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 점자블록 없어 안내판 찾기 어려워
점자 간격 넓고 높이 낮아 해독 쉽지 않아
3일 시각장애인 1급 이보미 씨가 경남도청에서 점자안내판을 더듬으면서 위치를 파악하려고 하나, 점자 간격이 넓고 높이가 낮아 판독이 어려웠다. | ||
현재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은 도청, 시청 등에는 건축물의 주 출입구 부근에 점자안내판, 촉지도식 안내판·음성안내장치 또는 기타 유도신호장치를 1개 이상 설치할 것을 의무화하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시설물 위치 이전해도 안내판 내용 그대로
◇점자안내판 찾아 해독 '첩첩산중' = 점자안내판이 순전히 '비시각장애인을 위한 전시용' 안내판인 것으로 드러났다. 시각장애인은 1층 현관에 있는 점자안내판을 찾기도 어렵고, 안내판을 찾더라도 방향을 알 수 없다.
3일 도청을 찾은 시각장애인 1급 이보미(26·창원시 상남동) 씨는 민원실 위치를 찾지 못했다. 정문에 점자안내판이 설치돼 있었지만 바닥에 유도 점자블록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찾은 현관에서도 점자안내판을 쉽게 찾지 못했다.
로비 정중앙에 있어야 할 안내판이 왼쪽 엘리베이터 옆 구석에 놓여있었다. 겨우 안내판에서 각 부서의 위치를 파악하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평면도 아래 범례로 현재 위치가 붉은 동그라미로 돼 있다고 점자로 표시돼 있지만, 평면도에는 점자 없이 작은 동그라미 모양만 있어 비시각장애인이 아니고선 현재 위치를 알기 어려웠다. 오른쪽에 있는 안내 벨을 눌렀더니 "도움이 필요하면 안내 도우미의 안내를 받을 수 있다"는 목소리만 공허하게 울렸다.
민원실을 찾아가서도 업무를 보는 것을 원천봉쇄당했다. 안내판 점자의 글자 간격이 넓고, 점자 높이가 낮아 손끝으로 제대로 읽기가 어려웠다. 도움을 요청하려고 벨을 암만 눌러도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안내판을 만지작거렸더니, 오랫동안 관리하지 않았는지 손바닥에 시커멓게 먼지가 묻어났다.
마산시청, 창원시청 역시 이 씨가 접했던 안내판과 별반 차이가 없다. 2일 마산시청을 찾은 시각장애인은 시청에 들어서자마자 쇠로 된 자동차 진입 억제용 말뚝(볼라드)과 맞닥뜨려야 했고, 현관 입구까지 가서도 점자안내판을 바로 코앞에서 가로막는 사진 전시물과도 한판 씨름을 해야 했다. 3일 창원시청을 찾은 시각장애인도 현재 위치가 파악되지 않는 안내판을 더듬으면서 울분을 느꼈다.
이렇게 시각장애인용 안내도를 시각장애인이 이용하기 어려운 데 대해, 담당자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마산시청 담당자는 "점자안내도를 이용할 시각장애인의 감수를 생각해보지 못했다. 5년 전쯤 만들어진 안내도를 직제 개편이 있을 때 바꿀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청 사회장애인복지 담당자도 "그렇게 돼 있는 줄 몰랐다. 바로 고치겠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오후 시각장애인 1급 박영희 씨가 시청에서 점자로된 마산시청 안내도를 살펴보지만 현 위치조차 알 수가 없다. | ||
청사안내도만으로 어디가 어딘지 확인이 어려운데, 그마저도 잘못된 것이다. 역 시설팀 담당자는 점자 안내가 잘못된 것을 시인하면서, 8월 증축개량 공사를 대대적으로 할 때는 바꿀 것이라고 했다.
◇비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판 = 기본적인 공공시설에서조차 이처럼 비시각장애인에게만 보이는 시각장애인 안내판이 설치되자 시각장애인단체는 '시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을 전혀 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사단법인 시각장애인연합회 산하 시각보조시설 중앙지원센터 이승철 연구원은 "현관이 아닌 구석에 놓여 있는 점자안내판은 방향을 알 수 없기에 무용지물"이고 "다닐 수 있는 점자블록 동선이 표시돼 있지 않은 안내판은 시각장애인이 관공서를 혼자서는 도저히 찾지 못하게 한다"며 점자안내판 시정을 촉구했다.
사단법인 경상남도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 송재현 사무국장은 "마산시에만 시각장애인이 1700명이고, 경남도 전체는 1만 5000명이다. 시·도 관계자들이 시각장애인의 불편에 눈을 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왕에 만드는 시설물이라면 이용자를 고려해서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조금만 더 신경을 쓰면 되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경남도민일보 우귀화 기자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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