돈 없어 죽거든 대운하에 뿌려다오'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었다. 민심에 귀 기울여 달라는 여중생의 하소연이 애절하고 간절해 보였다.

성난 민심, 어떻게 변할지 걱정

이날 누군가의 제의로 애국가를 불렀다. 태극기도 등장했고, 안티 이명박 깃발도 보였다. 또 촛불 문화제 비용을 마련하려는 성금 모금 통이 돌려지기도 했다. 이것이 민심이었다.

촛불은 자신의 몸을 불살라 주위를 비춰주기에 희생을 의미한다. 또 촛불은 약한 바람에 꺼지면서도 여럿이 모이면 온 세상을 채운다는 점에서 결집도 나타낸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빛을 잃지 않고 밝은 아침을 기다리기에 꿈과 희망, 기원을 염원하기도 한다.

성난 민심은 촛불로 번지고, 그 함성은 전국 곳곳에서 계속되는데 대통령에게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지 모르겠다. 6월이다. 촛불 문화제가 '제2의 6월 항쟁'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경남도민일보 김병태 편집국장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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