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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촛불문화제, 창원에서도 거리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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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오후 창원시 정우상가 앞에서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과 학생들은 창원시청 로터리 도로를 행진하며 쇠고기 고시 철회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박일호 기자 iris15@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장관 고시 철회를 외치는 촛불이 주말과 휴일에도 계속 타올랐다.

1일 창원 정우상가 등 도내 4곳, 31일 9곳에서 5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특히 창원에서 촛불문화제가 열린 이후 처음으로 행사를 마친 시민들이 도심 도로를 점거하고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는 이틀간 2000여 명에 가까운 시민이 모였다. 초·중·고교생과 가족 단위로 온 참가자가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자유발언대 시간에 마이크를 잡고 정부의 미국 쇠고기 수입 재개에 항의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날 참석자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창원시청 로터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참석자들이 도로로 쏟아져 나오자 당황한 경찰이 급히 막아섰지만, 역부족이었다. 31일에도 이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이날 500여 명은 창원시청 로터리를 돌아 10시께 행진 대열이 창원 상남 분수광장에 도착하자 주최 측은 수고했다며 해산을 선언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바로 돌아가지 않고 그 길로 다시 정우상가 앞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이처럼 창원 도심에서 도로를 점거하며 시위를 벌어지기는 지난 1996년 이후 12년 만이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이흥석 본부장은 "지난 96년 12월 31일 당시 김영삼 정부 때 노동법 날치기 통과를 저지하는 시위를 할 때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경남도민일보 이균석 유은상 기자 (원문보기)

'우리는 이래서 촛불을 들었다'
교복 입고… 유모차 밀고… 취업준비 잠시 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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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오후 창원시 정우상가 앞에서 국민 무시 이명박 규탄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과 학생들이 쇠고기 고시 철회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박일호 기자 iris15@  
 

지난달 30일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재개를 위한 장관 고시를 강행한 후 매일 전국적으로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참가자는 늘고 있고 이는 경남지역도 마찬가지다. 참가자 중에는 시민·노동·농민단체 회원들도 있지만, 가족단위로 온 일반 시민도 많았다. 특히 초·중·고등학교 학생도 많이 보였는데 이들은 거칠지만 당당한 논리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경남도민일보>는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에게 촛불을 든 이유를 물었다.

31일 오후 7시 촛불문화제가 열린 창원 정우상가 앞에는 유난히 앳된 얼굴이 많다. 학생들이었다. 이날 이들은 가장 열정적인 참가자였다.

중학교 3학년이라는 정모, 김모, 박모 양은 이날 처음 촛불을 들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빈민도 안 먹는 쇠고기를 우리나라 사람에게 억지로 먹이려는 이유가 뭔가? 언론 보도를 보니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찬성하는 사람이 20%란다. 그 20%도 만약 가족이 광우병에 걸리면 가장 먼저 거리로 나설 것이다. 서울에서 학생들이 경찰에 잡혀가는 장면을 TV에서 봤다. 우린 잡혀간대도 겁 안 난다."

이들은 자신들을 열여섯 살이라고 소개하며 이팔청춘 꽃다운 나이에 미친 소를 먹고 죽긴 싫다고 말했다.

역시 중학교 3학년 동갑내기 친구인 이모, 송모, 윤모 양은 촛불문화제에 참가하는 게 진짜 공부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사회 수업 시간에 민주주의라는 걸 배웠다. 민주주의는 다수, 즉 민중의 뜻으로 이뤄지는 거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였는데 이를 무시하는 대통령은 독재 정치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본다. 사회 시간에 배운 게 모두 거짓말이고 소설인가? 우리에게는 헌법에 보장된 저항권이란 게 있다. 우리는 그 저항권을 행사하러 나왔다."

수능 공부에 정신이 없다는 고등학교 3학년 신모 학생은 도저히 공부만 하고 있을 수 없어 나왔다고 했다.

"누구도 학생들에게 공부만 하라고 할 수는 없다. 헌법 21조에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가 있다고 돼 있다. 학생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지금 농림부는 학교에 광우병 관련 책자를 보내 학생을 세뇌시킨다. 학생도, 시민도 아는데 왜 정부만 모르는가? 미친 소 들어오면 학교와 군대로 가장 먼저 들어간다더라. 우리는 미친 소 먹고 싶지 않다."

고등학교 1학년인 한 여학생은 일부러 교복을 입고 나왔다고 했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촛불집회 참여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일부러 교복을 입고 왔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자신의 의견을 정당하게 말할 권리가 있다. 이 촛불에 우리들의 꿈과 희망이 있다고 본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시민도 많았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촛불을 들게 한 배후세력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30일 만난 주부 하영란(39) 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를 따라나왔다고 했다.

"아이들이 광우병 쇠고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 엄마는 마흔 살까지 살아서 본전 뽑았는데, 우리는 얼마 살지도 못하고 죽게 생겼다더라. 미국산 쇠고기를 검역한다고 하지만 100% 차단되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 요즘 쇠고기를 계속 안 먹고 있다. 학교에서 나오는 것도 먹지 말라고 아이들에게 교육하고 있다."

같은 날 세 살, 여섯 살 된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이나미(39) 씨는 당장 청와대로 달려가 소리치고 싶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가 몇 번 고시 연기를 하기에 나름으로 기대를 했었다. 그런데 서울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어린 학생들은 물론 아이 엄마까지 강경하게 진압하고 결국 장관 고시를 하는 것을 보면 이 정부는 국민의 소리를 듣는 정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앞으로 더 많은 시민이 촛불을 들 것이다."

이날 딸·아내와 함께 거리에 나온 노동자 조영락(47) 씨는 이번이 벌써 네 번째 참가라고 했다.

"우리 딸이 고기 좋아하는데 요즘은 못 믿겠다며 안 먹는다. 미래는 딸의 세계다. 부모가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 우리 딸도 비정규직이다. 회사 일이 늦게 끝나 시간이 안 돼서 계속 못 나오다가 오늘은 일찍 마쳐서 가족끼리 나왔다. 딸과 함께 인터넷으로 장관 고시에 대한 정보를 접한 후 꼭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시민단체나 노동조합 같은 곳 말고 순수한 시민이 더 많이 참가하면 좋겠다."

20~30대 젊은 층은 절망하지 않으려고 촛불을 들었다고 했다.

지난 31일 창원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강민희(31) 씨는 자신을 미혼이라 소개했다.

"나도 좋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도 하고 예쁜 아이도 낳고 싶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걱정이 되더라. 광우병 쇠고기를 수입하는 과정을 보니 쇠고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문에서 마치 한미 FTA를 체결하면 모든 일이 다 해결되는 것처럼 말하더라. 하지만, 앞으로 철도나 의료가 민영화되고 교육시장이 개방되면 나처럼 못 가진 사람은 절망할 수밖에 없다.

대학교 4학년인 최윤정 씨는 임용고시를 준비한다고 했다.

"오는 10월 임용시험이 있어 한창 공부를 해야 하지만 답답해서 나왔다. 사람들은 내게 90%의 국민은 가만히 있고 소수 국민만 촛불을 드는데 왜 그 소수가 되려고 하느냐고 말한다. 나는 이런 소수가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한다. 우리 스스로 일어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는 게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배후세력 운운하는데 잘 몰라서 그런 거다. 나는 스스로 깨달아 촛불을 들었다."

/경남도민일보 이균석 기자 김수민 인턴기자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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