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 알리기' 그 열정을 기억합니다…장철수·이용호·이덕영·임현규씨 탐험정신 다시 새긴다
발해 '1300호' 모습.
사람은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 열정적인 자와 덜 열정적인 자. 세상은 살았건 죽었건 열정적인 사람을 잊지 않는다.
열정적인 사람이 세상을 바꿔왔고 바꿔나가기 때문이다. 열정적인 삶을 산 자는 살아남은 자의 기억과 기록을 통해 죽어서도 세상과 소통한다. 열정적인 삶이 주는 가치고 보람이다.
1997년 12월 31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한국인 청년 4명이 영하 10도가 넘는 매서운 날씨에 뗏목 한 척을 바다에 띄웠다. 물푸레나무로 만든 뗏목은 길이 12m, 이물(앞너비) 6m, 고물(뒷너비) 4m에 10.8m짜리 돛 2개가 V자 모양으로 달렸다.
고 장철수 대장. 1960년 경남 통영 출생, 1981년 한국외국어대 러시아어과 입학, 1987년 울릉도∼독도 뗏목 탐사 참가, 1998년 1월 발해 1300호 탐사 도중 사망.
푸른 독도 가꾸기 운동을 하면서 서로 알게 된 이들은 1300년 전 건국한 발해를 세상에 알리는 기폭제가 되겠다며 뗏목 항해를 시작했다.
"1997년 1월 2일 09:00 밖에는 약간의 눈, 바람과 조류가 전혀 없다. 여전히 상갑판에는 얼음이 붙어 있다.", "1월 3일 09:20 발해가 중요한 것은 이 시대가 안은 새로운 시대와 중흥에 강한 행보였다는 것이다.", "1월 15일 02:00 아직도 울릉도의 집 불빛과 등대가 보인다. 서서 소변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흔들린다."
"1월 22일 08:00 햇빛이 아주 좋다. 육지 실루엣이 보인다. 시집간 딸이 온 기분이다. 18:00 파도와 바람이 치고 있다. 22:20 아무리 최선을 다하지만 바람도, 해류도 따라주지 않는다. 23:20 현재 돛을 내리고 해류를 타고 있다. 현재 나침반은 북서를 가리키고 있다. 이상하다."
고 이용호 씨. 1963년 경남 마산 출생, 1984년 창원대 미술학과 입학, 1989년 경남미술대전 공예부문 최우수상 수상, 1998년 1월 발해 1300호 탐사 도중 사망.
"1998년 1월 23일 오후 4시 나라에 짐이 된다는 것이 부담스럽다. 더욱이 오늘 한·일 어업협정이 일방적으로 파기되었다는데 그들의 속셈이 드러났다고 본다. 미래와 현재의 공존과 조화, 바다를 통한 인류의 평화 모색, 청년에게 꿈과 지혜를 주고 싶다. 탐험정신. 발해의 정신" (발해 1300호 항해일지에서 발췌)
고 이덕영 선장. 1949년 경북 울릉도 출생, 1967년 대구 경북공고 졸업, 1993년 4H연맹 울릉도 회장, 1998년 1월 발해 1300호 탐사 도중 사망.
울릉도 근처에서 해경 선박과 접촉도 했지만 끝내 해내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던 그들이다.
<발해 1300호>는 1998년 1월 24일 아침 6시께 일본 오키제도 도고 섬 근처에서 발견됐고, 대원들은 10여 일 후 시신이 수습됐다. 장철수 대장은 그의 것으로 추정되는 한쪽 다리만 발견됐다.
그리고 10년 세월이 흘렀다. 발해를 세상에 알리는 기폭제가 되겠다던 그들의 열정과 바람은 다른 이들을 통해 대신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된 KBS드라마 <대조영>으로 발해는 사람들에게 친숙해졌다. 특히 러시아 연해주까지 세력을 미쳤던 발해의 존재와 역사는 중국의 동북공정 등으로 앞으로 더욱 가치 있고 깊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23일 <발해 1300호>와 그들을 기억하는 이들이 10주기 추모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발해 1300호>를 잘 아는 이들은 해마다 추모행사를 통해 그들을 조금 아는 이들과 전혀 모르는 이들에게 4명이 품었던 열정과 활동을 전하고 되새기고 있다.
고 임현규 통신 담당. 1971년 전남 구례 출생, 1990년 한국해양대 해운경영학과 입학, 1997년 한국해양대 아마추어무선국 활동, 1998년 1월 발해 1300호 탐사 도중 사망.
발해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현실에서 10년 전 발해를 세상에 알리는 기폭제가 되겠다며 해상항로를 옛 뗏목으로 재현해 탐사하겠다던 그들의 대담한 열정과 <발해 1300호>가 더욱 널리 알려지고 세상과 깊게 소통할 것을 기대한다.
/김범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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