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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쇠고기 원산지 표시 계도 현장 가보니…

급하게 준비하느라 분주…부족한 인력에 비지땀

"요즘엔 명함을 일부러 안 돌립니다. 하도 항의전화가 많이 와서요."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 확대 시행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2시 30분께 창원 팔룡동으로 계도 활동을 나서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남지원 이수훈 원산지 기동팀장이 내뱉은 푸념이다.

음식점 주인·단속반 모두 고역

3개월 계도 기간을 두기는 했지만, 원산지 표시를 꼼꼼히 해야 하는 음식점 주인이나 부족한 인원으로 그 많은 음식점을 살펴야 하는 단속반이나 괴롭긴 마찬가지다.

그래서 말은 쇠고기 원산지 표시 '단속'이라고 하지만 실은 '유도'에 가깝다는 게 이 팀장의 설명이다.

이날 경남지원 원산지 단속반 4명은 팔룡동 상가를 일일이 돌며 원산지 표시제가 잘 되고 있는지 점검했다.

이들이 처음 찾은 곳은 한 쇠고기 전문 음식점이었다. 이곳은 100㎡가 넘는 일반음식점이다. 단속반이 들어서자 종업원이 벽에 걸린 메뉴판으로 안내했다. 안내판에는 이미 모든 메뉴 앞에 '호주산'이라는 손 글씨가 적혀 있었다. 단속반은 꼭 인쇄 글자가 아니어도 손님이 잘 알아볼 수 있다면 괜찮다고 했다. 단속반은 종업원에게 코스 메뉴와 쇠고기로 만든 냉면 육수에도 원산지를 표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단속반이 다음으로 찾은 곳은 김밥 전문점이다. 이는 100㎡ 미만인 휴게 음식점이다. 이곳은 메뉴판이 아닌 (사)한국음식업중앙회 창원시지부가 만든 원산지 표시판에다 따로 원산지를 표시했다. 구체적으로 육개장에 들어가는 쇠고기는 네덜란드산이었다. 갈비탕에는 호주와 중국산 쇠고기가, 김밥에는 호주산 쇠고기가 들어간다고 돼 있었다.

단속반은 김밥집 주인에게 시장을 보는 과정에서 원산지가 바뀔 수 있으니 비닐을 입히고 그 위에다 손으로 표시하는 게 낫겠다고 제안했다.

주인 남모(여·42) 씨는 "원산지 표시제를 확대 시행한다고 해서 우선 급하게 만들었다"며 "원래 거래처가 일정해서 원산지가 바뀔 일은 없을 것"이라 답했다.

이날 계도 활동을 벌인 기동팀 박종만 계장은 쇠고기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식당에서 문의전화가 가장 많이 온다고 했다.

특히 육수 등 쇠고기 가공식품 자체에 원산지 표시가 잘못되었을 때도 처벌을 받느냐는 질문이 많단다.

박 계장은 "가공식품은 포장지에 적힌 대로 적으면 단속이 돼도 식당 주인의 책임은 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포장지에 '수입산'이라고 적혔으면 메뉴판에도 '수입산'으로 적으면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경남도민일보 이균석 기자 (원문보기)

쇠고기 원산지 표시 단속 실효성 있나

경남도 상황실 운영·농관원 사법경찰 133명으로 증원
전문 인력 턱없이 부족…식별 기술·장비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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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남지원 직원들이 창원시 팔룡동 일대의 식당을 돌며 원산지표시 계도를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이번 주부터 쇠고기 원산지 의무표시 대상이 전국 64만여 개에 이르는 모든 식당과 급식소로 전면 확대됐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여론에 떠밀려 일단 '급한 불부터 꺼보자'는 식으로 원산지 표시의무를 대폭 강화하기는 했지만 현실적인 운영과 단속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우선 경남 도내만 보더라도 농산물품질관리원 경남지원과 경남도가 특별관리를 시작한다고는 하지만 당장 그 많은 단속대상을 단속할 만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원산지가 바뀐 쇠고기나 수입쇠고기를 구별할 만한 기술과 장비조차 갖춰지지 않아 이번 정부방침이 그냥 '선언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단속 의지는 있지만 = 경남도는 이번 주부터 3개 반 10명으로 구성된 원산지 종합대책 상황실을 설치해 12월 말까지 운영하고, 일선 시·군에도 상황실을 만들어 운영할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

아울러 도는 기동단속반과 행정지도반을 따로 꾸릴 계획인데, 기동단속반은 시 단위는 각 2개 반 6명, 군 단위는 각 1개 반 3명, 모두 30개 반 90명의 공무원 인력을 운영키로 했다. 행정지도반은 287개 반 851명의 읍면동 직원과 축산농가, 명예감시원 등으로 구성해 지도나 계도위주의 단속을 펼칠 계획이다.

농관원 경남지원도 특별사법경찰을 기존 54명에서 133명으로 늘리고, 각 자치단체에 꾸려질 기동단속반에도 인력을 투입해 단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들이 예의주시하며 단속해 나가야 할 도내 대상업체는 모두 5만 3504곳(일반음식점 4만 3083곳, 휴게음식점 2391곳, 제과점 974곳, 위탁급식소 567곳, 집단급식소 2589곳, 축산물판매업 3451곳 등)에 이른다.

◇의지만으로는 턱없어 = 하지만 농관원과 각 자치단체가 다른 업무를 모두 포기하고 1년 내내 원산지 단속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이 같은 단속 규모는 길어야 특별단속이 이어지는 12월까지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상시단속체제로 전환될 그 이후다.

경남도 농산물유통과 관계자는 "무엇보다도 단속인력 부재가 제일 큰 문제"라면서 "아직 상시단속 체제를 운영할 인력체계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한, 농관원 경남지원이 내놓은 '음식점 원산지표시 관리 추진 상황'이라는 문서에도 '음식점 원산지 단속이 본격 시행되면 단속인력이 절대 부족함'이라고 명시돼 있다.

실제 농관원 경남지원의 특별사법경찰 133명이 있다고 해도 경남지원 관할지역이 부산과 울산을 포함하고 있어 이들 지역까지 모두 신경 써야 할 판인데다 원산지 단속에만 목을 맬 수도 없다.

원산지 단속 전문요원이라 할 수 있는 농관원 경남지원 '112 기동대' 역시 15명에 불과하고, 다수 명예감시원이 있다고 해도 이들은 법적 단속 권한이 없는 민간인들이다. 5만 곳이 넘는 단속대상을 이들이 다 감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문제는 또 있다. 단속과정에서 쇠고기 원산지 둔갑문제로 시비가 생겼을 때 이를 과학적으로 자체 검정할 유전자 감별진단 기술과 인력이 도내에는 없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앞으로 현장에 투입될 자치단체 공무원들이 또한 단속에는 '초짜'나 다름없어서 수입쇠고기 육안식별이나 거래내용 확인 등 단속기술 부재도 적잖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도청 관계자는 "정부가 너무 '밀어붙이기식'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통에 일선 현장에서는 혼란과 어려움이 이만저만 아니다"면서 "이런 문제점들을 정부 관련부처에 적극적으로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남도민일보 김성찬 기자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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