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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STX중, 수정만 포기

강덕수 회장, '목포 대불산업단지로' 결단 내린 듯

STX중공업이 마산 수정만에서 철수키로 했다. <관련기사 2면>마산시 구산면 수정매립지 용도변경을 통해 조선블록공장을 만들려던 STX중공업은 수정매립지에 공장을 짓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전남 목포 대불산업단지에 조성하기로 내부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STX중공업과 마산시 등에 따르면 STX 중공업은 지난 24일 서울에서 열린 반대주민들의 집회에 수정마을 이장과 부녀회장·노인회장·청년회장 등 마을 유지들이 대부분 참석한 것으로 보아 반대측 주민들의 마음을 더는 돌리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STX중공업의 수정만 입주 포기는 "주민대표 대부분이 반대집회에 참석했는데 기업이미지를 훼손해 가면서까지 공장설립을 강행할 필요는 없다"는 강덕수 회장의 결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목포 대불산업단지는 지난 2006년 하반기에 분양이 완료됐으며, STX가 이곳에 입주하려면 기존 업체로부터 땅을 매입하거나 임차해야 한다.

대불산업단지는 해안과 접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조성이 완료됐기 때문에 입주와 동시에 공장을 가동할 수 있다.

지난 25일에는 STX중공업 김강수 사장이 황철곤 마산시장을 면담하고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황 시장은 "수정매립지 목적변경이 늦어지다 보니 STX 측에서 답답한 입장을 토로하는 것 같다"면서 "이른 시일 내에 행정절차를 마무리할 테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STX 중공업 관계자는 "마산시가 애초 지난 연말까지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총선 이후까지 산업용지로 목적변경이 미뤄지게 됐다"면서 "이 과정에서 STX중공업은 당사자임에도 주민들과 협상테이블에도 제대로 앉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의 마음을 돌리기도 어렵고 이제는 마산시도 믿지 못하겠다는 게 회사의 입장"이라며 "27일 자로 대민업무를 맡던 직원들에 대해서도 철수지시가 내려왔다"고 덧붙였다.

진짜 포기냐 주민 떠보기냐
STX 강덕수 회장 '수정매립지 입주 포기' 논란
마산시 "공식 의사 없어…변경계획 계속 추진"

STX중공업이 수정매립지 입주를 포기한 것은 강덕수 회장의 결단 때문이다.

강 회장은 24일 서울에서 열린 수정마을 대책위의 집회를 보고받고 "기업이미지를 훼손해가면서까지 공장설립을 강행할 필요가 없다"며 대불산업단지 입주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지난 24일 이인성 STX조선 부회장과 김상실 회장이 만나 이 문제를 주제로 논의했다"면서 "당시에는 대불산단에 먼저 공장을 가동하고 수정지구는 천천히 지켜보겠다는 태도였는데 24일 주민들의 서울집회 이후 회사의 방침이 바뀐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수정매립지 철수 선언의 진짜 배경은 "반대대책위에 속한 주민들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도 있다.

수정마을 대책위원회가 타협 없는 반대만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STX중공업이 입주포기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대책위의 분열을 꾀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의 배경엔 대책위 주민들의 진심이 'STX 입주 반대가 아니라 보상금을 더 타내려는 것'이라는 추측이 깔려 있다.

하지만, 대책위 박석곤 공동위원장은 "주민들의 진심이 바로 STX중공업의 입주 포기"라면서 "쌍수를 들고 환영하며 강덕수 회장의 결단을 치하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 주민들이 보상금을 많이 타내려고 반대집회를 강행한다는 이야기를 해 왔다"면서 "하지만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지금 이대로 살고 싶다는 주민들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마산시는 "STX중공업이 아직 공식적으로 철회의사를 밝힌 적이 없는 만큼 매립목적 변경계획을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정규섭 비전사업본부장은 "총선과 겹쳐 시간이 좀 늦어진 감은 있지만 4월 중으로 산업단지로 용도변경이 완료될 것"이라며 "STX 측이 반대대책위의 집회에 과민반응을 보이면서 더는 기다리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적극적으로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STX중공업이 수정매립지 입주를 포기하고 매각을 시도하면 지난 2006년 마산시와 STX중공업 간에 체결한 산업단지 조성과 관련한 약정을 마산시가 지키지 못한 것이 된다. 때문에 STX가 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STX중공업이 조선수주량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불산단에 블록공장을 가동하면서 수정매립지의 용도변경과 산업단지 지정을 계속 시도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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